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새해에는 건강하고 기후친화적인 군대 급식으로 전환하자

  • 입력 2024.01.01 00:00
  • 수정 2024.01.01 00:15
  • 기자명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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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군대 급식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격리된 장병의 식단이 SNS에 공개되면서 군대를 보낸 부모들이 격앙됐고, 군비증강으로 무기의 현대화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병력을 좌우하는 병사들의 먹거리를 챙겨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장병뿐만 아니라 초급장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가 입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식사를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군인의 먹거리 복지를 군대 급식 시스템 개선, 조리인력 보강, 기본 급식비 인상 등의 측면에서 검토해 왔다. 2023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국방부는 올해부터 13개 부대의 급식을 뷔페식 민간위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군장병들의 급식을 ‘뷔페식 민간위탁’으로 바꾸면 군대 급식의 질이 개선되고 병사들의 먹거리기본권이 확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칫 장병들의 변화된 선호도라는 가치를 근거로 부실급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아닌가 우려스럽다.

지난 2021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식품기업 식재료조달 시범사업에서 급식 품목의 74.6%를 수입산(중국산)으로 공급했다. 18개월 동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한국 청년들의 먹거리 복지를 저렴한 외국산 식재료 도입으로 감당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민간위탁과 경쟁입찰 체계를 전면 도입해 가공품, 수입농산물 중심의 먹거리로 장병들의 밥상을 본격적으로 차려가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서도 국방부와 국방위원회의 의도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군인들의 먹거리를 규정하는 「군인급식기본법안」의 제7조에서 그동안 접경지역 농축수산물을 군부대에 납품하는 근거 조항이 삭제됐고, 이는 2023년 8월 국방위원회에서 가결됐다. 이로써 공공급식을 통해 접경지역 농민이 농축수산물을 군대에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공공조달을 통한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했다.

그리고 동법 제7조 3항은 식품 대기업의 군납 사업 참여를 개방했다. 저가입찰을 통한 공공조달체계에 의존한다면 군대의 먹거리 복지는 이뤄질 수 없다. 대기업을 위시한 경제적 효율 추구 방식의 식재료 공급체계는 공급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일 뿐이다.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시장’에 군대 급식을 맡겨서는 공공성 확보는 물론이고 먹거리의 품질, 위생, 안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공공급식의 민영화를 보장하는 개악된 「군급식기본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경기도는 접경지역 군급식 개선을 위해 2019년부터 ‘접경지역 친환경·일반농산물 차액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와 함께 접경지역 농가 조직화를 위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접경지역 주민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계획생산, 계약재배의 영역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장해 지역산 친환경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에 앞장서고 있다.

군대 급식은 장병의 선호와 기대에 부합하는 ‘먹고 싶은 급식’이어야 하지만 전시에도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국방부의 2024년 예산안 중 급식 및 피복비가 2조6,000억원이다. 국방부 장관은 기후위기 시대에 어떻게 48만 군인에게 더 건강하고 기후친화적인 유기농 저탄소 식단을 제공할 수 있을지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등에 근거해 접경지역 농민들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도 방관하지 말고 친환경 공공급식 확대 정책으로 기후, 건강, 환경, 유기농 농지 확대에 대한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새해에는 공공조달을 통해 물과 토양의 오염을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확대하고, 탄소배출은 줄이는 기후친화적인 군대 급식으로 전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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