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어떤 제목을 붙일까 고민해 보았다. ‘새해희망’도 생각해보았다가 ‘새해소망’도 고려해보았는데 뭔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일을 마냥 바라기만 하는 것처럼 보였고 무엇보다 우리 앞에 놓인 농업, 농촌의 현실이 막연히 뭔가 ‘좋은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가롭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여름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한반도 전역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청주시 오송역 인근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고 산사태, 하천 범람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무엇보다 엄청난 양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농작물에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피해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자연재해가 지난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빈번해지고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농업과 농촌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자연재해는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농업과 농촌에 피해를 준다. 그 피해의 원인을 이리저리 재고 따질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에 대한 피해보상 정책은 더욱 공익적이고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새해에는 농업과 농촌이 기후위기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아니 버틸 수 있는 정책이 실현돼야 한다.
기후위기는 농산물 생산에 악조건이다. 농산물 가격의 급락은 소비자를 힘들게 하지만 생산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호들갑스럽게 물가를 잡는다는 취지로 저율관세할당(TRQ) 등의 방법으로 대량으로 저가의 농산물을 수입해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말로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인지는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의 수입농산물을 통해 농산물 가격을 억제하는 방식은 농민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새해에는 저가 농산물 수입이라는 임기응변적 대책 말고 농업계의 오랜 숙원인 농산물 가격 안정화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농사를 지어도 제값 받기 힘든 현실에서 농사를 업으로 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도시와 농촌 간 소득 격차는 이제는 좁혀질 수 없을 만큼 커졌고 가까운 미래에 농촌 소멸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농업인력 육성을 위한 귀농·귀촌 정책 그리고 청년농 육성 정책은 보수적으로 봐도 수십 년은 된 정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정부와 현 정부 모두 ‘농업인력육성’을 주요 공약이자 정책으로 앞세웠으나 그 효과에는 물음표만 붙는다. 새해에는 수십 년간 해오던 효과가 별로인 농업인력육성 방법 말고, 다른 접근과 방법으로 공익과 식량안보의 보루인 농촌의 소멸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새해에는 이것 말고도 농업과 농촌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새해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보상, 농산물 가격안정, 농업인력육성은 구호로만 이뤄질 수 없다. 결국 국회 입법을 통해서 정부의 정책수행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 농업계, 농민단체 및 시민단체는 농업에 대한 각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사안에 따라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각자의 목소리 속에서도 공통분모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만큼 농업의 현실은 절박하다.
새해에는 농업계가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만들어 하나의 목소리로 이를 여야 모든 정당의 농업공약에 포함시키고, 결국 입법으로 실현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희망하고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