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어떤 제목을 붙일까 고민해 보았다. ‘새해희망’도 생각해보았다가 ‘새해소망’도 고려해보았는데 뭔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일을 마냥 바라기만 하는 것처럼 보였고 무엇보다 우리 앞에 놓인 농업, 농촌의 현실이 막연히 뭔가 ‘좋은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가롭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지난해 여름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한반도 전역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청주시 오송역 인근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고 산사태, 하천 범람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무엇보
‘23년도 나락 농협 수매가는 농민들의 땀방울을 반영하지 못한 가격이다.’ 농협의 저가 수매가 결정으로 일 년 농사의 성적표가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할 헐값으로 치부된 상황에, 농민들이 받았을 상실감, 분노, 허탈 등의 복잡한 감정을 보도자료 내 저 한 문장에 꾹꾹 눌러 담았다.삭풍이 몰고 온 한파와 이른 아침부터 쏟아진 폭설 속에서 ‘쌀값 보장’이 적힌 깃발을 매단 트랙터를 앞세우고 미곡종합처리장으로 향하는 농민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도 ‘농민들의 땀방울’을 철저히 무시한 농협의 행태에서 비롯했다.혹한의 날씨에 RPC 마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시간강사 부당해고를 규탄하며 대학(경희대학교)에 맞서 투쟁한 노동자,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성 문제를 지적하며 학내 투쟁을 진행한 정치학자,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의 실현을 촉구하며 다양한 실천을 벌이는 운동가, 그리고 강원도 인제군에 귀농해 농사짓는 농민.채효정 편집위원장의 이상과 같은 치열한 삶과 이력을 한정된 지면에서 어찌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다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채효정 위원장은 현장 농민의 관점에서 기후위기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기후정의 실현
우리나라 사과 재배는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긴 세월 동안 고품질 다수확을 위한 많은 재배 기술이 개발돼 발전해 왔다. 거름과 퇴비를 만들고 농약과 비료, 미량원소 영양제 등 많은 것들이 변해왔다.그중 하나가 나무의 수형이다. 재배 기술이란 단위 면적당 최대의 수확량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재식 거리, 열간 간격, 나무의 높이, 가지의 배치 등에서 100년간 수많은 실험이 있었다. 그중 많은 실험들은 실패로 돌아갔고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었다.농업직 공무원이나 학계에서 유럽이나 외국 선진
2024년 희망찬 새해가 시작됐다. 지난해 힘들었던 모든 일이 씻은 듯 사라지고 소망하는 일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새해를 맞이한다. 힘찬 새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긍정적인 일들만 생각하면 좋으련만 한국농업이 당면해 있는 위기는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2024년에도 농민·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돌파해야 할 어려움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재해의 대응 문제가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기후와 가장 밀접한 농업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분야이다. 기후위기로 농사환경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농민의 삶에 불확실성
지난해 수확기 첫 산지쌀값인 10월 5일자 쌀값은 80kg 기준 21만7,552원이었다. 산지쌀값은 11월 15일 19만9,280원까지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농민들이 받는 나락값이 전국적으로 40kg에 6만2,000원까지 하락했다는 점이다.2023년산 쌀값 폭락은 정부가 80kg 쌀값의 상한선을 20만원으로 정한 것부터 시작했다. 정부는 쌀 목표값인 20만원을 넘어설 것 같으면 할인행사와 농협을 통해 철저히 관리했다.그러나 2023년산 쌀의 정부 목표가격 20만원은 10년 전인 박근혜 대통령 시절 공언한 목표가격 21만4,000
결산의 계절이다. 지난해 북한 농업은 과거와 다른 성과를 보여줬다.노동신문이 지난해 11월초 “최근 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자랑한 것이다. 남한의 농촌진흥청도 “2023년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이 482만톤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31만톤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6.9%가 늘어난 실적이다. 양호한 기상조건을 증산의 이유로 꼽았다. 기상조건이 중요한 변수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남북한 당국이 모두 식량증산을 추정하고 있다면 과거와는 다른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는 기상조건만으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군대 급식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격리된 장병의 식단이 SNS에 공개되면서 군대를 보낸 부모들이 격앙됐고, 군비증강으로 무기의 현대화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병력을 좌우하는 병사들의 먹거리를 챙겨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장병뿐만 아니라 초급장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가 입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식사를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국방부는 군인의 먹거리 복지를 군대 급식 시스템 개선, 조리인력 보강, 기본 급식비 인상 등의 측
30대 후반까지 도시에서 살면서 계절은 그저 덥고, 춥고가 반복되고 거기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의미가 있었고 생활 속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쳇바퀴 돌 듯 사는 삶은 계절과는 별개였고, 가끔 저녁에 친구들과 술 한 잔하는 걸로 위안을 찾을 뿐 참 허한 삶이었다.여러 고민 끝에 귀농을 하고 시골에 와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계절의 변화였다. 봄·여름·가을·겨울마다 피고 지는 것도 다르고, 할 일도 다 달랐다. 드디어 철을 알게 된 것이다.온갖 생명들이 움트는 봄에는 씨앗을 뿌리지만 뿌리지 않아도 절로 올라오는 봄나물이 지천이고
