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평화의 교두보

  • 입력 2013.04.12 15:59
  • 기자명 한도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돼지새끼 세 마리를 얻어다 길렀다. 하교길에 음식점에서 짠밥(잔반)을 얻어와 먹이고 쌀겨와 뜨물로 길렀다. 돼지우리가 허술해서 가끔씩 뛰쳐나온 놈들과 과수원사이를 쫒고 쫒기며 숨박곡질하기도 여러차례, 다자란 돼지를 잡아 이웃과 나눠먹었다.

처마 밑에 돼지고기를 걸어두면 꾸둑하게 마르는데 이때 부엌에서 나온 연기가 자연스럽게 고기의 부패를 막아줘 오래두고 먹을 수 있었다. 옛날엔 돼지고기 조리법이 다양하지 않아 여름철 돼지고기는 잘먹어야 본전이란 말이 있었다. 기껏해야 삶아서 큼직하게 썰어 두꺼운 비계와 함께 새우젓에 찍어먹었다. 특히 먼지가 많이 나는 탈곡일을 하고선 목구멍에 때를 벗겨야 한다며 즐겨 먹었다.

삼겹살이 일반화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삼겹살이란 말이 국어사전에 등장한 것이 겨우 10년 전 이라하니 그 정도일까? 1975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미공단으로 취업을 나갔다. 그때 윗분이 이사를 오는데 이삿짐을 나르고 처음 삼겹살을 먹었다.

소금장과 마늘, 파절이를 듬뿍 올려 상추에 고기를 싸서 먹었다. 비릿한 기름냄새와 못마시는 소주냄새가 아직도 내몸 어디에선가 나는 듯 하다. 그러니까 그때쯤 삼겹살은 시작 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온통 삼겹살천지다. 청주시가 삼겹살의 고장이라고 주장하면서 브랜드화 했다고 한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삼겹살 원조를 들고 나서는 모양이다. 삼겹살이란 정확하게 고기의 한 부위를 말하는 것이지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삼겹살은 하나의 음식이름으로 정착했다. 삼겹살 구이나 삼겹살 주물럭이라 하지 않고 그냥 삼겹살이다. 그렇게 한 시대에 시작된 삼겹살은 국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일렀다. 먹는 방법이 단순해서 일반화 되기 쉽지 않았던 돼지고기가 삽겹살로 인해 엄청난 고기 소비증가율을 끌어 올린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한 것이 양돈농가들이다. 오로지 사료로만 키울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지만 양돈업은 확대일로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요즘 양돈농가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생산비를 밑도는 지육가격에 수천만원부터 수억에 이르는 적자를 보고 있다. 맘 같아선 확 때려치우고 싶으나 그리할 수없는 구조에 발목이 잡혀 있다. 애면글면 정부의 눈에 띄는 조치가 있기를 바랄뿐 커가는 돼지에게 사료를 안줄 수 없어 오늘도 삽질은 하지만 힘이 나질 않는 것이다.

양돈농가들의 특단의 대책은 뭘까? 돼지 생산을 줄이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하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해야한다. 협정상 그것이 어렵다면 잘못 협정한 것이니 재협상을 통해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정부가 수매해야한다. 수매하면 저장고가 없다고 할 것이다.

방법은 북으로 보내는 것이다. 요즘 남북관계가 뒤숭숭해 국민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 각계인사들의 요구가 특사를 파견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럴 때 돼지고기를 선물로 북에 보낸다면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