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 태안반도 주꾸미

  • 입력 2013.04.12 16:01
  • 기자명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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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께서 체하셨다고 가슴이 쥐어뜯듯이 아프다고 하셨다. 며칠간 고생을 하셨고 그 후로도 가끔씩 같은 증세를 호소하시면서 고생을 하셨다.  내가 좀 더 자란 후 어머니께서 그러실 때마다 드신 음식을 찾아보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범인이 오징어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징어만이 아니라 오징어 비슷하게 생긴 문어나 낙지 따위를 드셔도 늘 같은 통증을 느끼시기로 어머니는 아예 다리 많은 오징어 비슷한 것도 입에 대지 않으신다. 국물이라도 드셨으면 좋겠지만 그야말로 국물도 없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가능하면 낙지나 주꾸미, 오징어, 문어 등을 집에서 먹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일인지 알이 꽉 찬 주꾸미가 제철인 계절인 요즘 어머니께서 일본의 동생 집에 다니러 가신 틈을 타서 남편과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꾸미를 사다가 밥상에 올리는 일을 감행했다. 살짝 어머니께 죄송하기는 했지만 ‘가을 낙지, 봄 주꾸미’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살이 너무 맛나다. 술도 한 잔 같이 하면 더 좋겠다.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문헌 <동의보감>에 의하면 주꾸미는 기(氣)와 혈(血)을 조절하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고 특히 하체의 힘을 증진시키는 보양작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어과의 연체동물로 서해안과 남해안, 특히 태안반도의 수심 10m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뇌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이면서 두뇌 개발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DHA와 인체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하여 성장기의 어린이는 물론이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성인이나 노인성 치매에도 좋은 것이 바로 주꾸미다.

또한 한방에서는 간을 이롭게 하는 효능이 탁월하여 근육의 피로를 풀고 시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피로회복에 탁월한 타우린이 낙지나 오징어, 홍합의 2~3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우린의 피로회복 외에도 혈액순환을 돕고, 심장의 기능을 좋게 하며 우리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역할도 하니 주목할 만하다.

주꾸미의 먹물에는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물질이 들어 있어 입맛을 돋우며 소화력을 높여주므로 입맛이 떨어진 노인이나 밥을 잘 먹지 않는 어린이에게 아주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철분의 함량도 높아 빈혈예방이나 피부미용에도 좋고, 수분과 단백질 함량이 전체의 90%가량이며 지방의 함량은 상대적으로 낮아 다이어트식으로 추천받는 식품이다.

낙지나 오징어는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주꾸미는 생으로 먹지 않고 주로 익혀서 먹는데 보통은 낙지연포탕처럼 탕으로 끓이거나 데쳐서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다. 앉기만 하면 졸고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나른하기만 한 요즘 같은 봄날에 가장 권하고 싶은 음식 중의 하나로 미나리와 함께 먹는 주꾸미를 꼽고 싶다.

겨울 동안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밀어내고 피로를 풀어주며 혈액순환을 도와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두뇌개발에도 도움이 되는 주꾸미와 미나리의 궁합은 가히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주꾸미와 미나리를 데쳐 양념장에 버무려 먹을 때 더하면 좋은 것으로 삶아낸 소면이 또 있다. 제철도 아닌 잡다한 야채들을 너무 여러 가지 넣고 비벼 먹는 국수 말고 재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주꾸미와 미나리로만 비비는 국수, 오늘 점심으로 어떨까.

주꾸미 예찬을 하다 보니 일본에 가신 어머니 생각으로 잠시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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