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거대한 뿌리여

  • 입력 2013.04.05 09:19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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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김수영은 그의 시 ‘거대한 뿌리’를 통해 새로운 사회건설의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고와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봤을 때는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 될 수 있지만 그 모습과 행위에는 반드시 그 나름의 문화와 정서가 거대한 뿌리처럼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부정하면 결국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 봤다.

따라서 그 ‘거대한 뿌리’를 확인하고 인정한 가운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혁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의 시대(60년대)에서 우리의 역사적 경험치를 무시한 채 외국의 새로운 정치제도를 이식하는 것은 우리의 정서나 역사적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새로운 사회건설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목도한 4.19는 희망이었고 가능성이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풀’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기고 교통사고로 요절한지 40년이 넘었다. 

 김수영시인이 경고한대로 ‘거대한 뿌리’의 제대로 된 반성이 우리사회에서 일어나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선지 우리사회는 급격히 미국화 되었다. 하물며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미국화 되어 버렸다. 껍데기가 미국화 되니 속까지도 미국화 돼야 하는 것인지 생각도 먹는 것도 모두 미국 일색이다.

돈 많은 사람이나 정치인 고위관리들이 미국적을 갖고 있고 그의 자제들은 미국사람들이다. 청문회를 통해서 밝혀진 것은 ‘새발의 피’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미국에서 공부한사람, 미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절반은 될거다. 그러다 보니 나처럼 미국도 못가는 사람은 기념물이 될 법도 하다. 

 거대한 뿌리는 미국이다. 김수영시인이 본 ‘거대한 뿌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그 위에 새로운 뿌리를 이식하니 그 뿌리가 점점 자라 거대한 뿌리를 누르고 질식시켜 죽여버린 후 그 자리에 다른 형태의 ‘거대한 뿌리’가 도사린 것이다. “먹고 죽는 놈은 때깔도 좋다”는 신조어가 반영하듯이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무자비한 약탈 앞에서 신성한 노동이나 숭고한 농사는 시인의 말을 빌려 “개좆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거대한 뿌리는 미국식자본이다. 이제 누가 뭐래도 더러운 자본들이 돈 냄새를 맡고 널름대는 뿌리를 여기저기 뻗고 있다. 그러니 경제민주화가 등장했으나 맥을 추지 못하고 만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창조경제다. 창조경제, 쉽게 말해 돈이 돈 만드는 경제를 모두에게 들켜 버렸으니 아무도 모르게 돈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동필 장관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거대한 뿌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어 관성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나보다. 기업이 농수축산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농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농업수장이 할 말은 아니라 본다. 특히 농민들이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눈여겨보며 반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선 말이다. 전정부의 ‘기업플랜들리’가 이동필 장관의 머릿속에 거대한 뿌리를 내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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