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편향’ 농민단체의 올곧은 자세

  • 입력 2023.10.22 18:00
  • 수정 2023.10.22 19:3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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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소 황당한 지적이 나왔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주요 농민단체(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정권 퇴진운동에 참여하는 등 ‘좌편향’된 움직임을 보여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단 얘기였다.

우선 시민단체의 정권퇴진 운동 참여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가삼권과 언론을 감시하며 필요한 경우 자율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운동하고 행동하는 건 민주주의 국가 속 시민단체 어느 곳이든 수행해 마땅한 본분이다.

더욱이 ‘편향’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단체들은 농정에서 실정이 일어날 때마다 비판과 견제를 쉬지 않고 언제나 농민의 생존권을 이야기했으며, 이는 여당이 현 정부 내내 지겹게도 꺼내드는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문재인정부 농정에 내린 ‘사망선고’를 필두로 매년 줄기차게 저항했으며 거리에는 박근혜정권의 퇴진에 일조했던 트랙터까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대로 정권 사상 첫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심지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시장격리 요건이 충족됐으니 늦추고 망설일 필요가 없다’며 농민들의 의견을 나서서 밀어준 전력도 있다. 허나 당선이 되자마자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농촌을 상대로 1호 거부권을 당당하게 내밀었으니 농민들의 배신감이 오죽할까.

‘쌀값은 농민값’을 굳게 믿는 농민들이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거부권까지 든 대통령의 퇴진을 운동 목표로 삼는 게 그다지 편향된 행보는 아닐 것이다. 편향이란 표현은 한국자유총연맹 등 매년 1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정권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행동의 성격이 달라지는 현 정부 측 관변단체에나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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