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결산의 계절, 지난해 식량이 증산된 이유는?

  • 입력 2024.01.01 00:00
  • 수정 2024.01.01 00:15
  • 기자명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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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결산의 계절이다. 지난해 북한 농업은 과거와 다른 성과를 보여줬다.

노동신문이 지난해 11월초 “최근 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자랑한 것이다. 남한의 농촌진흥청도 “2023년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이 482만톤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31만톤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6.9%가 늘어난 실적이다. 양호한 기상조건을 증산의 이유로 꼽았다. 기상조건이 중요한 변수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남북한 당국이 모두 식량증산을 추정하고 있다면 과거와는 다른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는 기상조건만으로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한 농업 결산은 식량작물 증산 요인인 농업정책과 인프라 전반에 대한 분석이 필수다. 크게 네 가지 변수를 살펴볼 수 있는데, 농업예산, 비료공급능력, 농기계공급능력, 관개체계 등이다.

먼저 농업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농업 및 농촌개발을 위한 예산을 전년 대비 14.7% 대폭 증액했다. 김정은식 농업정책 발표 10년을 맞아 식량작물 생산을 대폭 늘리기 위한 인프라 개선사업에 정책을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둘째 질소비료 등 비료공급능력이 강화됐다. 북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대 질소비료공장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가 2023·2024년 시비년도 생산계획을 조기 완수하고 추가생산을 기록했다. 국내 생산이 충분치 않은 인비료도 주요 변수이다. 국내 생산물량과 함께 인비료성분이 보강된 복합비료를 지난해 초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농사현장에 공급했다. 관련해 지난해 10월말 노동신문은 황해남도의 저수확지인 삼천군 탑평농장에서 “린안비료를 정말 오랜만에 가득히 쌓아놓고 마음껏 포전에 시비했다”고 보도했다. 질소비료에 비해 인비료 생산이 원활하지 않은 북한에선 매우 이례적인 기사다. 온실농장용 액비 생산도 늘어났다. 함경도의 대규모 온실농장인 중평과 련포농장에 액비료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종합벼수확기 등 농기계 생산이 늘어났다. 지난해 수확기와 파종기 등 농기계가 1만대 이상 농촌에 공급됐다. 지난 2022년 황해남도에 집중 공급된 5,500대에 이어 농기계 생산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벼, 옥수수, 밀 등의 수확기 공급은 수확 후 손실분을 절감해 작물생산량의 순증효과를 높이는 효과적 수단이다.

넷째 밭관개시설이 개선됐다.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2만4,000여km의 물길보수, 1만2,000여개소의 지하수 시설 건설 및 개선, 1,500여개소의 관개시설건설 및 보수, 2,400여km의 관늘이기공사, 3,000여개소의 양수장이 새로 건설됐다. 그 결과 가뭄피해지역 6만여정보의 밭관개망이 일신되고, 20여만정보의 관개체계가 정비됐다는 것이다.

앞선 농업 인프라 개선이 효과를 보면서 지난해 “최근 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의 식량작물은 부족하다. 산업 및 식품가공용, 축산사료용 곡물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국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표할 올해 농업정책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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