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돌아온 선거철, ‘농심을 대변한다’고는 하는데…

  • 입력 2023.12.17 18:00
  • 수정 2023.12.17 18:52
  • 기자명 김덕수(강원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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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강원 춘천)
김덕수(강원 춘천)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되고 나라의 새로운 일꾼을 선출할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와 있다. 매번 국회의원 선거마다 반복되는 상황이라 이제 놀랍지도 않지만, 선거구 획정은 아직도 깜깜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지라 정치 신인들은 나름 준비한 일정대로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태이고, 기존 현역 의원들은 여론조사 추이를 지켜보면서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 선거구 획정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안이 며칠 전에 발표된 뒤, 농민들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선거구를 짜면 안된다느니 하는 격한 반응을 보였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전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내가 사는 강원도의 경우 8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데, 권고안에 따르면 춘천·원주가 각각 2명, 강릉·양양이 각각 1명, 그리고 나머지 14개 시군에서 3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접경지역인 철원·화천·양구·인제·속초·고성을 포함하는 ‘공룡선거구’가 탄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49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서울시보다 수십 배가 넓은 지역에서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지역에서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다니기도 벅찬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일꾼을 선출한다는 의미로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현행 선거법의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구·부산·광주·대전을 제외하고는 광역별 정당지지율을 가지고 의원을 선출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3요소가 국민·영토·주권이란 건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만큼 영토는 국가를 구성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 대리인을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는 영토의 문제를 쏙 빼고 인구(국민) 숫자만을 기준에 두고 있다.

지방분권화, 지역소멸위기, 지방의 위기를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 이야기는 단골메뉴이고 선거 때마다 나름대로 대안을 내놓고 열심히 하겠다고는 하지만, 막상 그 역할을 담당할 국회의원 선거구를 놓고 보면 모두 공염불이다.

그러므로 현행 선거제도로 지방소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농심을 대변한다는 것은 구호에 그칠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선거구 획정까지는 아직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국회에서는 어떤 선거제도가, 그리고 어떤 선거구형태가 지역소멸을 막아내고 지역과 국민의 민의를 반영시킬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한다. 단순히 인구구성비에 의한 쪼개고 합치기 식의 선거구 획정이 아닌, 나라와 국민의 삶을 보편타당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적 방법을 위해 마지막 노력을 다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포기할 수 없다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고 그에 걸맞은 대표를 선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5개월 뒤, 농심과 지역을 대변하겠다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난립할 것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지금의 선거제도로 지역소멸과 농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냐고.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에서 벗어나자고 모두들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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