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검증되지 않은 벼 종자(가남일호)로 유례없는 피해를 보았던 여주시 농민들, 배수문 관리를 방치한 시 당국에 항의 끝에 홀로 소송에 나선 농민 주상중씨,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어도 정작 가장 필요할 때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자 서울 보험사(NH농협손해보험)로 단체 상경한 담양 딸기 농가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의 움직임을 촉발한 건 분노였다.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모두 자신들이 놓인 상황을 ‘비상식적’이라 봤고, 상대를 향해 ‘농업 현장을 전혀 모르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슈이지만
의료계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집단진료거부 7주차에 접어들던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을 최일선에 앞세운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한 치 물러남 없는 팽팽한 대치를 계속 이어가는 상황이다. 연일 보도되는, 해결이 요원한 듯한 갈등 상황과 파업으로 발생한 안타까운 사례들로 피로감마저 느껴지는 가운데 묵묵히 막중한 업무를 감내하며 환자 곁을 지키는 적지 않은 의료인의 노고가 행여 잊히거나 왜곡될까 우려된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끊임없는 이상기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농민들의 처지를 아랑곳 않는 주류 언론의 ‘농산물 가격 때리기’에 맞서 농민을 변호하고, 소비자의 이해를 이끌어 내는데 있어 어떻게든 힘을 더하는 일련의 활동은 어느덧 농업전문지 기자들의 중한 소임이 됐다.딱 3년 전 이맘때쯤, 전남 신안 임자도를 다녀와 냈던 ‘신안 임자도 금대파 고향 떠나는 길’이란 제목의 스케치 기사 역시 그런 보도활동의 결과물 중 하나였는데, 작금의 ‘대파 난리통’은 쉽게 묻혀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하고, 이와 관련해 한 번 더 꺼내보고 싶은 임자도에서의 기억도 있어 굳이 말을 더 얹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모두가 ‘지역소멸’ 문제를 이야기한다. 관료와 학자, 언론을 막론하고 “이대로 지역에서 사람이 줄어든다면 결국 지역도 소멸하리라”라는 진단을 제기한다.물론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줄어들고 소멸위기가 심화되는 건 심각한 문제가 맞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인과관계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소멸위기’의 근본 원인으로서 양극화,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2024년 현재, 수도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간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다. 비수도권 주민들은 결코 수도권 주민들
거액의 돈이 움직이는 농협 금융계열사들과 농협상호금융은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농협중앙회 혹은 몇몇 고위 인사들의 자금줄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 이후만 봐도 이들 금융부문에 얽힌 불법 선거자금 루머가 물밑에서 요란하게 번지고 있는 중이다.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에 검사팀을 상주시키며 고강도 검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지난 한 주 농협이 떠들썩했다. 금감원이 이를 부정하면서 소란이 잦아드는 모양새지만, 소란이 발생한 타이밍은 여러 가지로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의도성이 있다 해도 지금으로선 그게 뭔지 알 길은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입틀막은 ‘입을 틀어막다’를 줄인 말이다. 요새 온라인엔 ‘입틀막’이 들어간 뉴스 헤드라인이 가득하다. 최근 가장 ‘핫한’ 단어.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하라”라고 외친 순간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그의 입을 틀어막은 뒤 사지를 들고 밖으로 끌고 나간 사건 때문이다.그러든 말든 이날 윤 대통령은 졸업생들에게 “마음껏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라고 축사를 건넸다. 역대 정권 최초로 R&D 예산을 대폭 삭감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차림 비용과 농수축산물 물가에 대한 온갖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관계기관 조사 결과를 앞세워 올해 설 명절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보도도 언뜻 눈에 띄지만 값이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거나 급등한 농산물 가격에 설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 비싼 가격 탓에 차례상을 풍족하게 차릴 수 없어 조상님께 죄송하다는 제목을 단 기사 등이 대부분이다. “설 연휴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전재한 보도와 더불어 농식품부에서
지금 프랑스를 비롯해 온 유럽은 대륙 전체가 농민들이 일으킨 대규모 무력시위로 뒤숭숭하다. 나라마다 입장과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간의 노선을 최대한 수정해가면서까지 농민들과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2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합의에 다다랐던 남미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을 중단하려고 하는 상태다.현지에선 프랑스 정부와 마크롱 대통령이 농정에 대한 장기적 관점 없이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대 메르코수르 협상을 공격하고 있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으나, 농민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한반도 남측의 사과가 ‘월북’ 중이다. 정확히는 재배 가능지역이 ‘북상’ 중이다. 과거 남측의 대표적 사과 주산지였던 대구시는 더는 주산지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배농가가 줄었다. 기후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북 영주 등지로 이미 산지가 북상한 상황이다.이대로 기후위기가 심화된다면 2050년대에 한반도 남측에선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하리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2060~70년대엔 아마 남측에선 (통일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국산 사과’를 접하기 힘들어질 것이며, 사과 주산지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중앙 및 지역 지도부가 교체되는 시기다. 전농은 국내 농민단체 가운데 가장 진보적·비타협적 성격을 띠는 단체로 유명하다. 일정한 기관의 지원도, 기업의 후원도 없이 회원들의 헌신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그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다.전농의 중앙·지역 지도부는 ‘추대’ 방식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회원들의 부름에 의해 대표직을 맡은 이들은 번듯한 관용차도, 충분한 급여도 없이 자신의 건강과 재산을 소비해가며 농민들을 위해 봉사한다. 그렇기에 전농은 자본이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30년이 넘도록 정의와 민주의 가치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매번 씁쓸한 우리네 농업·농정의 단상을 밝히던 칙칙한 기자수첩에서 벗어나, 다소 밝고 희망찬 내용을 담아볼까 한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8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콜롬비아 보고타서 열린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 다녀온 일종의 소회다.국제농민연대체인 비아캄페시나는 현재 전 세계 81개국의 182개 농민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번 총회에선 호주 식량주권연대와 팔레스타인 농민연합 등 새로운 농민단체가 정회원으로 결합했고, 이에 비아캄페시나는 중동·북아프리카까지 포함한 10개 지역으로 그 구성이 확대됐다.워낙 다
