[창간특집] 언론서 사라져가는 농민들 … 비판 없이 정부 '스피커' 노릇만

농업을 바라보는 주요 언론 방식은?

  • 입력 2023.07.02 18:00
  • 수정 2023.07.05 14:47
  • 기자명 강선일·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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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김수나 기자]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에서 취재진이 일제히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에서 취재진이 일제히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오늘날 한국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인 농민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고 있을까? 한국 언론지형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편인 소위 ‘중앙언론’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대기업 등 극히 일부 공간만을 바라보거나 특정 현안이 발생하면 그것을 쫓기 바쁜 사이, 도시 바깥 농촌의 이야기는 극히 예외적 사례로서 취급됐다.

몇 군데나마 ‘중앙언론’이 최근 농업 현안을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살피는 것은, 향후 언론이 시민에게 농업문제를 어떻게 전할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하에 <한국농정>은 ‘농업’, ‘농산물’ 및 올해 상반기 농업계의 주요 화두였던 ‘양곡관리법’까지 총 3개의 키워드가 담긴 주요 언론 기사들을 모니터링했다.

모니터링 기간 : 2023년 1월 1일 ~ 2023년 6월 16일

대상 언론 :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KBS·MBC·SBS

※ 방송 3사에선 저녁 시간대 주요 뉴스(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보도 모니터링)

키워드 : 양곡관리법·농업·농산물

조선일보 89건, 중앙일보 73건, 동아일보 156건, 한겨레 146건, 경향신문 166건, KBS 뉴스9 60건, MBC 뉴스데스크 31건, SBS 8뉴스 49건 모니터링

 

정부 입장 받아쓰며 ‘식량자급’ 필요성 외면하는 `조중동'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을 놓고 정치권에서 벌어진 논쟁은, 각 언론이 오늘날 한국 농업·농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바로미터였다.

보수언론인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양곡관리법 개정 강력 반대’ 논조를 펼치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와 입장을 같이했다.

조선일보는 양곡관리법 개정 시 “공급 초과가 심화돼 2030년까지 연평균 1조원의 세금이 들어가고, 2030년에는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측 예상을 인용하며, 양곡관리법 개정이 쌀 시장격리에 대한 정부 재량권 박탈로 이어지리라고 단언한다(조선일보 3월 24일자 <민주당, 양곡법 강행 처리… 남는 쌀 매입에 年(연) 1조 든다>).

중앙일보 또한 3월 27일자 <양곡법으로 쌀값 안정시킨다지만…전문가 “과잉생산 심해져 하락 우려”>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한두봉, 농경연)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의무매입 시 필요한 예산은 올해 5,737억원에서 2027년 1조1,872억원, 2030년 1조4,659억원으로 매년 늘어난다”고 언급함과 함께,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산지 쌀값은 더 낮아지리라는 예상을 담았다.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 시 매년 1조원 이상이 들어가리라고 주장하는 ‘근거’로서 지난해 12월 농경연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활용 중인데, 보수언론 3사는 이 보고서를 만든 김종인 농경연 연구위원을 주요 ‘스피커’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농경연의 해당 보고서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과다추정된 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거품 비용’이라는 비판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보수언론은 정 장관 등 농식품부 관료들이 펼치는 논리인 ‘농업 경쟁력 강화’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 이런 관점은 특히 조선일보 4월 20일자 <자율주행 모내기, AI가 병충해탐지…다년생 벼에 ‘황금쌀’도 탄생>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당 기사는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쌀 최저가격 매입제를 폐지하려 한 사례를 들면서 “정부가 매입해주는 물량을 믿고 농민들이 과잉생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고 평하는데, 이는 읽기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을 촉구하는 우리나라 벼 재배농민들을 ‘정부가 매입해주는 물량을 믿고 과잉생산하는 농민’이라고 받아들이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 요컨대 이 기사는 해외사례 및 ‘경쟁력 강화’ 사례를 언급하며 쌀 농가 보호정책 폐기 입장을 드러낸 기사인 셈이다.

