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스라엘 공습으로 만신창이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농민들 농경지 피해로 생존 위협

  • 입력 2021.07.04 18:00
  • 수정 2021.07.04 18:08
  • 기자명 조영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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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키르밧알시미아 마을의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된 목장. 농업노동자위원회연맹(UAWC) 제공
지난해 12월 키르밧알시미아 마을의 이스라엘군에 의해 파괴된 목장. 농업노동자위원회연맹(UAWC) 제공

 

지난 5월, 11일간 계속된 공습은 민가와 관공서, 병원, 농경지를 가리지 않고 파괴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26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 중에는 60명이 넘는 어린이들도 포함돼 있다. 1,9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12만명이 넘는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2014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로 2,213명이 사망했던 ‘50일 전쟁’ 후 7년 만이다. 팔레스타인 영토에 폭력이 잦아든 적은 없었지만, 특히 이번 분쟁은 동예루살렘의 셰이크 자라 지역에 정착촌 건설을 위한 팔레스타인 주민 추방,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이스라엘 경찰이 무력 진압한 사건, ‘예루살렘의 날’에 우파 깃발 행진 행사가 열려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극한 것, 그리고 더불어 양국의 정치적인 상황이 함께 작용해 촉발됐다.

비아캄페시나의 회원 조직인 팔레스타인 농업노동자위원회연맹(UAWC)은 이번 폭격으로 인해 가자지구의 농민, 어민, 농촌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고 지적한다. 50ha 이상의 농지에서 작물이 손해를 입었으며, 수백 개의 하우스가 부서졌다. 또한 폭격으로 인해 토질이 저하됐으며, 농업용수를 저장하는 댐이 오염되거나 돌무더기에 파묻히고, 수자원을 관리하는 기반 시설도 파괴됐다. 가자지구 농림부에 따르면 농장과 하우스, 축사 등 농업시설이 입은 피해 규모는 2,700만달러에 육박한다. 어선이 파괴된 3,600가구 어민들 역시 생계를 이어가기가 막막해졌다.

코로나19 악재 속 공습으로 상하수도 체계까지 파괴되자 보건과 위생은 한층 더 취약해졌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폭격으로 상하수도 체계의 절반 가까이가 붕괴돼 가자지구 인구의 80만명이 위생적인 수자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동은 부상자들로 붐비며, 공습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대피소는 언제든 집단 감염이 발발할 수 있는 위기에 놓여있다.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농어민들의 권리 침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UAWC이 작성한 팔레스타인 농어민 권리 침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700여건의 권리 침해 사례가 수집됐다. 이는 농어민들의 생명을 빼앗거나 폭력을 가하는 사례, 평화 집회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사례, 생업이 이뤄지는 토지와 생산수단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사례, 식수와 위생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 등을 포함한다.

한 예로 지난해 12월 알무가이르 마을 인근 이스라엘 정착촌이 생기고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토지 수탈을 당하던 농민들이 이스라엘에 맞서는 과정에서 평화 시위에 참여한 13세 소년 알리 아부 알리야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또한 UAWC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만 68건의 철거 및 압수 사례가 조사됐고, 6,000그루 이상의 과수가 불태워지고 뽑혀 나갔으며, 정착촌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350ha에 이르는 땅이 파헤쳐졌다. 자신의 땅에서 올리브를 수확하던 농민이 구타를 당하거나 땅에 대한 접근권을 빼앗기기도 했으며, 어민들은 어선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은 세계인권선언, 전쟁 당시 민간인 권리에 관한 제4차 제네바 협약,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을 침해하고 있다. 특히 ‘유엔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농민권리선언)’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의 농민들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 대한 권리, 땅과 자연자원에 대한 권리, 먹거리에 대한 권리와 식량주권, 생명권·자유권·안전할 권리, 결사의 자유 등을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

비아캄페시나는 식량주권이 파괴되어버린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돕고자 오는 8월 31일까지 25만달러를 목표로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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