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간에 대한 예의

  • 입력 2023.11.05 18:00
  • 수정 2023.11.05 18:15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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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발언대에 특별한 참고인이 섰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와 수년간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다. 그는 6년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살며 하루 11시간씩 일했지만, 임금은 8시간 치밖에 못 받았고 천만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은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미지급 상태라고 전했다.

그간 농업계가 한번도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엄존해 온 사안이 농촌 외국인노동자 처우와 인권 문제다. 당사자들의 발언 기회마저 거의 없던 터라 이날 국감은 더 의미 있었다. 그를 참고인으로 부른 이는 윤미향 의원(무소속).

참고인은 윤 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본인과 달리 브로커에게 항공료 포함 약 300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계절근로자로 들어온 친구들의 상황도 전했다. 이들은 5개월 동안 한 달에 4일만 쉬고, 하루 11시간 일했다. 계약상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이지만 연장 수당 없이 11시간 일했고, 이는 특정 농장만의 사례가 아니었다고 한다.

사실 얼마간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모르쇠인 건 농촌에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산적했기 때문일까? 윤미향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이날 답변엔 다른 건 몰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없었다. 답변은 이랬다. “한쪽에선 단속도 하고 한쪽에선 인력 확대도 하고 있다.”, “농번기 때는 단속을 유예하도록 (법무부에) 직접 요청도 하고 그랬다.” 필요할 땐(농번기) 봐주고, 불필요할 땐(농한기) 단속한다니, 사람을 수단화하는 비인간성마저 엿보였다면 과한 평가일까. 필수 인력임에도 대부분의 체류가 불법이 되고, 브로커와 ‘사장님’들의 구조적 횡포 속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근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해도 한참 모자라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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