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개편’, 대혼란만 초래한다

  • 입력 2023.02.17 15:5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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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에 참여하는 동북지역 4개 자치구(강북구·노원구·도봉구·성북구)가 함께 조성한 동북4구 공공급식센터. 이곳을 비롯한 각 자치구 센터들은 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에 참여하는 동북지역 4개 자치구(강북구·노원구·도봉구·성북구)가 함께 조성한 동북4구 공공급식센터. 이곳을 비롯한 각 자치구 센터들은 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오는 6월 30일을 현행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실질적 ‘마감 시점’으로 정한 가운데, 이 사업에 참여해 온 서울 자치구 및 지방 산지 지자체, 농민·먹거리운동단체들은 서울시 사업 개편방안의 일방성·졸속성을 비판하며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 중이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전국먹거리연대·GMO반대전국행동·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등 농민·먹거리운동 연대체, 도농상생 공공급식에 참여해 온 서울 12개 자치구 및 산지 지자체 공공급식센터 관계자들은 최근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지키기 위한 대응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서울시 개편방안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기존 12개 산지 생산자들의 피해 발생은 필연적이다. 농민들이 올해도 서울 자치구 센터와의 계약에 따라 1년 작부체계를 마련한 상태에서, 6월말 현행 사업이 중단될 시 생산약정 중단으로 인해 농사일정이 꼬이고 농가 판로가 불투명해지는 등의 문제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둘째, 일방적이고 졸속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지역농업네트워크 서울경기제주협동조합에 도농상생 공공급식 관련 ‘개선방안’을 내놓기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용역은 지난 4일까지 진행됐다. 이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그에 발맞춰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게 순리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종 보고서도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사업개편을 추진했다. 연구용역 관련 중간보고회 등의 일정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산지·자치구를 막론한 사업 관계자들에겐 아무런 공지도 없이 사실상 ‘밀실행정’ 식으로 개편을 추진했다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서울시는 7월 1일 사업 ‘개편’을 통해 기존 산지-자치구 공공급식센터 간 먹거리 교류체계는 종료하고 학교급식처럼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공공급식 관련 통합센터를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이 통합센터의 구체적 운영방안이 마련된 것도 아니며, 정작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산지-자치구 간 공급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라고 강요하는 상황이다.

셋째, 서울친환경유통센터 통합안은 어린이집 공공급식 체계에 적합하지 않다. 대용량 중심인 학교급식 체계와 달리, 어린이집 공공급식은 소용량·소포장 중심이며 학교급식과 생산·발주·포장·집품·배송 등 모든 체계가 다르다. 학교급식용 수발주시스템 ‘올본’부터가 학교들의 대용량 주문·발주 중심체계로 짜였다 보니, 어린이집들은 사실상 사용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애당초 취지가 학교 이외의 어린이집·복지시설 등에도 지역산 친환경먹거리를 공급하자는 것이었기에, 학교급식 체계와는 근본부터 다르게 설계됐다. 따라서 서울친환경유통센터 통합안대로 간다면 생산·조달 체계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하며, 체계의 안정화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학교급식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대용량 중심 공급체계를 갖춘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현재 학교 병설유치원들이 주로 이용하며, 그 외엔 단설유치원 20곳과 민간유치원 10곳이 이용할 뿐이다. 어린이집에 대한 고려는 사실상 없는 만큼, 어린이집들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급식체계를 얼마나 이용할지 미지수다.

넷째,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을 같이 취급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과 달리, 서울친환경유통센터 통합안에 따르면 가공식품은 일반업체에서 구해야 한다. 따라서 어린이집 입장에선 식재료 구매 시 불편이 늘어나게 된다.

다섯째, 서울친환경유통센터 통합 운영 시 친환경농산물 공급률 하락 가능성이 높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차액지원을 통한 어린이집 친환경먹거리 구매 지원’이었던 만큼, 차액지원 중단 시 어린이집 급식비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치구 공공급식센터가 담당해 온 이용시설 밀착 서비스(불만 처리, 물품 대체 공급, 배송 서비스 등)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특히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통해 자치구 공공급식센터들이 민간기업보다 대체로 저렴한 가격으로 어린이집 등에 친환경먹거리를 공급해 온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기준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짝꿍 산지 : 전북 전주시)와 대기업 급식 납품업체 간 식재료 가격을 살펴보면, 무농약 찹쌀 1kg을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에선 5,060원에 공급한 반면, 대기업 D·P·C사는 각각 5,910원(서대문구 센터 대비 117% 가격), 8,560원(169%), 1만1,662원(230%)에 공급했다. 무농약 콩나물 300g(0.3봉)은 서대문구 공공급식센터 1,260원, D사 2,990원(237%), P사 2,136원(170%), C사 1,985원(158%)에 공급했다.

여섯째, 기존 사업 대비 공급대상(어린이집·아동센터·사회복지시설 → 어린이집)이 축소됨에 따라 공공급식 이용 사각지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곱째, 자치구 공공급식센터들이 먹거리 공급과 함께 담당하던 식생활교육·도농교류 사업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기본 취지였던 ‘도농교류’ 기조가 사라지는 셈으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단순 식재료 공급사업으로 전락하게 된다.

“서울시가 아이들 먹거리 빼앗는다는 사실 널리 알려야 한다”

입장 및 대응방식에 있어 완전히 동일하진 않으나, 자치구 공공급식센터들은 대체로 △일방적 계약 파기는 불가하며 위·수탁기간 준수가 우선 △위·수탁 기간 유지가 어려울 시 최소한 올해 12월까진 현 사업방식을 유지하며 방향 전환 모색(연착륙방안 마련)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도농상생 공공급식 기조 ‘개편’의 명분으로 내건 2021·2022년 특정감사와 관련해선 개선 조치를 시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 자치구 및 산지 공공급식센터 관계자들은 지난 9일 서울 모처에서 간담회를 갖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는데, 이날 한 참가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양극화가 극심한 도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정은 마켓컬리 또는 생협 등에서 구입한 유기농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먹인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은 그럴 수 없다. 이에 2017년 이래 서울시 행정이 개입해 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유기농 먹거리를 먹일 수 있도록 해 왔건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기회마저 뺏고자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누구도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모르더라. (중략) 이젠 전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시가 졸속 행정으로 아이들의 먹거리를 빼앗고 있다는 걸, 데모를 하든 뭘 하든 시끄럽게 해서 더 많이 알려야 한다. 이와 관련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에게도 널리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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