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부쳐

  • 입력 2024.01.21 18:00
  • 수정 2024.01.21 18:4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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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중앙 및 지역 지도부가 교체되는 시기다. 전농은 국내 농민단체 가운데 가장 진보적·비타협적 성격을 띠는 단체로 유명하다. 일정한 기관의 지원도, 기업의 후원도 없이 회원들의 헌신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그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다.

전농의 중앙·지역 지도부는 ‘추대’ 방식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다. 회원들의 부름에 의해 대표직을 맡은 이들은 번듯한 관용차도, 충분한 급여도 없이 자신의 건강과 재산을 소비해가며 농민들을 위해 봉사한다. 그렇기에 전농은 자본이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30년이 넘도록 정의와 민주의 가치를 지켜올 수 있었다.

8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농협중앙회장 선거판이 활력 넘치는 축제의 장처럼 보이지만, 전농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쓸쓸한 건 오히려 농협 쪽이다. 수많은 후보들에게 알게 모르게 수많은 조력자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 진위와 상관없이 선거판에 수백 수천만원씩의 금품수수 소문이 돌고 있는 현실, 현직 농협중앙회장이 임기 4년을 통째로 투자해 연임을 노리려 하는 행태.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은 ‘돈’에 있다.

사심 없이 진실된 마음으로 농업·농민을 위해 헌신하기엔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너무 많은 젖과 꿀이 있다. 지금까지 농협개혁을 거부해온 중앙회 몸부림의 실체 역시 이것이라 생각한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맞아 딱 하나 바라는 점을 말한다면, 취임과 함께 다만 몇 가지라도 본인에게 주어진 특권을 내려놓을 줄 아는 중앙회장을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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