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코 적지 않은 24.6%

  • 입력 2023.10.29 18:00
  • 수정 2023.10.29 21:3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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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저율관세할당(TRQ) 콩 수입물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을 질타했다.

윤 의원은 “TRQ 수입 콩은 국내 시장에 들어온 뒤 한국연식품조합연합회와 한국장류협동조합 등 수요자단체를 통해 소속 회원사에게 다시 배분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수요자단체가 CJ제일제당 및 대상, 남양유업 등 대기업 또는 대기업계열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대기업이 수요자단체를 통해 공매 물량을 배정받으면 이게 실적이 되기 때문에 직배 물량도 많이 배정받게 되는 구조가 반복돼 사실상 TRQ 공급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 자료를 요청해보니 정부도 이전엔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대기업과 그 계열사들이 매년 가져가는 TRQ 수입농산물의 양이 전체의 24.6%였다. 저율 관세로 대기업 밥상 차려주는 일을 해선 안 되며 TRQ 물량 최종 배분까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달 보도한 기사 내용이었기에 장관의 답변을 숨죽여 지켜봤다. 하지만 정황근 장관은 당당한 태도로 일관하며 “대기업에 75%가 흘러간다면 의원님 말씀이 맞겠는데 24.6%다. 대기업 편중 혹은 일방적으로 대기업만을 위한 게 절대 아니다. 저율관세(TRQ) 수입은 국내 상황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해 들여오고 있다”고 답했다.

너무나도 번듯한 답변에 당황스러웠다. 장관의 대답과 다르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오늘날의 TRQ 수입은 소비자 물가안정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앞세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수확기 직전에마저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원료 농산물을 수입하는 대기업에까지 굳이 TRQ 수입농산물을 배정할 필요가 없음에도 그 비중이 24.6%‘밖에’ 되지 않는다는 옹색한 답변을 당당히도 내놓았기 때문이다.

TRQ 수입 콩의 24.6%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더구나 △튼튼하고 굳건한 식량주권 △두텁고 안정적인 농가경영 안전망 △건강하고 안전한 국민 먹거리 등을 농정목표로 내건 정부 부처의 수장이 TRQ로 들여온 농산물이 얼마만큼 어디에 배분되는지도 몰랐으면서, 24.6%가 아무것도 아니란 듯 답변해선 안 됐다. 계속 증가세를 기록 중인 TRQ 수입 콩 대신 국산 콩 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이 그나마 마땅했을 것이다.

여러모로 기대에 못 미친 국정감사였지만, 특히나 정황근 장관은 이번 국감을 통해 농업에 대한 본인의 어긋난 신념과 태도를 내비치며 현장의 농민과 더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도 모자란 TRQ 수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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