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서울시장, ‘식물공장’ 말고 ‘농촌’을 바라보라

  • 입력 2021.03.28 18:00
  • 수정 2021.03.28 19:0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다음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농민·먹거리운동 진영은 서울시장 후보들의 농업·먹거리 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각 후보들의 도농상생 관련 관점은 어떤지, 시민사회가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촉구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무상급식이 싫었던 그가 돌아왔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출처 : 오세훈 후보 공식블로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출처 : 오세훈 후보 공식블로그

그가 돌아왔다. 모든 아이들에게 ‘공짜 밥’ 주는 게 그렇게도 싫었던 사람. 신문에 ‘친환경 무상급식 반대’ 광고까지 실었던 사람. 친환경 무상급식을 막으려고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까지 감행했던 사람. 그러고서 투표율이 미달되자 자진사퇴해 비웃음 샀던 사람.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고 범(凡)보수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2011년 사퇴한 뒤 정확히 10년 만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이라 매도하며 먹거리문제를 이념 영역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인 오 후보의 등장에 농업·먹거리운동 진영의 근심은 깊어졌다.

오 후보는 지난 16일 열린 보수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아직도 무상급식을 반대하냐”는 안철수 후보의 질문에 “무상급식이 아니라 ‘세금급식’이라 생각하고, 무상급식을 반대한 게 아니라 ‘부자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것”이라며 “미국에서 1년 생활하며 살펴보니 어려운 집안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여유 있는 집안 아이에겐 안 하더라. 계층과 무관하게 무상급식하는 나라는 없다. 민주당이 억지논리를 만든 것”이라 말했다. 오 후보는 무상급식에 대한 생각이 10년 전과 그대로임을 입증했다.

오 후보는 대신 “무상급식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전면 실시되는데 굳이 그걸(무상급식)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꼭 반대하고 싶진 않다. 기왕 하는 걸 철회하거나 취소하는 건 반대한다”며 현행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의 철회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한 먹거리운동 진영 관계자는 “오 후보가 기왕 하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철회하진 않겠다고 했지만, 달리 말해 더 확대시키지도, 발전시키지도 않겠다는 것”이라며 “오 후보의 당선 시 공공급식 영역으로의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도, 도농상생 정책의 강화도 도태되거나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먹거리’ 공약만 있고 ‘도농상생’ 공약은 없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출처: 박영선 후보 공식블로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출처: 박영선 후보 공식블로그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후보로 선출됐다. 유치원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 어르신 점심 무상급식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친환경 공공급식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게 박 후보의 입장이다.

그러나 ‘도농상생’ 관점에서 보면 박 후보도 결코 나을 게 없다. 박 후보가 주력으로 미는 공약 중 하나인 ‘수직정원 도시’ 공약엔 스마트팜 조성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다. 지난달 9일 박 후보가 진행한 수직정원 도시 관련 정책발표회에서 조신형 건축가는 조성하고자 하는 스마트팜 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스마트팜 체계는 연간 3만톤의 채소를 생산해 성인 20만명이 1년간 필요로 하는 채소를 생산·공급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으며, 이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와 물은 태양발전 체계와 빗물 집수를 통해 확보된다는 게 조 건축가의 설명이었다. 달리 말해 성인 20만명 분의 채소를 농촌이 아닌 도시 스마트팜에서 자체 생산한다는 뜻이다.

박 후보의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다. 박 후보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재임할 시 경기도 평택시 ㈜팜에이트의 식물공장을 방문해 ‘스마트팜 경쟁력 확대를 위한 스마트공장 보급사업 확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요컨대, 박 후보의 공약엔 유치원 친환경 무상급식 등 ‘먹거리’ 관련 공약은 있으나 ‘도농상생’을 추구하는 공약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최악의 경우 유치원 친환경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채소가 수직정원 스마트팜 또는 식물공장에서 재배된 ‘무농약 인증’ 먹거리로 채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 서울시장, 도농상생 끈 놓지 말아야

시민사회는 새 서울시장이 누가 되든 결코 도농상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단순히 ‘먹거리정책 대상’ 중 하나로만 봐선 안 된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은 농(農)의 가치를 도시민들이 알아가게 만드는 계기이자 농민-도시민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라며 “앞으로 더욱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확대해 도농 간 연결망의 끈을 더욱 단단하고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은 △가락동 농산물 도매시장 공영성 확대 △서울시의 기본 먹거리 공급 책임 강화 △초·중등학교의 농업·농촌·먹거리 교육 의무적으로 매년 2회 이상 편성 △마을별 자매결연 사업 활성화 등의 도농상생 정책을 촉구했다.

특히 전농은 서울시가 먹거리 기본권 강화 측면에서 공공급식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차기 서울시장은 학교급식을 넘어 전체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급식 체계를 강화하는 공약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전농은 300인 이상 기업체의 사내 급식시설 운영 의무화, 쌀·김치 등 주요 식자재 구입비용의 국내산 구입 시 외국산과의 차액을 지원하는 공약을 촉구 중이다”고 밝혔다.

전농은 또한 직장인이 많은 지역에 서울시 직영으로 ‘공공급식 식당’을 개설해 국산 식자재로만 점심을 공급함으로써, 공공시설을 넘어 일반 식당에서 지역 농산물을 더 많이 사용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공약도 제안 중이다.

한편 서울먹거리연대(상임대표 권옥자)는 서울시장 후보들에 △먹거리 취약계층, 유치원·관공서·병원 등 공공급식 대상기관과 연계되는 도농상생 공공조달체계 구축 △위기대응 매뉴얼을 통한 긴급 먹거리 돌봄체계 구축 △마을부엌, 소상공인, 마을공동체와 함께 하는 일상적 먹거리 돌봄체계 구축 △생태도시 서울을 만드는 100만 기후농부 육성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특히 스마트팜 중심 도시농업 정책의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은 “도시농업은 식물공장을 통한 먹거리 대량생산 방식으로 기획될 게 아니라, 전통농법과 토종씨앗을 통한 생태농사로 미기후(微氣候, 지표면으로부터 지상 1.5m 높이까지의 기후)를 개선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농업으로 기획돼야 한다”며 “양액재배로 인공적인 환경에서 길러진 식물공장 농산물이 ‘무농약’이라 해서 친환경농산물일까? 그 과정에서 정작 농민들이 땅에서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은 소외될지도 모른다. 과도한 스마트팜 중시정책은 도농상생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