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재폭락, 분노와 희망

  • 입력 2024.01.01 00:00
  • 수정 2024.01.01 00:1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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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확기 첫 산지쌀값인 10월 5일자 쌀값은 80kg 기준 21만7,552원이었다. 산지쌀값은 11월 15일 19만9,280원까지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농민들이 받는 나락값이 전국적으로 40kg에 6만2,000원까지 하락했다는 점이다.

2023년산 쌀값 폭락은 정부가 80kg 쌀값의 상한선을 20만원으로 정한 것부터 시작했다. 정부는 쌀 목표값인 20만원을 넘어설 것 같으면 할인행사와 농협을 통해 철저히 관리했다.

그러나 2023년산 쌀의 정부 목표가격 20만원은 10년 전인 박근혜 대통령 시절 공언한 목표가격 21만4,000원에도 못 미치는 헐값이다. 10년 새 폭등한 생산비와 일상이 된 이상기후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은 10년 전 가격보다 못한 쌀값 폭락 상황에 허탈함과 분노가 극에 치닫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산 공공비축용 1등급 벼값을 40kg 기준 7만120원이라고 발표했는데 농민들이 받은 벼값과 차이가 확연하다. 현장 농민들은 실제 농협 수매로 내가 받는 벼값과 정부 발표와의 차이에서 더욱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많은 재화는 만들어질 때 가격이 정해지는데 농산물은 가격이 정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산의 주체인 농민이 가격을 결정할 수도 없다. 쌀가격과 나락가격을 알지도 못한 채 농민들은 농협에 1년 간 공들여 키우고 수확한 벼를 판매하고 주는 대로 받는 것부터 문제가 된다.

또 수입된 쌀값은 시세에 따라 매년 예산을 늘려 지급하면서 국내산 쌀은 물가인상률 반영을 하기는커녕 물가인상 주범 취급을 받으며 가격인하 압박이 상존해 있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의 거부권을 시작으로 방송법·노조법·김건희특검법 등에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농민들은 거부권을 남발하고 생산비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 정권에 분노하며 대통령을 거부하고 윤석열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수입쌀의 시세는 보장해주면서 왜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쌀에는 가격억제정책만 남발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을 이 나라 국민으로는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현재 국회에는 현장 농민들의 요구를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상정과 본회의 통과까지 속도를 내주길 열망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생산비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공정가격 보장, 쌀 자급률 100% 달성, 공공비축미 성격 재정립, 국내 생산량에 따른 수입 중단 및 조정으로 국가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가격과 수급 불안정을 극복하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법을 바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식량위기 시대에 국가가 국민의 주식을 책임지고 국민의 식량주권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목소리를 높인 농민들의 외침은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이고, 국회는 법 제정으로 화답해야 한다.

쌀값을 잡는다고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검증되지 않았는가. 물가인상의 주범은 농산물 가격이 아니다. 2023년산 쌀값을 정상화하고, 국민의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 전환이 새해 정부가 나서야 할 제1 목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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