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공무원도 내려 보는 이장 자리일지언정 머리에 든 게 있고 관에 가서 말발이라도 세울 줄 아는 사람이라야 마을에도 득이 될 터이고 정선택으로 말하자면 누가 뭐래도 마을에서 제일 많이 배우고 면이 아닌 시에서도 함부로 보지 못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십여 년 전에, 정선택이 다시는 이장을 맡지 않겠노라는 선언과 함께 그 자리를 내려놓을 때까지 마을의 이장은 당연히 정선택으로 알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그 때도 이미 예순 중반이었던 정선택은 면내의 이장 중에 자신이 제일 나이가 많다며 이제 나다니기도 창피하다는 이유를 댔다. 그 얼마 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받혀 달포 넘게 병원에 입원했던 것도 이유였다. 그런데 정선택의 뒤를 이어 이장이 된, 지금은 흙보탬이 된 최성대가 맡은 지 일
대한민국 최후의 오지를 한 곳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경북 영양을 말할 것이다. 개발이 덜 된 원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고 느껴지는 일월산이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답게 꽁꽁 숨겨진 산채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 게다가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산채류 연구팀이 영양지역에 자생하는 산채류의 생리활성에 대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항고혈압 활성, 항당뇨 활성, 항산화 활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활성이 뛰어난 영양의 산채류 중 특히 어수리는 항고혈압·항당뇨 활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미나리과의 어수리는 다년초로서 성인 키 만큼 자라지만,
손전화를 내던져버릴까를 여러 차례 고민하고 있다. 이미 그렇게 결행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음을 주위에서 보고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는 그런대로 소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금융권의 집요한 광고와 마지막기회를 강조하며 새전화기를 구입하라는 판촉까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도대체 누가 내 전화번호를 팔아먹었는지에 대한 분노와 금융자본주의의 끝장이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대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돈을 빌려가라고 꼬시는 것을 보면 투자에 한계가 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 손전화 시장도 새로운 시장은 없고 이미 형성된 시장안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가입자를 가져가는가가 살아남는 조건이 된 것이리라. 바로 제로섬게임의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자녀나 손자 있으신 분 계신가요? 장학금 때문인데요, 시곡에선 아무도 없구먼요. 다음에 각자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지만, 올해 화재 공제나 안심운전자 공제가 만기 돌아오는 분이 몇 집 있네요.” 이상태를 따라온 박한주가 서류를 뒤적여가며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공제 담당으로 상무인 그녀는 오십 줄을 넘어선 지가 한참 지났는데도 주름살 없는 얼굴이 탱글탱글했다. 그녀는 연봉이 조합장보다도 많다. 일반 보험 모집인들은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도 뜨악하게 쳐다보기 마련이지만 시골에서는 농협에서 하는 공제라고 하면 그저 들어야 하나보다 하고 선뜻 들게 마련이라 박한주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어떻게 돌아가는 조화속인지 무지렁이들이 알 리 없는데 아마 거기에서 떨어지는 커미션
초등학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께서 체하셨다고 가슴이 쥐어뜯듯이 아프다고 하셨다. 며칠간 고생을 하셨고 그 후로도 가끔씩 같은 증세를 호소하시면서 고생을 하셨다. 내가 좀 더 자란 후 어머니께서 그러실 때마다 드신 음식을 찾아보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범인이 오징어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징어만이 아니라 오징어 비슷하게 생긴 문어나 낙지 따위를 드셔도 늘 같은 통증을 느끼시기로 어머니는 아예 다리 많은 오징어 비슷한 것도 입에 대지 않으신다. 