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대’의 힘

  • 입력 2023.12.17 18:00
  • 수정 2023.12.17 18:5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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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매번 씁쓸한 우리네 농업·농정의 단상을 밝히던 칙칙한 기자수첩에서 벗어나, 다소 밝고 희망찬 내용을 담아볼까 한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8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콜롬비아 보고타서 열린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 다녀온 일종의 소회다.

국제농민연대체인 비아캄페시나는 현재 전 세계 81개국의 182개 농민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번 총회에선 호주 식량주권연대와 팔레스타인 농민연합 등 새로운 농민단체가 정회원으로 결합했고, 이에 비아캄페시나는 중동·북아프리카까지 포함한 10개 지역으로 그 구성이 확대됐다.

워낙 다양한 대륙과 국가에서 참여하는 만큼 이번 8차 총회는 17개 언어로 통역됐는데, 비아캄페시나에 따르면 17개 언어로 통역되는 회의는 전 세계에서 비아캄페시나 총회가 유일하다. 이렇게 전 세계 소농 단체가 모두 모인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를 다녀오며 가장 크게 느낀 건 바로 ‘연대’의 힘이었다.

물리적으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자리에 모인 전 세계의 소농 입을 통해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식량주권을 주창하고 이를 위해 농생태학의 중요성을 각자 자리에서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기자로 참여한 필자조차도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됐다. 아울러 가부장제 폐지와 여성농민의 인권, 청년농민의 참여 확대 등을 함께 겪어 내며 농생태학 확산과 식량주권 달성을 위해 활동 중인 전 세계 소농들을 만나 얘기해보니, 농업의 중요성과 농민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다.

흔히 하는 얘기 중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 반복하면 더이상 듣기 싫다는 의미인데, 하물며 매일, 매주 우리 농정과 농업 현실에 대한 쓴소리를 내뱉다 보니 피로감을 느낄 새도 없이 한편 많이 지쳐있었던 것도 같다. 주류에서 다소 벗어난 농업 문제를 매일같이 다루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나라 농업 정책의 답보에 절망감을 느낀 적도 물론 많았다.

하지만 주먹을 치켜든 직접적인 투쟁 활동으로, 또 이를 보도하고 알리는 부차적인 활동으로 공통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함께하는 이들이 전 세계에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앞으로를 그려나갈 큰 원동력이 됐다. 지난 8일 동안 직접 보고 느낀 위대한 소농들의 ‘연대’의 힘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도 소외된 농업·농촌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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