중앙일보 또한 최현주 증권부 기자의 칼럼인 <[분수대] 식량 안보>에서 “정작 정치권에서 식량 수입 다변화, (중략) 스마트 농업기술 개발 같은 논의는 없다. 이번엔 220만 농민 표를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며 농식품부의 논리에 따라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한다.

한술 더 떠 보수언론은 양곡관리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이 내민 ‘식량안보’ 논리마저 낡은 것으로 치부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다음 날인 4월 5일자 조선일보 사설 <與(여) 땐 반대 양곡법 野(야) 되니 강행, 몰염치 다수당엔 국민이 ‘거부권’을>에선 “민주당의 ‘식량안보’ 주장도 낡은 것”이라고 단언하며 세계 어느 나라도 식량 수입이 봉쇄된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현상 중앙일보 논설실장의 4월 6일자 내부칼럼 <[중앙시평] 노적봉이라도 쌓자는 건가>에선 “민주당이 식량안보의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지조차 의문”이라며 식량 수입 다변화를 통해 ‘세계식량안보지수’ 1위를 달성한 핀란드 사례를 모범사례로 든 뒤, “식량안보를 자급률로만 따지는 건 좁은 시야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급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곳곳에서 들여오는 다양한 식재료와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라는 주장을 펼친다.

‘혈세 낭비’ 및 ‘농업 경쟁력 약화’ 관점은 자연스레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공세로 이어진다. 조선일보는 3월 27일자 신문에선 <‘무늬만 무소속’ 동원… 野(야), 양곡법 등 입법독재>, <양곡법은 시작일뿐... 巨野(거야) 입법 폭주, 수십조 세금청구서 날아온다>, <양곡법·기초연금·文(문)케어...수십조 ‘말뚝법 청구서’, MZ가 떠안는다> 등의 기사를 연달아 냈다.

보수언론 이외의 언론에 실린 기사도 농업적 관점보단 정치적 갈등을 중심으로 다룬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관련 기사들은 ‘쌀 과잉생산’이란 전제를 깔고 있었다. 정말 쌀이 남는가, 그런데도 왜 농민들은 쌀을 지키려 하나, 정부가 강조하는 타작물 전환이 빠르게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부터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 쌀과 식량자급률, 저관세 수입쌀 문제, 생산비조차 보전되지 않는 쌀 가격 문제 등 근본 현안을 중심으로 정부 대책을 분석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눈에 띈 보도는 4월 6일 MBC 뉴스데스크의 <농심 달래기 대책 나왔지만…농민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이 보도는 정부의 후속대책을 브리핑한 뒤, ‘농민들 생각은 어떨까요’라고 묻는다. 정부 대책의 고무적인 부분부터 아쉬운 점, 성향이 다른 농민단체의 대표적 농민 지도자들의 발언과 개별 농민, 학계의 견해까지 두루 전달하면서 “농민 단체마다 입장이 조금씩 갈리지만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안전장치 없이 농민이 정쟁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데는 한목소리”였다는 메시지까지 담은 보기 드문 보도였다.

스마트팜·푸드테크 등 ‘첨단농업기술’ 예찬 골몰하는 언론

‘농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보수언론은 스마트팜·푸드테크 등 ‘첨단농업기술’ 예찬에도 앞장섰다. 이러한 ‘첨단농업기술’이 대다수 현장 농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진단하는 기사는 찾기 힘들었다.

조선일보는 2월 8일자 <스마트팜에서 키우니… 토마토 2배 ‘주렁’> 및 2월 17일자 <“사막에서 채소·딸기 키웁니다”… 스마트팜 UAE수출 200만달러> 등의 기사를 통해 스마트팜을 미래농업 기술로서 강조하고, 아랍에미리트(UAE) 등 서아시아 국가로의 스마트팜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들을 냈다.