국물이라도 드셨으면 좋겠지만 그야말로 국물도 없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가능하면 낙지나 주꾸미, 오징어, 문어 등을 집에서 먹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일인지 알이 꽉 찬 주꾸미가 제철인 계절인 요즘 어머니께서 일본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돼지새끼 세 마리를 얻어다 길렀다. 하교길에 음식점에서 짠밥(잔반)을 얻어와 먹이고 쌀겨와 뜨물로 길렀다. 돼지우리가 허술해서 가끔씩 뛰쳐나온 놈들과 과수원사이를 쫒고 쫒기며 숨박곡질하기도 여러차례, 다자란 돼지를 잡아 이웃과 나눠먹었다. 처마 밑에 돼지고기를 걸어두면 꾸둑하게 마르는데 이때 부엌에서 나온 연기가 자연스럽게 고기의 부패를 막아줘 오래두고 먹을 수 있었다. 옛날엔 돼지고기 조리법이 다양하지 않아 여름철 돼지고기는 잘먹어야 본전이란 말이 있었다. 기껏해야 삶아서 큼직하게 썰어 두꺼운 비계와 함께 새우젓에 찍어먹었다. 특히 먼지가 많이 나는 탈곡일을 하고선 목구멍에 때를 벗겨야 한다며 즐겨 먹었다. 삼겹살이 일반화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삼겹살이란 말이 국어사전에 등장
K 할아버지는 올해 74세로 일찍이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생하시다가 70세 무렵에는 치매까지 걸렸다. 치매에 걸리면서 지병인 당뇨와 고혈압이 더욱 악화되어 당뇨발 합병증으로 발이 괴사되어 절단술이 필요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발가락이 괴사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파서 견디지 못하고 뭔가 조치를 취했을 텐데, 치매가 심하여 의사표현을 잘 못하니 때를 놓쳐 버린 것이다. 뭔가 발을 붙잡고 호소하긴 하지만 잘 알아들을 수는 없고, 그거 말고도 감정 변화가 워낙에 심하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 것이다. 발 모양과 색깔이 이상하게 변하여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늦어서 발목 이하의 부분을 절단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냥 놔둔다면 괴사가 점점 진행되어 다리 전체를 절단하고
▶ 이야기농업이란 말이 매우 생소하다. 어떤 뜻인가? 한 개인 농가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지역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한 농부의 인생 이야기, 지역 특유의 자연조건, 그리고 오랜 세월 내려온 사람들의 삶의 흔적 등을 이야기로 꾸미고 그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해당 농가와 지역의 농산물을 선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과 허구를 가리지 않는다. 마치 영화처럼 실제 현상을 보고 거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동영상, 사진, 글 등을 인터넷이나 광고매체를 통해 전파한다. ▶ 어떤 계기로 이야기농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또 기존 농산물 홍보, 유통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야기농업을 시작하기
아이들은 설레이는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긴장하기도 하고, 몸이 적응이 아직 안되어 감기들이 많이 걸려 요즘 병원들이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님들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왕따나 당하지 않을까? 공부는 잘 하려나? 건강은 잘 따라 줄까? 그래서 오늘은 초등학교를 처음 들어가는 아이들에 초점을 맞추어 점검해 볼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 합니다. 1. 먼저, 잘 자라고 있나?학령기인 만 6세 여아의 경우 평균 몸무게와 신장은 19kg, 113.5cm이고, 남아의 경우 20kg, 114.5cm입니다. 그러나 여아의 경우 15-27kg까지, 105-123cm까지, 그리고 남아의 경우 16-28kg까지, 105-124.5kg 까지 정상으로 보셔도 됩니다.2. 건강한가?영양상태가
“에, 조금 더 있으면 저희 농협 사업보고서가 나올 것이고, 그걸 보믄 아시겠지만, 올해 우리 농협은 타 지역 농협보다 참 사업을 잘했다고 헐 수 있습니다. 아마 배당두 작년보다 더 할 거 같습니다. 다 여러분덜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만, 지가 쬐끔 서운한 말씀을 드리자믄, 그 농약이나 농자재럴 왜 개인업자한테 이용하느냐, 이 말씀입니다. 제가 이해를 못하겠는 것이 십원이 싸도 농협이 더 싸고 나중에 이용고 배당도 하는데, 그리고 농협은 어차피 조합원 여러분덜이 주인인데, 주인이 자기 것 놔두고 남의 집 가서 사 쓴다는 건 좀 이상허지 않습니까? 제가 산동농약사 하고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고들 모르는 말씀을 허는 분덜도 계신데, 절대 그런 게 아니고요. 여러분덜이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보는 쪽으루 해야허지
