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농상생 정책의 앞날은?

  • 입력 2021.03.2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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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4일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내에 위치한 송파구 친환경 공공급식센터 작업장에서 센터의 한 직원이 관내 어린이집으로 배송될 친환경 농축수산물을 아이스박스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4일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내에 위치한 송파구 친환경 공공급식센터 작업장에서 센터의 한 직원이 관내 어린이집으로 배송될 친환경 농축수산물을 아이스박스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8년 9월 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텔아비브에서 열린 ‘제4회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 협약 먹거리정책 우수도시 시상식(밀라노협약상 시상식)’에서 서울특별시와 전라북도 완주군이 아시아 도시들 중 최초로 수상의 영광을 누렸기 때문이다.

밀라노협약상은 먹거리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다.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 협약’에 참여하는 도시들 중 지속가능한 먹거리정책 설계에 앞장서는 도시들에 주는 상이다. 서울시와 완주군은 각각 먹거리 공급·유통 부문, 협치(Governance) 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중 서울시의 먹거리 공급·유통 부문 수상 요인은 바로 ‘도농상생 공공급식’ 조달체계였다. 서울 내 자치구와 농촌 지자체(또는 도농복합 지자체)가 1대1 협약을 맺어 ‘짝꿍’이 되고, 직거래 공공조달체계를 통해 농촌 지자체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협약대상인 서울 자치구의 어린이집, 복지시설 등에 공급하는 체계다.

유통단계의 획기적 감축, 다품목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지역 중소가족농의 판로 구축, 어린이집 및 복지시설로의 건강한 먹거리 제공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서울시는 먹거리 분야의 아카데미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2016년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을 조직해 각종 도농교류 사업을 추진했다. 또 2018년 11월 지역 중소농의 판로 지원을 위해 ‘상생상회’를 설립해 2021년 현재 180개 지역 688개 업체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들을 판매 중이다. 상생상회는 지역 농산물을 판매할 뿐 아니라 각종 농업·먹거리 관련 정보 제공 및 먹거리 체험의 장이기도 하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진 않지만, 도농상생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다음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의 도농상생 정책이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여야를 대표하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에서 도농상생의 관점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시 당국은 지난해 7월 이래 이어지는 시장(市長) 공석 상황에서, 도농상생 공공급식과 관련해 쏟아지는 민간의 아이디어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다음 시장이 누가 될지에 따라 도농상생 공공급식 체계에도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최악의 경우 도농상생 공공급식 등 정책의 ‘폐기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그 ‘폐기처분’이 현실화된다는 건 서울시가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며, 농촌이 소멸하고 농민이 어떻게 되든 말든 서울시가 “나 혼자 산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체계 설계에 앞장섰던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도농상생 공공급식 등 서울시의 농업·먹거리정책이 시장이 바뀌었다 해서 급격히 변한다면, 그동안의 정책을 통해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받았던 서울시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며 “당리당략에 따라 먹거리정책을 이용하는 상황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도농상생 공공급식 정책은 단순한 먹거리정책으로서만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 간 교류·연대의 틀로서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서울공화국’이라지만, 서울만 혼자 갈 길 가는 대한민국은 지속불가능하다. 새 서울시장이 누가 되든 서울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도농상생 정책은 멈춰선 안 된다. 새 서울시장은 농민의 신뢰를,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받는 서울 시민들의 신뢰를 잃지 말기 바란다. ‘텔아비브의 환희’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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