시시때때로 언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식물공장(수직농장) 예찬 기사는 이번 모니터링 과정에서도 발견됐다. 조선일보 5월 9일자 <아시아 최대 상추 밭을 중동으로… K스마트팜 수출 돌풍>은 쿠웨이트 등지에 수직농장을 수출하는 업체들의 이야기를 소개했으며, 동아일보 1월 6일자 <“우주서 채소 수경재배-인공육 배양”… 푸드테크, 꿈을 현실로>는 수직농장 업체 ‘플랜티팜’ 측의 “수직농장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일반 재배보다 40~100배 가량 높다”는 발언을 소개한다.

SBS의 경우 4월 9일자 <“농가에도 이득”…`생체시계'로 널뛰는 채솟값 잡는다>에서, 이미 다수 언론이 소개한 바 있는 식물공장 업체 팜에이트 사례를 다시 소개하며 “같은 면적 밭보다 (잎채소류를) 최대 40배까지 더 수확할 수 있다”는 발언을 방송에 내보냈다.

푸드테크 관련 보도도 종종 눈에 띄었다. 중앙일보 2월 8일자 <실험실서 키운 투뿔 꽃등심, 치킨 튀기는 로봇…돈 되는 이 기술>은 배양육 및 밀폐형 스마트팜, 정밀발효 기술 등 최신 농업 관련 기술을 소개하면서 이 기술들을 ‘돈 되는 기술’로 호명했으며, SBS는 2월 19일자 <“꽃등심만 키워주세요”…원하는 대로 키우는 `배양육' 온다> 보도에서 “소가 내뿜는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혀왔다”며 배양육을 전 세계가 “기후와 식량위기를 함께 해결할 묘수”로서 주목 중이라고 보도했다.

물가 급등 요인의 단골손님, 농산물 가격

6개월간 농업 뉴스가 31개였던 MBC 보도 가운데 6건은 물가 상승에 대한 것이었다. “월급 빼곤 안 오른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가가 치솟은 상황을 드러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역시 물가 상승에 대한 기사가 꾸준히 나왔다.

‘연초부터 치솟는 먹거리 가격’, ‘비빔밥 한 그릇에 1만원’, ‘식료품 가격 줄인상’, ‘고추·오이 주요 농산물 가격 더 오른다, 외식 가격 꿈틀’, ‘농수산물 등 장바구니 물가 고공행진’, ‘고추·오이값 대폭 올라, 밥상 물가 걱정 언제 끝날까’와 같은 제목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 3월 13일자 한겨레 기사 <손님 1인 1청양고추,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한 상자 14만원?에서는 "양파·청양고추·대파 등 채소값이 여전히 비싸 가뜩이나 고금리·고물가 속에 씨름하는 자영업자들은 '식재료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야채값마저 이렇게 비싸면 장사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라고 보도했다. ‘야채값 너마저?’라는 식이다.

기업은 상승한 생산비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 이익을 보전하지만, 농민은 그렇지 못하다. 농민은 가격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어려운데, 정부는 물가 관리를 이유로 농산물을 저율할당관세로 대량 수입한다. 농산물의 경우 다른 품목과 달리 급등한 가격도 잠시뿐 금세 회복되거나 떨어지기까지 하는데, 기업의 가공식품은 재료비가 하락해도 올린 가격을 내리는 경우는 없다. 이를 지적하는 기사도 한두 개 있었지만 농산물 가격이 비싸서 아우성이란 기사로 도배된 상황은 농민 생산자와 소비자의 심리적 거리만 멀어지게 한다. 또 농축산물 가격에 관한 기사 대부분은 소비자들의 고충이나 정부 입장만 다루고 농가의 어려움은 담지 않았다.

물가에 대한 보도 시, 농산물은 공산품이나 가공품과는 다르고, 국민 필수재라는 점, 자국의 농업보호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 농업 생산비 급등 문제, 적정 농산물 가격 보장과 농업 기반 유지, 무분별한 수입 농산물 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공정한 보도다.