앞산에 초록의 새순들이 올라오기도 전 사람의 살색과도 비슷한 색의 가녀린 가지 끝에서 부끄러워 붉어진 꽃잎을 달고 있는 진달래꽃을 본다. 전국의 어느 야산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봄꽃이지만 어쩐지 측은하고 스산한 것은 한기가 뼛속으로 파고드는 이른 봄의 날씨 때문만이 아니라 두견새에 얽힌 전설이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피를 토하고 죽은 여자의 무덤가에서 해마다 붉게 피어난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라디오 방송 때문인지도 모른다.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마을에 전해오는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딸 영랑이 안샘의 물로 백일간의 기도 끝에 만들었다는 두견주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은 후로 나는 진달래꽃을 볼 때 마다 느꼈던 그 서글픈 느낌도 없어졌다. 복지겸의 이야기를 기리기 위해서인지
시인 김수영은 그의 시 ‘거대한 뿌리’를 통해 새로운 사회건설의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고와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봤을 때는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 될 수 있지만 그 모습과 행위에는 반드시 그 나름의 문화와 정서가 거대한 뿌리처럼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부정하면 결국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 봤다. 따라서 그 ‘거대한 뿌리’를 확인하고 인정한 가운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혁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의 시대(60년대)에서 우리의 역사적 경험치를 무시한 채 외국의 새로운 정치제도를 이식하는 것은 우리의 정서나 역사적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새로운 사회건설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목도한 4.19는 희망이었고 가능성이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풀’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기
어르신들 중 피부에 특별히 뭐가 난 것도 없는데 피부가 가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겨울이 되면 더 하신데요, 이미 겨울이 지나긴 했지만 피부가 건조하면서 가려운 피부건조증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피부에 특별히 눈에 띄는 발진이 생기지는 않으면서 가려운데, 피부를 만져보면 건조한 느낌이 납니다. 미세한 비늘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피부 균열이 보이기도 해서 오래된 자기 그릇에 금이 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붉은 반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많이 긁게 되므로 긁은 흔적 같은 것도 보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건조하고 가려운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상태는 오히려 너무 깔끔하신 어르신들에게서 발생하기 쉽습니다. 목욕이나 샤워를 뜨거운 물로 오래 하거나, 샤워를 너무
면내에서도 작은 마을인 시곡 마을이 부자 마을 소리를 듣게 된 연유가 있었다. 본래 빈촌인 산동면 여러 마을 중에서도 시곡은 더 살림살이가 째는 마을이었다. 산동면 전체가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흑싸리 껍데기 같은 곳이었다. 소백산맥 줄기라도 이름 있는 산도 없어, 근동의 사람들도 나이 어린 축은 알지도 못하는 장지산이니, 깨금봉이니, 태장골이니 하는 3,4백 미터쯤 되는 산에 이름도 없이 앞산 뒷산으로 불리는 낮은 산들이 엎드린, 어찌 보면 무색무취한 충청도의 작은 고을인 것이다. 내세울 것 없는 동네가 그렇듯 맑은 공기나 깨끗한 물 정도가 억지로 끌어다대는 자랑이면 자랑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소, 돼지를 대규모로 키우고 골프장까지 들어서면서 동네 개울에는 아예 발도 담그지 못하게 되어 그나마도 허
방풍나물은 허균이 살던 시대로부터 4세기나 지난 후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21세기의 세상에서 비로소 그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길동전 외에 수많은 작품들을 남긴 작가로 허균이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지만 나는 그를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맛 칼럼리스트라 부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품평서라 불리는 그의 문집 「성소부부고」속 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음식의 재료와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의 다양함은 물론이지만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곳곳에서 나는 지역 특산물을 잘 분류했으며 그 자료는 요즘 보아도 결코 녹녹하지 않은 훌륭한 것이기 때문이다.을 통해 세상에 나온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가 강릉에서 먹었다는 방풍
