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짜 문제는 불평등이다

  • 입력 2024.03.24 18:00
  • 수정 2024.03.24 20:4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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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모두가 ‘지역소멸’ 문제를 이야기한다. 관료와 학자, 언론을 막론하고 “이대로 지역에서 사람이 줄어든다면 결국 지역도 소멸하리라”라는 진단을 제기한다.

물론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줄어들고 소멸위기가 심화되는 건 심각한 문제가 맞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인과관계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소멸위기’의 근본 원인으로서 양극화,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

2024년 현재, 수도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간 불평등 문제는 심각하다. 비수도권 주민들은 결코 수도권 주민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비수도권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주민 간에, 심지어 농촌 내에서도 읍과 면 주민 간에 권리의 격차가 발생한다.

여기서 말하는 권리란 시민이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다양한 기본권, 예컨대 먹거리기본권, 이동권, 본인의 목소리를 공론장에서 낼 수 있는 권리, 아프면 제때 치료받을 권리 등을 뜻한다. 그러나 비수도권, 특히 농촌지역 면 주민은 그러한 권리 중 무엇 하나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농촌 주민은 하루 3~4대 운행해도 다행인 버스를 기다려야 하고, 아파도 제때 치료받을 곳을 본인 거주 지역은 물론이고 같은 광역지자체 내에서도 찾기 힘들어 서울행 기차나 버스를 타고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향한다. 수서행 고속열차 SRT가 만성적 매진 상태인 원인 중엔, 지역(여기엔 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도 포함된다)에서 마땅한 치료 장소를 못 찾은 이들이 이 열차를 타고 수서역에서 멀지 않은 강남 대형병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점도 포함된다.

인프라와 권리는 수도권으로 몰리는 반면, 수도권 주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누군가가 져야 할 부담은 지역으로 전가된다. 수도권에서 펑펑 쓸 전기를 ‘상납’하기 위해 주민 의사를 무시한 채 핵·화력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시설 및 송전탑을 지으려 하고, 수도권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처리시설을 수도권 내에 마련하긴 눈치 보이니까 사람 적고 ‘만만’한 농촌지역에 지으려 한다. 그야말로 권리의 불평등, 부담의 불평등이 만연한 구조며, 중앙을 위해 지역이 모든 것을 갖다 바치고 권리는 제대로 못 누리는 ‘내부 식민지’ 상태다.

우리가 먼저 제기해야 할 문제는 ‘소멸’이 아니라 ‘불평등’이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멸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관성적으로 ‘농촌소멸’을 우려하기에 앞서, 농촌에 소멸을 강요하는 오늘의 이 불평등한 구조, 내부 식민지 구조의 청산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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