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국가 차원에서 ‘K-급식’을 이야기하며 급식분야의 ‘산업화’를 추진 중이지만, 진짜배기 K-급식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다. 정작 현 서울시정(시장 오세훈)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온갖 ‘문제점’을 거론하며 사업을 뜯어고치려는 가운데, 이 사업을 배우러 최근 해외 각국의 정치인·공무원들이 서울로 쇄도하고 있다.
여전히 ‘친환경유통센터 통합’ 기조 유지 중인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 3월, 7월 1일 자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체계를 ‘산지-서울 자치구 간 1대1 연계를 통한 산지 농산물 공급체계’에서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 통합 관리체계’로 바꾸려던 계획을 유예해야 했다. 시민사회의 강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상반기 동안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로부터 의견수렴을 받고, 오는 9월까지 개편 최종안을 내놓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개편안 시행 시점은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상반기가 지나고, 어느새 개편 최종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인 9월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아직 전혀 변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의견수렴’ 명목으로 이번 달 관내 어린이집들에 배포한 ‘공공급식 체계 개편 관련 어린이집 식재료 공급 Q&A’에 따르면, 자치구 개별센터를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기조는 그대로다.
서울시는 이 문서에서 사업 통합의 주요 명분으로 ‘식단 구성 다양화’를 들고 있다. 어린이집 급식을 위해선 공급되는 농산물 품목이 60여 가지는 돼야 하나, 기존 도농상생 공공급식 체계 하에선 자치구 센터 평균 28가지 품목(올해 1~8월 평균)만 공급해 식단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국 9개 산지 생산자단체와 계약을 체결해 매일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공급받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어린이집에서 희망하는 대부분의 품목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명분이다. 서울시는「친환경급식 식재료 조달 관리기준」에 근거해 사전선별(모양·크기·당도 등) 및 3단계에 걸친 검품·검수 과정을 거쳐 ‘최상급 품목’만 어린이집에 일괄 공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상의 기조가 확정된다면, ‘도시-농촌 간 직거래 선순환 유통구조 확립’이라는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기본 취지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농산물을 대량으로 납품 가능한 일부 산지조직 및 업체와의 거래가 중심이 될 뿐, 기존처럼 지역 소농이 유통구조에 참여하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진짜배기 K-급식’ 견학하러 서울로, 서울로
이런 상황에서 해외 각국의 정치인·공무원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은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도농 직거래 선순환 유통구조’를 확인하고자 서울을 찾고 있다.
지난 22일, 대만에서 온 ‘학교급식 및 농업 유통 사절단’이 서울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짝꿍 산지 : 전북 완주군)를 방문했다. 대만의 입법위원(국회의원) 및 농업부(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에 해당), 교육부 공무원 등 약 4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사절단엔 첸페이유·차이페이회이 입법위원(둘 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 소속), 농업부 농량서(農糧署, 식량 관련 부서) 쑤마우샹 부서장 및 핑쓰핀 과장 등이 참가했다.
이날 대만 사절단은 김영연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장으로부터 센터 운영 현황을 들으며, 특히 산지에서 농민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이 서울 강동구 관내 어린이집으로 공급되는 점,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산자-도시 소비자 간 도농교류가 이뤄지는 점 등에 대해 부러움을 표했다.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의 경우 암사동·강일동·고덕동 등 관내 도시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도 어린이집에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
외국에서 강동구 공공급식센터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엔 베트남에서도 공공급식 식재료 생산·유통 방안에 있어 서울 사례를 참고하며 자국의 대안을 만들고자 방문한 바 있고, 2020년엔 일본의 지방의원 및 농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견학 왔다.
한편 지난 24일엔 송파구 공공급식센터(짝꿍 산지 : 경북 안동시)에 일본 아키타현 지방의원들과 소비자단체 ‘마마 엔젤스’ 활동가 등이 방문했다. 친환경먹거리와 농업을 매개로 한 한-일 우호협력관계 증진 목적에서 한국을 찾은 이들은, 한국의 ‘선진사례’ 중 하나로서 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 실천 현장인 송파구 공공급식센터를 찾은 것이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도시-농촌 간 직거래 선순환 유통구조 확립’ 성격은 이미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2018년 9월 4일, 서울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제4회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 협약 연례회의’ 중 밀라노협약상 시상식에서 ‘먹거리 공급 및 유통’ 분야 특별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는 이처럼 그 특유의 가치를 인정받은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현 기조대로 일방적으로 뜯어고칠까, 아니면 이미 ‘K-급식’으로 호평받는 점을 인정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발전시켜나가는 길을 택할까. 오는 9월 초 서울시의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