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고 올바름

  • 입력 2024.01.07 18:00
  • 수정 2024.01.07 18:28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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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23년도 나락 농협 수매가는 농민들의 땀방울을 반영하지 못한 가격이다.’ 농협의 저가 수매가 결정으로 일 년 농사의 성적표가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할 헐값으로 치부된 상황에, 농민들이 받았을 상실감, 분노, 허탈 등의 복잡한 감정을 보도자료 내 저 한 문장에 꾹꾹 눌러 담았다.

삭풍이 몰고 온 한파와 이른 아침부터 쏟아진 폭설 속에서 ‘쌀값 보장’이 적힌 깃발을 매단 트랙터를 앞세우고 미곡종합처리장으로 향하는 농민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도 ‘농민들의 땀방울’을 철저히 무시한 농협의 행태에서 비롯했다.

혹한의 날씨에 RPC 마당 가득 트랙터를 줄 세우고 머리와 어깨 등지에 쌓이는 눈을 털어내며 “RPC 입구부터 막자”는 고함이 불쑥 터져 나온 것도 일 년 내내 피땀 흘려 농사지은 대가, 그 헐한 ‘농민값’에 대한 피맺힌 울분 아니었을까. 지난해 세밑, 충남 서천 농민들은 ‘저가 수매가 결정 농협 규탄 집회’를 열었다. 위 설명은 그 풍경의 일부를 글로 옮긴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으레 붙이는 ‘희망찬’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무색하다. 정녕, 올해는 작년과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 신년사에서 ‘올해도 국민의 자유를 확대하고 후생을 증진함과 아울러,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구상하는 ‘공정한 사회’에 정녕, 농민들의 자리가 있는지 묻고 싶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2023년산 산지쌀값 20만2,797원(80kg 기준)을 두고 ‘수확기 쌀값 20만원 약속을 지켰다’며 자화자찬하는 태도 등 그간 윤석열정부가 농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에게 새해가 희망차려면 비룟값, 농약값, 인건비, 농지 임차료 등 오를 대로 오른 생산비에 합당한 쌀값, 농산물가격이 필요하다. 그게 공정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공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공정(公正), 「명사」공평하고 올바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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