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의 재발견, 일월산 어수리

  • 입력 2013.04.21 16:32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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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후의 오지를 한 곳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경북 영양을 말할 것이다. 개발이 덜 된 원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고 느껴지는 일월산이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답게 꽁꽁 숨겨진 산채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

게다가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산채류 연구팀이 영양지역에 자생하는 산채류의 생리활성에 대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항고혈압 활성, 항당뇨 활성, 항산화 활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활성이 뛰어난 영양의 산채류 중 특히 어수리는 항고혈압·항당뇨 활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미나리과의 어수리는 다년초로서 성인 키 만큼 자라지만, 다 자라면 줄기에 심지가 생겨 식감이 떨어지므로 보통은 20㎝ 정도 자란 어린잎과 줄기를 먹는다. 산채로 즐기는 어수리는 향미료로서도 가치가 높으며 뿌리는 위장병에 잎은 해열, 진통, 두통, 피부병 등에 쓰인다.

▲ 어수리나물 오픈만두
폐와 비위를 돕는다고 알려진 어수리는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고 매우며 일부 지역에서는 구릿대의 대용으로 감기, 두통, 관절염에도 사용하고 있으며 <향약대사전>에는 백지(白芷)의 기원식물 중 하나로 기재되어 있다. 고의서 <동의보감>에 따르면 ‘피를 맑게 해 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민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당뇨·변비·소화·거담에 탁월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수리는 향취가 아주 그윽하여 생식으로 먹으면 좋다. 성인병에 좋은 생리활성 작용이 있으므로 육류를 먹을 때 쌈으로 이용하면 육류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맛이나 향을 올릴 수 있으니 딱 이맘 때 묵은지나 상추를 잠시 밀어두고 어수리를 밥상에 올리면 좋을 것이다.

생식을 하는 어수리의 향이 너무 짙어 조금 불편하다면 끓는 물에 데쳐 우려내면 은은한 향미가 입맛 없는 봄날의 식욕을 다시 불러낸다. 반찬으로 먹는 어수리에 실증이 날 즈음엔 곤드레나물처럼 어수리나물밥을 지어 먹으면 별미다. 

어느 봄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차리는 밥상에 나는 어수리를 이용한 오픈만두를 올린다. 깨끗이 씻고 손질한 어수리나물을 별다른 조리과정 없이 만두피에 싸서 둥글고 큰 접시에 돌려 담으니 손대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밥상 앞에 앉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준비하는 번거로움과 식을까 조바심할 필요도 없이 먹는 사람들이 직접 상 위에서 직접 들기름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서 만두피가 익을 정도로만 굽는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니 들기름과 만두피가 고소하고 그 속의 어수리나물이 향기롭게 입 안에서 퍼진다. 굽는 재미와 먹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즐겁게 식사를 하니 이래저래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다.

병은 산야초 몇 잎이나 약재 몇 뿌리로 빠르고도 가볍게 치료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스스로 몸을 돌보고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건강에 좋다고 찾아 먹는 것들이 늘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니 적당히 때에 맞춰 사람에 맞춰 먹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향과 맛이 좋은 나물일수록 그 성질이 더 강한 것이므로 과식하지 않고 별미로나 즐겨야 한다. 맛이나 향이 진한 만큼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봄날에 우리를 유혹하는 수많은 산채들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정확하게 알고 밥상을 차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월산 어수리나물이 참기 어려운 유혹으로 봄의 내 입맛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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