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밀, 밥상에 올라야 진짜 자급률

  • 입력 2023.07.16 18:00
  • 수정 2023.07.16 18:37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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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덕동 한국우리밀농협에서 공공비축용 국산밀 정부 수매가 한창인 가운데 직원들이 지게차로 농민들이 가져온 국산밀을 건조저장시설 투입구에 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덕동 한국우리밀농협에서 공공비축용 국산밀 정부 수매가 한창인 가운데 직원들이 지게차로 농민들이 가져온 국산밀을 건조저장시설 투입구에 붓고 있다. 한승호 기자

7월은 정부가 밀 수매에 나서는 때다. 올봄 이상 저온과 잦은 비로 생산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작황은 좋은 편이다. 전체 생산량은 정부 예상보다 1만여톤 많은 6만톤을 웃도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수매 현장에선 알곡 상태도 좋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국우리밀농협(조합장 천익출, 우리밀농협)에 수매 물량을 넘기러 온 농민 김남권씨(동곡농협농민회장)는 “(생산량이) 조금 줄었어. 저온 피해로 꽃이 ‘얼어부러서’ 같은 평수라도 생산량이 들쭉날쭉혀”라면서도 얼굴엔 여유가 묻어났다. 올해도 그럭저럭 잘 넘겼기 때문이다. 이날 수확한 밀 800가마(가마당 40kg)를 싣고 온 김씨는 광주 광산구에서 20년 동안 친환경 밀 농사를 지었다. 올해 생산량의 90%는 우리밀농협을 통해 정부 수매로 넘기고, 10%는 광주광역시교육청에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한다.

그와 달리 천익출 조합장의 얼굴엔 복잡한 기색이 역력했다. “계약 외 물량이 너무 많이 나와 팔 데가 없다”는 거다. 조합으로선 조합원의 생산물을 어떻게든 책임져 줘야 하니 올해 우리밀농협 이사회는 남는 물량 처리를 놓고 고심에 휩싸였고, 가격을 조금 낮춰서라도 수매하기로 결단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조합이 더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가득하다.

수년째 0~1%대를 맴돌던 밀 자급률이 최근 3년 새 소폭 상승세를 타다 올해 2%대에 진입했다. 2020년「밀산업 육성법」시행으로 정부는 밀 증산에 그 어느 때보다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밀 생산 장려와 수매 확대 정책을 시행하면서 밀 농가는 그나마 숨통이 트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목표로 한 자급률에 아직 한참을 못 미치고 있는 지금, 벌써 현장에선 팔 데가 없다는 호소가 들려온다.

정부가 밀 생산량 늘리기에 집중하는 반면 소비시장 확대에 대해선 뾰족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지적은 이미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때에도 자체적으로 판로를 개척하며 0~1%대의 자급률을 지켜온 민간에선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이 지적을 단지 쓴소리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시장 확대는 국산밀을 신념으로 지켜온 민간의 힘만으론 어렵다. 거대 시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밀가루 유통 현황을 조사한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 라면(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을 보면, 밀가루 시장은 전체 1조5,000억원 규모(이 중 50~60%인 약 8,000억~9,000억원이 식품제조업체 납품 시장)다. 업소용 시장(주요 식품기업에 납품하거나 식당․중소 슈퍼․식자재상 등에 판매)이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주요 밀가루 수입·생산 기업 가운데 상위 3위 내 업체가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한다. 밀가루 소비 주체 점유율은 식품제조사(라면제조업체․제과업체․제빵업체 및 기타 식품 제조업체) 60%(500kg 이상 벌크), 업소용 35%(20kg 위주), 가정용 5% 내외(1kg 위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국산밀 소비 확대를 위해선 대규모 식품 제조업체들이 다만 얼마라도 나서줘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분 가공식품으로 우리 먹거리가 되는 밀, 이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식품기업들이 국산밀을 더 많이 쓸 수 있을까’를 놓고 시장조사, 가격 지원, 예산 투입 등 정부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진단이다. <한국농정>은 이에 대해 국산밀 관계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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