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꿩 장서방

  • 입력 2013.03.22 09:00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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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 뒤로 언덕 같은 산이 있어 심심찮게 장서방댁네가 아침부터 골을 울리는 소리를 내지른다. “꿩꿩 장서방./ 자네 집이 어덴가?/이 등 저 등 넘어서/ 솔배닥 밑이 우리 집일세/ 무얼 먹고 사는고 /꼬진다리 이밥에 눈꼽재기 조밥에 /그럭 저럭 사네.”

장서방은 장끼를 의인화해서 부르는 말이다. 꼬진다리 이밥이나 눈꼽재기 조밥 같은 말은 지금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그런 모양새나 느낌을 가진 특정한 품종을 그리 표현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부르는 구전동요로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심심풀이로 부른다. 모 방송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에 자주등장하기도 했다. 이제는 나이 들어 모두 돌아가시니 제소리로 듣지 못하게 되었다.  일부유치원에서 전래동요로 가르치는 모양이나 그 아이들 입에서 농사일의 고달픔과 배고픔의 한, 그리고 몸을 의지할 집 한 칸의 서러움이 묻어날 리가 없다.

대처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서 이 산 넘고 저 산 넘어 소나무 밑에 한적한곳으로 와 살고있으니, 아마 빼앗기고 얻어맞아 세상을 등진 것이 분명하다. 그 산속에 무얼 먹을 것이 있겠는가. 그래도 빼앗기며 살지 않으니 꼬진다리 쌀밥이나 눈꼽재기 조밥이나 되는대로 먹으니 마음만은 편타고 하는 소리다. 

길고도 지난한 세상을 농민들은 수탈이라는 구조를 늘 멍에처럼 쓰고 살았다. 그 수탈의 구조가 심화되면 세상은 한 번씩 뒤집어 졌다. 농민들은 목숨을 바쳐 수탈의 구조에 저항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수탈의 구조는 더욱 견고하고 복잡해졌으며 그것이 비인간적이란 것도 느낄 수 없도록 교묘해졌다.

한미FTA협정 일 년이 지나갔다. 여기저기서 평가들을 내리고 있다. 일 년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이라서 그동안의 변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의미를 가려내기가 쉽진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미간의 교역에서 농산물의 수입관세장벽이 없어지므로 세계 모든 나라와의 농산물 교역에 가이드라인이 없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농업은 모든 빗장을 다 열어놓은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한미FTA찬성론자들의 이론이 누구의 이득을 위한 것이었는지가 세상에 드러날 일만 남은 것이다.

우리의 위대하신 지도자들께서는 그 공로로 잘먹고 잘살고 있을 뿐이다. 농민들은 이제 탈출구가 없다. 개발시대의 탈출구는 도시로의 이주였고 이는 가끔 성공이라는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전의 시대에는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꿩꿩장서방’하고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탈출구가 봉쇄돼버려 그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침, 컬컬한 목소리로 외치는 ‘꿩꿩 장서방’네도 자본의 수탈과 패악에 진저릴 치는듯하다. 지친 자들, 상처받은 자들과 쓰러진 자들이 치유 받으며 살아갈 솔밭탱이 마져도  한미FTA는 용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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