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K-급식’, 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앞날은?

  • 입력 2023.08.25 09:35
  • 수정 2023.08.25 09:4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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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2일 대만 국회의원 및 농정분야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급식 및 농업 유통 사절단’ 참가자들이 서울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에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소개를 듣고 있다.
지난 22일 대만 국회의원 및 농정분야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급식 및 농업 유통 사절단’ 참가자들이 서울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에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 소개를 듣고 있다.
지난 22일 대만 국회의원 및 농정분야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급식 및 농업 유통 사절단’ 참가자들이 서울 강동구 공공급식센터를 방문했다.
지난 22일 대만 국회의원 및 농정분야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급식 및 농업 유통 사절단’ 참가자들이 서울 강동구 공공급식센터를 방문했다.

국가 차원에서 ‘K-급식’을 이야기하며 급식분야의 ‘산업화’를 추진 중이지만, 진짜배기 K-급식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이다. 정작 현 서울시정(시장 오세훈)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온갖 ‘문제점’을 거론하며 사업을 뜯어고치려는 가운데, 이 사업을 배우러 최근 해외 각국의 정치인·공무원들이 서울로 쇄도하고 있다.

여전히 ‘친환경유통센터 통합’ 기조 유지 중인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 3월, 7월 1일 자로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체계를 ‘산지-서울 자치구 간 1대1 연계를 통한 산지 농산물 공급체계’에서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 통합 관리체계’로 바꾸려던 계획을 유예해야 했다. 시민사회의 강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상반기 동안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로부터 의견수렴을 받고, 오는 9월까지 개편 최종안을 내놓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개편안 시행 시점은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상반기가 지나고, 어느새 개편 최종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인 9월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아직 전혀 변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의견수렴’ 명목으로 이번 달 관내 어린이집들에 배포한 ‘공공급식 체계 개편 관련 어린이집 식재료 공급 Q&A’에 따르면, 자치구 개별센터를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기조는 그대로다.

서울시는 이 문서에서 사업 통합의 주요 명분으로 ‘식단 구성 다양화’를 들고 있다. 어린이집 급식을 위해선 공급되는 농산물 품목이 60여 가지는 돼야 하나, 기존 도농상생 공공급식 체계 하에선 자치구 센터 평균 28가지 품목(올해 1~8월 평균)만 공급해 식단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국 9개 산지 생산자단체와 계약을 체결해 매일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공급받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통해, 어린이집에서 희망하는 대부분의 품목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명분이다. 서울시는「친환경급식 식재료 조달 관리기준」에 근거해 사전선별(모양·크기·당도 등) 및 3단계에 걸친 검품·검수 과정을 거쳐 ‘최상급 품목’만 어린이집에 일괄 공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상의 기조가 확정된다면, ‘도시-농촌 간 직거래 선순환 유통구조 확립’이라는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기본 취지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농산물을 대량으로 납품 가능한 일부 산지조직 및 업체와의 거래가 중심이 될 뿐, 기존처럼 지역 소농이 유통구조에 참여하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진짜배기 K-급식’ 견학하러 서울로, 서울로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공공급식센터를 방문한 일본 사절단이 센터 내 작업장에서 농산물 유통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송파구 공공급식센터 제공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공공급식센터를 방문한 일본 사절단이 센터 내 작업장에서 농산물 유통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송파구 공공급식센터 제공
지난 24일 일본 사절단이 서울 송파구 공공급식센터를 방문했다. 송파구 공공급식센터 제공
지난 24일 일본 사절단이 서울 송파구 공공급식센터를 방문했다. 송파구 공공급식센터 제공

이런 상황에서 해외 각국의 정치인·공무원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은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도농 직거래 선순환 유통구조’를 확인하고자 서울을 찾고 있다.

지난 22일, 대만에서 온 ‘학교급식 및 농업 유통 사절단’이 서울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짝꿍 산지 : 전북 완주군)를 방문했다. 대만의 입법위원(국회의원) 및 농업부(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에 해당), 교육부 공무원 등 약 4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사절단엔 첸페이유·차이페이회이 입법위원(둘 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 소속), 농업부 농량서(農糧署, 식량 관련 부서) 쑤마우샹 부서장 및 핑쓰핀 과장 등이 참가했다.

이날 대만 사절단은 김영연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장으로부터 센터 운영 현황을 들으며, 특히 산지에서 농민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이 서울 강동구 관내 어린이집으로 공급되는 점,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산자-도시 소비자 간 도농교류가 이뤄지는 점 등에 대해 부러움을 표했다. 강동구 공공급식센터의 경우 암사동·강일동·고덕동 등 관내 도시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도 어린이집에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한 바 있다.

외국에서 강동구 공공급식센터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엔 베트남에서도 공공급식 식재료 생산·유통 방안에 있어 서울 사례를 참고하며 자국의 대안을 만들고자 방문한 바 있고, 2020년엔 일본의 지방의원 및 농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견학 왔다.

한편 지난 24일엔 송파구 공공급식센터(짝꿍 산지 : 경북 안동시)에 일본 아키타현 지방의원들과 소비자단체 ‘마마 엔젤스’ 활동가 등이 방문했다. 친환경먹거리와 농업을 매개로 한 한-일 우호협력관계 증진 목적에서 한국을 찾은 이들은, 한국의 ‘선진사례’ 중 하나로서 서울 도농상생 공공급식 실천 현장인 송파구 공공급식센터를 찾은 것이다.

도농상생 공공급식의 ‘도시-농촌 간 직거래 선순환 유통구조 확립’ 성격은 이미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2018년 9월 4일, 서울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제4회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 협약 연례회의’ 중 밀라노협약상 시상식에서 ‘먹거리 공급 및 유통’ 분야 특별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는 이처럼 그 특유의 가치를 인정받은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현 기조대로 일방적으로 뜯어고칠까, 아니면 이미 ‘K-급식’으로 호평받는 점을 인정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발전시켜나가는 길을 택할까. 오는 9월 초 서울시의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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