우리는 발효과정 대신 염산으로 단백질을 분해한 ‘아미노산액’을 간장으로 부른지 오래다. 여기에 미량의 양조간장만 섞으면 제품명에 ‘진간장’을 붙일 수 있고, ‘발효명가’와 같이 혼란을 부를만한 브랜드 표어를 공통으로 덧입히는 데도 전혀 제약이 없다. 혼합간장이라는 대분류 아래 적시하는 성분표에서도 산분해 ‘간장’으로 표기된다.우리 콩으로 제대로 만든 발효간장도 수입 콩 아미노산 분해액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보기에는 그저 똑같은 간장이다. 차이는 성분표에 적힌 매우 작은 글씨로나 확인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어떤 이유로 ‘혼합간장’,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119대29.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엑스포(등록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투표 참가국 165개국 중 3분의 2 이상인 119개국의 표를 얻음으로써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에 맞섰던 부산광역시는 29개국의 표를 얻는 데 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윤석열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부산과 리야드 간 판세가 ‘박빙’이라는 예측을 수도 없이 내놨다. 박빙이란 ‘얇게 살짝 언 얼음’이란 뜻으로, 백지장 한 장 두께 수준의 아주 미세한 차이를 표현하는 단
기자는 올해 정부 ‘농업인의 날 기념식’을 취재하지 못했다. 대통령실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전문지를 일괄 배제한 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취재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럼피스킨 확산에도 불구하고 1,700명의 농업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지만 유독 농업전문지 기자 20~30명의 입장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농민들을 위한 행사임에도 정작 농민들을 고정독자로 둔 농업전문지들엔 생생한 기사가 실릴 수 없게 됐다.화면을 통해 접한 대통령의 기념사는 최근의 처참한 농업 현장 상황을 전혀 보듬지 못했다. “쌀값을 20만원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집중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지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발언대에 특별한 참고인이 섰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와 수년간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다. 그는 6년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살며 하루 11시간씩 일했지만, 임금은 8시간 치밖에 못 받았고 천만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은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미지급 상태라고 전했다.그간 농업계가 한번도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엄존해 온 사안이 농촌 외국인노동자 처우와 인권 문제다. 당사자들의 발언 기회마저 거의 없던 터라 이날 국감은 더 의미 있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저율관세할당(TRQ) 콩 수입물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을 질타했다.윤 의원은 “TRQ 수입 콩은 국내 시장에 들어온 뒤 한국연식품조합연합회와 한국장류협동조합 등 수요자단체를 통해 소속 회원사에게 다시 배분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요자단체가 CJ제일제당 및 대상, 남양유업 등 대기업 또는 대기업계열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막대한 자금력을 동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소 황당한 지적이 나왔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주요 농민단체(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정권 퇴진운동에 참여하는 등 ‘좌편향’된 움직임을 보여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단 얘기였다.우선 시민단체의 정권퇴진 운동 참여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가삼권과 언론을 감시하며 필요한 경우 자율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운동하고 행동하는 건 민주주의 국가 속 시민단체 어느 곳이든 수행해 마땅한 본분이다.더욱이 ‘편향’을 가르는 기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서아시아의 화약고인 팔레스타인 일대에서 전면전이 발발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 및 대규모 침투 작전을 개시하자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을 가하는 등, 전쟁의 불길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일견 하마스가 난데없이 선제공격을 가하며 평화를 깬 것처럼 보인다. 전후 정황 확인이 필요하긴 하나,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위인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 및 민중 탄압·학살로 인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분노가
이제는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법’으로 더 유명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본지는 이 법안의 문제점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며 이후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 농해수위 전체회의, 법사위 전체회의 등 국회 내 모든 회의를 밀착 취재하고 있다.농해수위가 이 법안을 의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아연실색했다. 법안은 명백히 비상식적이었고, 몇몇 의원들의 법안 반대 의견은 매우 논리정연했으며, 이에 대한 반론조차 개진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원안 가결. 위원장·간사와 여당 의원들은 하다못해 법안 통과를 위한 ‘억지논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도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둘러봐도 골치 아프고 한숨 나오는 기사들만 가득하다. 그러다 눈이 번쩍하는 기사를 만났다. 최신이거나 단독, 심층기사여서가 아니었다. 그 기사로 무뎌진 마음의 회로가 켜지고 용기를 새로이 얻어서다. 사연은 이렇다. 7월 9일 자로 5년을 꽉 채운 기자 생활. 제대로 하고 싶었던 것만큼 헤맸던 시간으로 일은 좀 익숙해졌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이때 취재차 제주에서 만난 한 농민은 기자의 질문에 “인터뷰가 탐탁지 않다. 이미 지면에 수십 번도 더 깔렸다. 그런데도 깡그리 무시하고 가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