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농정의 대물림, 대통령 탄핵의 서막인가

  • 입력 2023.12.24 18:00
  • 수정 2023.12.24 19:0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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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농정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묻는 질의에 송 후보자는 정황근 전 장관 청문회 당시와 똑같은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정황근 장관의 농정철학을 확실히 이어가겠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잘못 보낸 문서인지 심지어 띄어쓰기 오류조차 똑같았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농가소득 안정이 제1과제’라면서도 농산물가격보장제 도입에 반대했고, 쌀값이 폭락해 정부가 약속한 20만원 선조차 무너졌음에도 ‘쌀값은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농식품부는 곧 공공비축 수매가를 발표한다. 때로는 단순평균으로 때로는 가중평균으로 또는 병합해 관련 부서에서 보고가 이뤄질 텐데 그것 또한 정부의 필요한 입맛에 따라 각색된다. 변동직불제 시행 당시 목표가격이 있을 때는 평균 쌀값을 올리려고 단순평균을, 시장격리제도를 실행할 때는 평균 쌀값을 낮추려 가중평균을 사용하자고 했다. 양곡관리법을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쌀값 20만원을 맞추기 위해 올해 평균 쌀값은 단순평균으로 계산할 것인가?

올해 벼 수확량 상위 3개 광역지자체는 전남, 충남, 전북이고, 3개 도의 쌀값은 다시 폭락했다. 이밖에 강원도와 경기도 일부 시군에선 쌀값이 폭락했고 나머지 시군에선 동결됐는데 평균 쌀값이 20만원대가 된다면 명백한 통계 조작이다.

2012년 쌀 한 가마 21만원을 공약했던 박근혜 대선후보가 당선된 후 쌀값은 15만원대까지 하락했고 농업 현장에서의 쌀값은 10만5,000원까지 하락하면서 2015년 민중총궐기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다. 윤석열정부의 약속에 배신감을 느낀 농민들은 정부의 거짓 발표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농정의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를 꾀해야 할 장관 교체 시기에 전임 장관의 ‘아바타’를 세워서야 그 원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미 정황근 장관의 농정은 실패로 판명됐다. 생산비 폭등 무대책, 양곡관리법 개정 및 농산물가격보장 반대, 물가 핑계로 수확기에 TRQ 수입 강행, 가루쌀·스마트팜 ‘맹신’ 등 현장과 괴리된 정책들만 이어졌다. 송 후보자는 이에 대한 반성과 혁신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검토조차 없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정황근 시즌2’를 예고했다.

애당초 송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부터 현장에서는 여러 우려가 있었다. 일선 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이며, 그간의 연구실적 또한 농업보다는 국토 균형발전에 치우쳐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명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농가소득 안정을 강화하겠다면서도 ‘농산물 가격안정’을 급선무로 꼽아 농산물가격을 때려잡는 물가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결국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송 후보자는 자신이 농식품부 장관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어느 한 측면에서도 증명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신고 외부활동으로 경고 처분을 받았고, 논문에 자신의 논문을 인용하며 출처를 밝히지 않는 ‘자기표절’이 있었으며, 아들에게 4년간 1억원을 증여하며 증여세를 탈루해놓고는 ‘용돈’이라고 밝히는 등 개인의 도덕성에도 여러 흠결이 있음이 드러났다.

인사청문회에서 농업 현실에 맞지 않는 농정철학과 국민 정서와 괴리된 도덕성이 확인된 송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국회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의 도화선이 됐던 농민총궐기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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