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타는 올리브나무를 기억하라

  • 입력 2023.10.15 18:00
  • 수정 2023.10.15 19:0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서아시아의 화약고인 팔레스타인 일대에서 전면전이 발발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 및 대규모 침투 작전을 개시하자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을 가하는 등, 전쟁의 불길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일견 하마스가 난데없이 선제공격을 가하며 평화를 깬 것처럼 보인다. 전후 정황 확인이 필요하긴 하나,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위인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 및 민중 탄압·학살로 인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분노가 누적돼 온 80년 세월이 이번 전쟁의 배경임을 생각할 때, 우리는 이 전쟁을 쉽게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분명한 건, 지난 80년 세월 가장 큰 피해자는 팔레스타인 민중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올리브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서안지구 곳곳에 불법적으로 정착촌을 건설하며 ‘알박기’를 시전하고 올리브나무를 불태운 이스라엘 정착민과 군인에 의해 농사지을 땅마저 빼앗겼다. 2020년 하반기에만도 6,000여 그루의 올리브나무가 이스라엘에 의해 불탔다.

팔레스타인 농민에겐 올리브나무가 생존기반 그 자체다. 이 올리브나무를 불태우며 ‘농민학살’을 펼쳐온 이스라엘의 범죄행위를 규탄하지 않고서 하마스의 범죄만 이야기하는 건, 세상을 온전히 보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우리는 멀리서나마 팔레스타인 농민들을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중교역’을 통해 팔레스타인 농민들과 교류해 온 국내 생협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 ‘대결’을 부르짖는 지도자는 끝내 전쟁을 부른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전쟁 전부터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결주의 태세를 강화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신성시하는 이슬람 사원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짓밟히는 일도 벌어졌다. ‘대결’을 이야기하며 전쟁에 대비한답시고 미사일방어망 ‘아이언돔’을 설치했지만, 아이언돔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무방비로 뚫렸다.

남의 일이 아니다. 이 나라 대통령은 미국·일본 편만 들며 북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 접경지역 농민들이 반대하는 대북전단 살포행위(이는 명백한 전쟁도발 행위다)도 ‘표현의 자유’랍시고 두둔하려 한다. 미군이 경북 성주 농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설치한 ‘한국판 아이언돔’ 사드는 한반도 평화를 지켜주지 않는다. 대통령은 ‘한국의 네타냐후’를 자처하며 이 땅의 민중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인가? 판단 잘 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