지난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농정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묻는 질의에 송 후보자는 정황근 전 장관 청문회 당시와 똑같은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정황근 장관의 농정철학을 확실히 이어가겠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잘못 보낸 문서인지 심지어 띄어쓰기 오류조차 똑같았다.거기에 한술 더 떠 ‘농가소득 안정이 제1과제’라면서도 농산물가격보장제 도입에 반대했고, 쌀값이 폭락해 정부가 약속한 20만원 선조차 무너졌음에도 ‘쌀값은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농식품부는 곧 공공비축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생산비 폭등, 농축산물 가격 폭락, 그리고 기후위기로 빈번해진 농업재해의 문제까지 다양한 악재로 인해 유난히 힘들었던 해였다. 2024년 새해는 작은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한 가지 기대해 본다면, 농업 현장, 농민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쩌면 산적해 있는 농업 문제의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 생기는, 바로 선거철이기 때문이다.내년 4월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얼마 전, 때아닌 많은 겨울
45년 만에 최대치로 떨어진 쌀값 폭락에 양곡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외침이 거세졌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제1호 거부권을 행사했고, 농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올 한 해 고물가·고금리로 민생이 파탄났고 농민들 또한 생산비 폭등과 기후재난으로 더 큰 고통을 겪어냈지만, 윤석열정권은 아무런 대책 없이 그저 고물가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전가시키기 바빴다. 게다가 수확기 무관세·저율관세할당(TRQ) 수입으로 농산물 가격까지 폭락시키며 농민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이에 농민들은 더이상 윤석열정권을 가만둘 수가 없다고 선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우리 농협, 넓게는 농업의 4년 명운을 가를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앙회장 연임제 이슈가 늘어지면서 선거판 상황은 역대 어느 때보다 오리무중이지만, 그럼에도 선 굵은 인물들이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본지는 이달부터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인물들을 한 주에 2명씩 만나 차례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주차별 섭외 순서는 무순(기자 출장여건 및 대상자들과의 일정 조율을 고려)이다. 8년 전부터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준비해온 ‘선거 재수생’들과 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우리 농협, 넓게는 농업의 4년 명운을 가를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앙회장 연임제 이슈가 늘어지면서 선거판 상황은 역대 어느 때보다 오리무중이지만, 그럼에도 선 굵은 인물들이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본지는 이달부터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인물들을 한 주에 2명씩 만나 차례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주차별 섭외 순서는 무순(기자 출장여건 및 대상자들과의 일정 조율을 고려)이다. 출생은 충남 서천. 학업과 임관은 경기 남부, 지금은 강원 횡성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되고 나라의 새로운 일꾼을 선출할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와 있다. 매번 국회의원 선거마다 반복되는 상황이라 이제 놀랍지도 않지만, 선거구 획정은 아직도 깜깜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지라 정치 신인들은 나름 준비한 일정대로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태이고, 기존 현역 의원들은 여론조사 추이를 지켜보면서 저울질하고 있다.이번 선거구 획정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안이 며칠 전에 발표된 뒤, 농민들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28번째인 당사국총회는 각국의 정상, 국제기구, 정부 관계자, 전문가, 산업계 등 7만여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다. 전 세계적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이번 회의에서 지금까지는 주요하게 논의하지 않았던 식량, 농업부분에 대한 의미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반면 최종 합의안에 대한 논란도 많다.먼저 농업분야 의의를 찾는다면, COP28에
광역지자체 최초로 전라북도에서 필수농자재지원조례가 통과됐다. 지난 13일 열린 전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9명은 ‘필수농자재지원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해 주목받고 있다.필수농자재지원조례는 생산비 폭등과 농산물 가격 폭락 사이에 숨통을 틔워보자는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에서 출발했다.농사를 짓는 데 꼭 필요한 농자재값 폭등세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1월 오미화·박형대 전라남도의원이 주최한 생산비 폭등과 농가경제 대책을 논의하는 긴급현안 토론회에서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스마트팜 농가가 하소연을 했다. 6,400평 유리온실 스마트
어느 매체에 실린 탈북민의 고향 이야기를 읽었다. 강냉이에 얽힌 사연이었다. 1990년대를 회상하며 글쓴이는 “그 당시 우리에겐 쌀값이 아닌 장마당 강냉이값이 살아가는 모든 지표의 기준”이었다고 표현했다. “굶지 않으려면, 아니 죽지 않으려면 강냉이가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 처참했던 북한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었다. 필자의 글을 통해 그가 2000년대 중반 탈북했음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그는 지금도 “가끔 북한 소식을 듣는 기회가 되면 쌀값보다는 강냉이값을 묻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강냉이는 여전히
법은 누군가의 욕망을 반영한다. 법에 등재된 권리는, 특정한 욕망의 실현을 보장하겠다는 국가 권력의 선언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의 실현을 보장한 것이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이다. 억압당하지 않은 채 거주하고 말하고 사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의 실현을 보장한 것이 갖가지 자유권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이가 동의하는 욕망에 바탕을 둔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만 있는 게 아니다. 한 가지 대상을 두고 사람들의 욕망이 서로 부딪히는 상황에서 법을 만들거나 바꾸거나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자주 생긴다. 입법자는 어떤 이유로 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매번 씁쓸한 우리네 농업·농정의 단상을 밝히던 칙칙한 기자수첩에서 벗어나, 다소 밝고 희망찬 내용을 담아볼까 한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8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콜롬비아 보고타서 열린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 다녀온 일종의 소회다.국제농민연대체인 비아캄페시나는 현재 전 세계 81개국의 182개 농민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번 총회에선 호주 식량주권연대와 팔레스타인 농민연합 등 새로운 농민단체가 정회원으로 결합했고, 이에 비아캄페시나는 중동·북아프리카까지 포함한 10개 지역으로 그 구성이 확대됐다.워낙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