"한 방만 더" 영화보다 더 비극적인 현실을 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무서운 시상을 살았노라”고, 내겐 고모부 되시는 분이 세칭 부역자였다.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부역자가족을 즉결처분하는데 그 어머니가 설맞아 죽지 않고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함께 내뱉은 단말마.제주는 지금쯤 감자를 다 캐내고 다른 작물을 심느라 손이 분주할 것이다. '지슬' -땅의 열매, 제주도민의 삶과 한이 서린 감자는 오늘도 그들의 삶의 중요지점이다. 한해농사는 전쟁이 나도, 아비가 죽어도, 태풍우가 쳐도 포기할 수 없는, 포기하면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모든 것이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때 그 땅에서 은밀하게 속삭이며 싹을 틔우던 지슬은 오늘도 그 기억의 꼭지마다 싹을 틔운다.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 부러지고
봄은 찬란합니다. 그 찬란한 봄을 노래한 수많은 노래가 있습니다. 그 중에 저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는 백설희씨의 옛 노래 ‘봄날은 간다’를 제일 좋아합니다. 지난겨울 뼈에 사무치는 찬바람을 맞을 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흥얼대면서 이겨냈습니다. 봄은 그 생각만으로도 설레지요. 그러나 막상 봄날은 그렇게 생기가 돋는 좋은 계절인 것만도 아닙니다. 봄이 되면 온 몸이 마냥 무겁고 나른하고 이유 없이 피곤하며 졸음이 자주 오는 춘곤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춘곤증은 겨우내 움츠렸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이 봄철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증세로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입니
성황당은 윗말과 아랫말을 나누는 산굽이를 돌아 서 있었는데, 그 옆으로 약수터가 하나 있었다. 지금도 바위틈을 뚫고 나와 사철 마르지 않는 샘물 맛은 잡내 없이 시원하여 여전히 놓여있는 표주박으로 목을 축이곤 한다. 그 전에는 약수라는 소문이 있어 먼 데서도 물을 뜨러 오는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몇 년 전에 시에서 약수터 수질검사라는 것을 한 다음에 음용 부적합수 판정을 내린 다음부터는 그만 졸지에 약수터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옹달샘 정도로 전락한 곳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약수터가, 그러니까 어찌된 연유인지 몰라도 오염되어 부적합수가 되기 한참 전인, 19세기 말엽에 영험한 약효를 발휘했다는 전설이 있었다. 때는 역사에서 임오군란이라고 이름 붙인 난이 일어난 1882년이었다. 군란을 당한 민비가
몇 년 전 이맘 때 한 후배로부터 택배 상자 하나를 받은 적이 있다. 마흔이 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만난 후배로 어릴 때처럼 짧은 시간에 친해지기 쉽지 않아 아직은 서먹한 때였다. 그날은 마침 동기들과 우리 집에서 한약재를 이용해 머리를 맑게 해주거나 소화를 돕는 향기주머니를 만들어보고 있던 차라 여럿이 같이 궁금해 하면서 상자를 열었는데 라면이나 담겼음직한 그 큰 상자에는 처음 본 나물이 하나 가득 들어 있었다. ‘선배님, 이 전호나물은 제 시댁인 울릉도에서만 나는 귀한 것이니 맛있게 요리해 드세요.’라고 적힌 쪽지 하나도 같이. 한꺼번에 생나물이 너무 많이 왔기에 그날 같이 일 하던 동기들과 나누고 헤어진 후 그 나물 맛이 궁금해진 나는 참지 못하고 바로 조리해 저녁상에 올렸다. 그리
과수원 뒤로 언덕 같은 산이 있어 심심찮게 장서방댁네가 아침부터 골을 울리는 소리를 내지른다. “꿩꿩 장서방./ 자네 집이 어덴가?/이 등 저 등 넘어서/ 솔배닥 밑이 우리 집일세/ 무얼 먹고 사는고 /꼬진다리 이밥에 눈꼽재기 조밥에 /그럭 저럭 사네.” 장서방은 장끼를 의인화해서 부르는 말이다. 꼬진다리 이밥이나 눈꼽재기 조밥 같은 말은 지금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그런 모양새나 느낌을 가진 특정한 품종을 그리 표현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부르는 구전동요로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심심풀이로 부른다. 모 방송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에 자주등장하기도 했다. 이제는 나이 들어 모두 돌아가시니 제소리로 듣지 못하게 되었다. 일부유치원에서 전래동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