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감각 없는 정부

  • 입력 2023.12.03 18:00
  • 수정 2023.12.03 18:0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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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119대29.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엑스포(등록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투표 참가국 165개국 중 3분의 2 이상인 119개국의 표를 얻음으로써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에 맞섰던 부산광역시는 29개국의 표를 얻는 데 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

윤석열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부산과 리야드 간 판세가 ‘박빙’이라는 예측을 수도 없이 내놨다. 박빙이란 ‘얇게 살짝 언 얼음’이란 뜻으로, 백지장 한 장 두께 수준의 아주 미세한 차이를 표현하는 단어다. 그러나 현실은 박빙 승부는커녕 4배 이상의 표차가 나는 참패로 이어졌다. 애당초 엑스포 개최가 가능하리라 여기지 않아 투표장에 총리도, 시장도 오지 않은 이탈리아 로마(17표 획득)와의 표 차이가 오히려 박빙이었다.

우리는 부산의 엑스포 개최 실패를 목도하며, 다시금 윤석열정부가 얼마나 현실감각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지를 확인했다. 이는 농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객관적 현실을 보자면, 농민들은 생산비 폭등 및 농산물 대량수입에 따른 생산물 가격 폭락, 기후위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 이중, 삼중의 재난 상황을 겪고 있다. 최소한의 현실감각이 있다면 정부는 현장 농민(특히 농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농)이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게 할 정책을 농정의 1순위로 둬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현장에선 필수농자재의 지원과 농민의 인간다운 권리 보장을 이야기하건만, 정부는 사실상 농업·식품 관련 기업을 위한 스마트팜·푸드테크, 그리고 (대통령 부부의 기호 때문인지는 모르나) 반려동물 정책을 농정 최우선 과제로 내민다. 농촌 농업을 이야기하기도 부족할 판에 ‘우주농업’을 의제로 꺼내는 정부를 보며, 어찌 이리도 현실감각이 없는지 다시금 절감했다.

현실감각이 없는 걸 넘어 ‘현실부정’ 양상도 눈에 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0월 11일 국정감사 당시 지난해 ‘농가 농업소득 연평균 949만원’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에게 통계가 잘못됐다며, 실제 농업소득은 그렇지 않다며 ‘입씨름’을 벌였던 상황이 그 예시다.

이번 엑스포 개최 실패가 부디 정부로선 ‘냉엄한 현실’을 깨닫는 계기, 나아가 현실감각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농업 분야에서도 그동안 현장과 괴리된 정책을 핵심 정책으로 내밀어온 관행, 나아가 책임을 통감하지 않고 현실부정에 급급했던 관행을 타파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건 너무 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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