동아일보는 2월 24일자 <1월 생산자물가 석달만에 오름세로…전력 10.9% 뛰어 43년만에 최고>, 3월 2일자 <당근 - 양파 - 상추 등 8일까지 최대 30% 할인 판매>, 3월 6일자 <난방비 폭탄에 하우스 재배 채소값 급등…식당들 “반찬 리필도 매운맛 내기도 겁나”>, 3월 28일자 <치솟는 먹거리 물가…소비자들 한숨> 등의 기사를 연달아 내놓았다.

특히 3월 6일자 기사에선 “청양고추·당근·양파 가격이 지난해보다 2, 3배 올랐기 때문에” 반찬을 채워달라는 손님이 무섭다는 서울 강서구 해장국집 주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난방비 상승 등의 이유로 작물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을 지적하긴 했으나, 해당 기사는 생산비 폭등으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은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도시민의 관점에서만 농산물 가격폭등 문제를 이야기했다.

식자재 물가 폭등 관련 보도는 특히 방송사 뉴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KBS의 경우 1월 16일자 <수입 달걀 들어왔지만…치솟는 물가에 간편식 ‘차례상’>, 1월 27일자 <“자고나면 오른다”…고물가에 서민들 한숨>, 1월 31일자 <물가 인상 어디까지?>, 3월 6일자 <고기 빼고 다 오른 먹거리 물가…‘외식물가·공공요금’은 변수>, 4월 8일자 <뛰는 생닭 가격…치킨값 더 오를까?> 등 농산물·먹거리 관련 보도 중 다수가 물가 폭등 관련 보도였다.

1월 31일자 KBS 뉴스9 '물가 인상 어디까지?' 보도는 내용에선 직접적으로 농산물 가격폭등을 언급한 보도가 아님에도 영상 썸네일(영상 재생 전 뜨는 화면)에서 마트에 진열된 농산물 장면을 띄워, 시청자가 은연중에 물가 폭등의 주범으로 농산물부터 떠올릴 가능성을 배제 못하게 만들었다. KBS 뉴스9 누리집 화면 갈무리.
1월 31일자 KBS 뉴스9 '물가 인상 어디까지?' 보도는 내용에선 직접적으로 농산물 가격폭등을 언급한 보도가 아님에도 영상 썸네일(영상 재생 전 뜨는 화면)에서 마트에 진열된 농산물 장면을 띄워, 시청자가 은연중에 물가 폭등의 주범으로 농산물부터 떠올릴 가능성을 배제 못하게 만들었다. KBS 뉴스9 누리집 화면 갈무리.

특히 1월 31일자 <물가 인상 어디까지?> 보도는 내용에선 직접적으로 농산물 가격폭등을 언급한 보도가 아님에도 영상 썸네일(영상 재생 전 뜨는 화면)에서 마트에 진열된 농산물 장면을 띄워, 시청자가 은연중에 물가 폭등의 주범으로 농산물부터 떠올릴 가능성을 배제 못하게 만들었다.

SBS 또한 대부분의 농산물 관련 보도가 물가 폭등 관련 보도였다. 1월 1일자 <"서민이 살기 힘들다"…고금리·고물가에 새해도 '시름'>부터 시작해 1월 2일자 <새해 첫날부터 장바구니 물가 인상…소비자들 어쩌나>, 2월 20일자 <더 팍팍해진 살림살이…저소득층 "식비부터 줄인다">, 3월 27일자 <"양파 썰고 춘장 볶으면서 운다"…중국집 사장님의 한숨> 등의 보도가 대표적이었다. SBS의 1월 1일자 보도 역시 보도 중반 “농축수산물 가격도 설 명절을 앞두고 다시 들썩일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라는 리포팅이 나올 때 영상에서 마트 진열 농산물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SBS의 3월 27일자 보도는 위에 소개한 동아일보 3월 6일자 <난방비 폭탄에 하우스 재배 채소값 급등…식당들 “반찬 리필도 매운맛 내기도 겁나”> 기사와 비슷한 논조로, 한 중국음식점 사장의 “워낙 재료값에서 특히 야채가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짜장면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서민의 어려움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모니터링 기간 중 SBS에서 양파·마늘 등 채소류를 재배하는 농가들을 취재한 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단속과 농촌 인력난

