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억압에 맞서는 세계 농민들

  • 입력 2020.08.30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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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코로나19도, 어떤 정치적 억압도 생존권과 자립을 향한 세계 농민들의 의지를 막진 못한다. 코로나 시대 세계 농민들은 어떤 싸움을 벌이고 있을까.

특히 브라질의 무(無)토지 농민들이 벌이는 생존권 투쟁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브라질 미나스 제라이스 주(州) 캄푸 두 메이우의 ‘킬롬보 캄푸 그란데’ 캠프에선 브라질 정부가 이 지역에서 22년간 농사짓고 살아온 무토지 농민 450여명을 강제 퇴거시키려 한다.

주(州)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상황을 선포했음에도, 브라질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 퇴거를 시도했다. 경찰은 주민 불법체포, 소총 무장 상태로 가옥 침입, 시설 훼손, 차량·드론을 통한 주민 위협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

브라질 무토지농촌노동자운동(MST)은 정부의 이러한 행위가 “사회적 고립 상태인 해당 농민들이 캠프에 머물도록 한 (주 정부-농민 간) 합의에 위배된다”며 이 합의를 존중하고 강제 퇴거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킬롬보 캄푸 그란데’ 캠프에선 1998년 무토지 농민들이 사탕수수만 재배되던 기업 소유 농지를 점거했다. 거대 자본가들의 투기자산으로 노는 땅을 점거하고, 이 땅을 정부가 인수하게 해 무토지 농민들에게 분배토록 하자는 MST의 정신에 따른 행동이었다. 그 뒤 이곳 농지는 옥수수·콩·커피 및 각종 토종작물을 심은 곳으로 변했다. 농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립 노력을 기울였다. 그랬던 이곳 농민들이 코로나 위기 속에서 강제 퇴거된다면, 이들은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정치적 억압 및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바쁜 팔레스타인의 농업노동위원회연합(UAWC)도 눈에 띈다. UAWC는 올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농지에서 저지른 81건의 파괴행위를 폭로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농지 파괴를 일삼을 뿐 아니라, 우익단체를 통해 UAWC에 대한 음해공작까지 펼쳐 네덜란드 정부의 지원 중단을 유도하기까지 했다.

UAWC는 이스라엘의 농지 파괴행위 및 공작에 맞서는 것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대응 및 생존권 보전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UAWC는 긴급 캠페인을 통해 팔레스타인 소농 9,354농가에 1,490개의 위생키트, 35만8,000여개의 채소 종자, 855개의 식품 꾸러미를 공급했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선 다국적 기업의 농지 독점에 맞서 싸운 농민운동가가 경찰에 체포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5월 26일, 인도네시아 경찰은 잠비 지방의 한 마을에서 인도네시아농민연합 소속 활동가 주나왈 빈 수키노 씨를 체포했다. 주나왈 씨가 잠비 지방의 농지를 독점한 기업인 ‘레스타리 아스리 자야(LAJ)’의 중장비 5대를 불태웠다는 혐의였다.

LAJ는 인도네시아 대기업인 ‘바리토 퍼시픽’과 프랑스 타이어 자본 미쉐린 간 합작으로 만들어진 회사로, 미쉐린이 LAJ를 통해 잠비 지방에 대규모 천연고무농장을 운영하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소농들이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주나왈 씨는 이를 막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체포됐고, 인도네시아농민연합은 주나왈 씨의 석방을 위해 세계 각국에 호소 중이다.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는 정치적 억압과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세계 각국 농민들과의 연대를 촉구 중이다. 비아 캄페시나는 지난달부터 온라인에서 ‘변화를 위한 시간(Time to Transform)’ 캠페인을 통해 △농업개혁 실현 △농생태학 촉진 △기후정의 실현 △농민의 종자권 소유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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