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봄, 그러나 피곤하다 - 춘곤증

  • 입력 2013.03.22 09:09
  • 기자명 강대곤 안성의료생협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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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찬란합니다. 그 찬란한 봄을 노래한 수많은 노래가 있습니다.  그 중에 저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는 백설희씨의 옛 노래 ‘봄날은 간다’를 제일 좋아합니다. 지난겨울 뼈에 사무치는 찬바람을 맞을 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흥얼대면서 이겨냈습니다.

봄은 그 생각만으로도 설레지요. 그러나 막상 봄날은 그렇게 생기가 돋는 좋은 계절인 것만도 아닙니다. 봄이 되면 온 몸이 마냥 무겁고 나른하고 이유 없이 피곤하며 졸음이 자주 오는 춘곤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춘곤증은 겨우내 움츠렸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이 봄철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증세로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입니다. 의학계의 공인된 병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2월 하순부터 4월 중순 사이에 흔히 나타나는 일종의 계절병에 속합니다.

또 이러한 증상은 평소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중년기, 노년기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많이 옵니다. 혹시 내 몸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일으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춘곤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등, 계절적 변화에 생체 리듬이 즉각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봄이 되면 날씨가 포근해져 자연히 활동량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늘어난 활동량 때문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고 그 중에서도 비타민 소모량은 겨울보다 3~10배 증가하게 됩니다.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상의 불균형, 이로 인한 생리적 부적응이 춘곤증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거나 하면, 비타민C나 대뇌중추를 자극하는 티아민(비타민B1) 등이 결핍되어 춘곤증이 더욱 악화되게 됩니다. 그리고 봄이 되어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겨우내 긴장됐던 근육이 이완되고 자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도 춘곤증의 한 원인이 됩니다.

춘곤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나른한 피로감,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입니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졸음이 쏟아지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온 몸이 나른하며, 권태감으로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게 됩니다. 어깨가 뻐근하고 몸이 찌뿌드드하며 쉴 자리만 찾고 드물게는 불면증과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춘곤증은 현기증, 두통, 눈의 피로 등 무기력 증세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항상 눕고 싶으며 잠은 쏟아지지만 숙면을 취하기 어렵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질환의 증상을 춘곤증으로 착각해서 오히려 질환을 악화시키는 수도 있기 때문에 피로감과 함께 다른 증상이 나타날 때는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피로감이 함께 오는 흔한 질환은 감기, 결핵, B형 간염, 지방간, 갑상선 질환, 당뇨병, 고혈압, 심한 빈혈 등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춘곤증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1. 규칙적인 생활
▶ 잠자리에 드는 시각과 일어나는 시각을 규칙적으로 하고, 가능한 한 생활의 리듬을 지키며 잠 잘 시간에 충분히 자고, 활동하는 시간에는 열심히 일하는 절제의 생활이 필요합니다.
▶ 과음으로 생체리듬을 깨는 일은 피하도록 합니다.

2. 충분한 영양섭취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을 충분히, 고루 섭취합니다.  탄수화물의 연소를 돕는 비타민 B1은 현미, 율무, 통보리 등 도정하지 않은 곡식류와 돼지고기, 말린 버섯, 호두나 잣 등의 견과류, 콩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피로회복과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C는 봄철 채소와 신선한 과일, 봄나물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밥은 흰쌀밥 보다 현미에 보리나 콩, 팥을 둔 잡곡밥이 더욱 좋습니다. 영양학적으로 현미는 흰쌀에 비해 단백질, 지방, 칼슘과 비타민B가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3. 적당한 운동
적당한 운동은 심장의 운동과 폐활량을 증대시켜 신진대사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어 춘곤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운동으로는 근육을 이완시키는 운동, 맨손체조와 전신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손가락과 발 부위를 풀어주는 운동, 산책 등의 가벼운 운동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이 춘곤증을 겪으며 계절변화를 맞습니다. 그러나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잘 한다면, 춘곤증이라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을 달래면서, 찬란한 봄날을 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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