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도시-농촌 간 끈이 끊긴 시대, 다시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되새기며

  • 입력 2023.07.02 18:00
  • 수정 2023.07.02 21:0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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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서울 자치구-산지 기초지방자치단체 간 연계로 진행돼 온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방식이 오세훈 서울시장 재취임 이후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3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내에 위치한 송파구 친환경 공공급식센터 작업장에서 센터 직원들이 전날 경북 안동 및 인근 지역에서 배송돼 온 친환경농산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서울 자치구-산지 기초지방자치단체 간 연계로 진행돼 온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방식이 오세훈 서울시장 재취임 이후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3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내에 위치한 송파구 친환경 공공급식센터 작업장에서 센터 직원들이 전날 경북 안동 및 인근 지역에서 배송돼 온 친환경농산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이 생산한 친환경먹거리를 도시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정책. 농민-도시민 간 연결고리가 사라져가는 가운데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했던 몇 안 되는 정책. 대량의 물품 취급에 집중하는 유통체계에서 소외된 지역 소농의 판로 확보를 위한 몇 안 되는 정책.

서울시가 2017년부터 진행해 온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위와 같은 성격을 가진 정책이다. 그런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 서울시에 의해 폐지될 위기를 겪고 있다. 몇 안 되는 도농상생의 끈마저 끊음으로써 서울시가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수도(首都)’가 되는 것은 막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전북 전주시 간 도농교류 사례를 중심으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성과를 복기한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배경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2017년 6월 서울시가 발표한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먹거리 생산기반이 없는 도시 서울의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 즉 건강한 먹거리를 시민에게 공급하는 체계는 농촌과의 상생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하에 사업이 만들어졌다.

이미 학교급식으로의 농·축·수산물 공급을 담당하던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가 있긴 했지만, 친환경유통센터의 구조론 어린이집 등으로의 공공급식 확대는 어려웠다는 게 윤병선 건국대 교수의 설명이다. 친환경유통센터는 광역단위로 산지유통조직을 선정해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받았는데, 이러한 유통구조 하에선 지역 중소농의 참여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윤병선 교수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 학교급식 참여농가 중 하위 60%에 해당하는 ‘1,000만원 미만 공급 농가’가 전체 공급액의 약 10%를 공급하는 반면, 상위 3%에 해당하는 ‘1억원 이상 공급 농가’가 전체 공급액의 약 30%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대농 편중도가 심했다. 따라서 중소농의 학교급식 공급 참여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사업 시작 직전 계획 단계에선 친환경유통센터의 공공급식 영역 담당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각급 학교에 공급하는 물량은 개별 어린이집에 공급하는 물량보다 훨씬 많기에 학교급식 조달체계를 그대로 어린이집 등 소규모 시설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사업은 △서울 자치구-농촌 지자체 간 1대1 연계를 통한 지역 중소농 공공급식 공급 참여 보장 △1대1 연계를 바탕으로 서울 자치구 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사회복지시설 등에 공공급식 식재료를 조달할 자치구 공공급식센터 설치 등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점차 확장된 중소농 생산기반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어떤 순기능을 낳았을까. 우선 산지에선 사업을 통해 관내 친환경 중소농의 생산기반이 점차 확장됐다는 점을 언급한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에 참여해 온 최선희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 공공급식사업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사업 과정에서 2019년 22명이었던 공공급식 공급 참여 농민은 지난해 38명으로 늘어났고, 전주에서 서대문구로 공급하는 품목은 같은 기간 25품목에서 41품목으로, 전주산 농산물 공급비율은 35%에서 48%로 늘어났다.

최선희 부장은 “1대1 연계 구조가 아니었다면 전주시 자체적으로 서울 학교급식이나 공공급식에 공급할 수 있는 품목이 없었다. 기존 유통조직에선 주산지를 선정해 1~2품목을 공급하게 하는 상황”이라고 한 뒤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은 공급 물량, 품목, 포장단위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기에 별도의 공급체계가 필요한 걸 고려할 때,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체계는 소규모 어린이집 등이 안전한 먹거리 공급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모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체계”라고 평했다.

정책적 노력 통해 친환경먹거리 공급

사업 과정에서 지자체 지원 및 유통비 절감 등을 통해 자치구 공공급식센터들이 민간기업보다 대체로 저렴한 가격으로 어린이집 등에 친환경먹거리를 공급해 온 점도 간과할 수 없다(아래 표 참고).

지난해 11월 기준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와 대기업 급식 납품업체들 간 주요 식재료 가격 비교표.
지난해 11월 기준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와 대기업 급식 납품업체들 간 주요 식재료 가격 비교표.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의 친환경농산물 공급비율은 지난해 기준 전체 농산물 총 공급액 9억2,812만원 중 86.1%인 8억2,535만원을 기록했으며, 친환경 식재료(무항생제 축산물 포함) 비율은 총 이용금액 23억9,632만원 중 76.5%인 18억3,198만원을 기록했다.

한편 윤병선 건국대 교수에 따르면, 서울 어린이집 급식 식재료 중 친환경농산물 사용 비율이 사업 시작 전 30% 미만에서 2021년 78%로 증가했다. 이를 금액 기준으로 보면 서울시가 사업 초창기 계획했던 2021년 목표율인 70%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게 가능했던 요인 중엔 서울시가 지역산 친환경식재료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사업 참여 어린이집에 1식당 500원을 지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도농교류 증진 또한 사업의 성과로서 거론된다. 서대문구-전주시의 경우 서대문구 북가좌2동에서 직거래장터 ‘해담는 농부마켓’을 3회에 걸쳐 진행했으며, 2020~2021년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산지 농산물 꾸러미’ 공급사업을 벌여 전주 농산물을 꾸러미에 담아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또한, 전주 친환경농민과 함께하는 제철 식재료 교육 및 감자·방울토마토 모종키우기 행사가 열렸는데, 2021년 전주 친환경농민들이 지역산 오이를 갖고 진행한 제철 식재료 교육엔 연인원 5,000여명의 아동이 참가했다.

먹거리정책 더욱 중요한 시대, 먹거리정책은 `연쇄실종 위기'

이상과 같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순기능을 못 본 척하며, 서울시는 사업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서대문구-전주시 간 도농교류 과정에 동참해 온 윤혜경 행복중심생협 서대문마을생협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까지 서대문구-전주시 간에 전주의 친환경먹거리를 기반으로 한 직거래장터 등 다양한 도농교류 활동이 이뤄지다가 코로나19로 직접적 교류가 중단됐고, 다시 이를 재개하려던 중 서울시가 사업을 개편한다고 하니 심히 당혹스럽다”며 “구청장(현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바뀐 후 서대문구엔 어떤 먹거리 관련 정책도 없다. 지역 내 행사에서도 예전 같으면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과 연계된 직거래장터를 열어 전주의 먹거리를 팔았는데, 이젠 그런 자리도 없다”고 현재 상황을 밝힌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기후위기,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건 등을 목도하면서, 앞으로 먹거리 관련 문제는 더욱 심화하리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지자체는 친환경먹거리를 공급하는 생협과 사회적경제조직, 그리고 친환경농민에게 더 에너지를 써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경제 영역의 여러 주체를 잘 묶어 경제활동이 잘 이뤄지게끔 하는 데 있어서도 도농상생 공공급식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서울시는 그동안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 수행해 온 역할을 잘 살피면서, 무조건 한 번에 정책을 바꾸기보다 장기적으로 어떤 유익한 방향이 있는지를 살피며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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