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협금융은 농민의 것

  • 입력 2024.03.17 18:00
  • 수정 2024.03.17 18:5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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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돈이 움직이는 농협 금융계열사들과 농협상호금융은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농협중앙회 혹은 몇몇 고위 인사들의 자금줄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 이후만 봐도 이들 금융부문에 얽힌 불법 선거자금 루머가 물밑에서 요란하게 번지고 있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에 검사팀을 상주시키며 고강도 검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지난 한 주 농협이 떠들썩했다. 금감원이 이를 부정하면서 소란이 잦아드는 모양새지만, 소란이 발생한 타이밍은 여러 가지로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도성이 있다 해도 지금으로선 그게 뭔지 알 길은 없다. 부적절한 자금 흐름에 관한 소문을 금감원이 확인해보려 했던 것인지, 누군가가 NH투자증권 대표 인선을 둘러싼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의 대립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인지. 기자로서 무척 흥미로운 눈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눈에 확실히 거슬리는 건, 이번 고강도 검사 루머에서 등장한 금감원의 ‘표면적 명분’이다. 루머를 최초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금감원 측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을 통해 받아가는 돈(농업지원사업비)이 과도하다”, “경제사업에서 난 적자를 신용사업으로 벌어 메꾸는 행태가 심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건의 본질과는 별개로, 농협 조직과 그 정체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무지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금융당국만의 문제일까. 소위 ‘금융권’이라는 세계에 몸담고 있는 농협금융이 농협의 생리와 농협금융의 특성을 업계에 꾸준히 설명해왔다면 적어도 공적 조직에서 이같은 무지성 발언이 나올 순 없었을 것이다. 신경분리 이후 한결같이 농업에서 멀어지려 했던 농협금융의 모습을 생각하면, 오히려 농협금융 임직원들이 금감원에 ‘소스’를 제공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농업협동조합법」을 펼쳐 기초부터 공부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금감원도 그렇고 농협금융도 그렇다. 세간의 의혹처럼 농협금융의 돈을 개인의 영달에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특히 그렇다. 농협금융은 강호동의 것도 이석준의 것도 아닌 농민의 것임을 세상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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