농번기에 들어선 4월 농촌을 덮친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다룬 한겨레와 MBC 보도는 현장 르포 형식의 기사와 뉴스, 사설까지 더해졌다. 인력난을 겪는 농촌 현실과 체류권 문제 등 제도적 허점으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어냈다.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단속에만 치중하는 당국이 농민들의 피해만 키우고 이주민에 대한 인권침해까지 벌이는 상황을 적시에 보도했다. 이어 종합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제안을 담았다.

중앙언론, 농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충남 부여에서 `가루쌀 모내기'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농민들이 지난달 7일 모내기 현장에서 600여미터 떨어진 임천면 비정3리 마을회관 앞 도로변에서 `쌀값문제 해결은 가루쌀 생산이 아니라 수입쌀 중단이 해답'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자 경찰병력이 이들을 막아서고 있다. 이날 농민들의 시위는 주요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한승호 기자
충남 부여에서 `가루쌀 모내기'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농민들이 지난달 7일 모내기 현장에서 600여미터 떨어진 임천면 비정3리 마을회관 앞 도로변에서 `쌀값문제 해결은 가루쌀 생산이 아니라 수입쌀 중단이 해답'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자 경찰병력이 이들을 막아서고 있다. 이날 농민들의 시위는 주요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부여군 임천면 모내기 현장을 방문한 소식을 다룬 기사는 한겨레·경향신문 및 조선일보 모두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을 받아 쓴 기사가 전부였다. 거의 모든 언론이 대통령이 어려운 농촌을 격려한다는 취지로 진행한 행사라고 보도했지만, 이날 농민들이 윤 대통령의 방문을 규탄했다는 사실은 전혀 실리지 않았다. 당시 모내기 행사장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곳에선 윤 대통령의 쌀 정책을 규탄하는 농민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규탄의 핵심은 정부의 가루쌀 정책이다. 가루쌀은 정부가 쌀 수급 조절을 위해 중점 추진하고 있지만, 미흡한 검증, 불분명한 판로와 사용처, 기업에만 유리하게 활용될 우려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에선 현재 이 점을 놓치고 있다. <한겨레>의 1월 4일자 기사 “밀 대체 작물 `가루쌀' 생산 늘려 식량자급률 끌어올린다”처럼 정책을 알리는 기사가 있다면, 가루쌀 정책의 현황과 문제를 짚는 기사도 필요하다. 그랬다면 지난 6월 윤 대통령의 가루쌀 지역 모내기 행사가 훈훈함 일변도로만 보도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 정책을 감시·비판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이 더 필요한 이슈다.

시사인 823호(2023년 6월 27일자)에서 <윤 대통령의 모내기에 농민들이 뿔난 이유> 기사를 통해 현장 농민들이 윤석열정부에 분노하는 이유를 기사화한 이오성 시사인 기자는 “한쪽은 농업을 산업으로 보고, 농민운동 조직을 포함한 현장 농민들은 농업을 역사적 맥락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기반으로 바라보는데, 지금 언론은 거의 99%가 산업의 관점에서 농업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게 언론 입장에선 합리적일지 모르나 그러한 접근은 역사적 맥락을 소거한 접근”이라고 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다 보니 다수의 언론은 농업을 산업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농식품부나 유관 연구기관의 자료를 참고하면서, 현장과 괴리된 수준을 넘어 현장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사를 내는 듯하다. 이번 양곡관리법 관련 보도만 봐도 그렇다. 농민의 투쟁에 대해선 그냥 격렬하게 시위했다는 이야기만 하고 그들이 싸우는 배경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자체를 정쟁 사안으로 접근하며 국회 내 싸움, 국회와 대통령 간 싸움으로만 소비했던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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