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Zero-sum game)

  • 입력 2013.04.21 16:31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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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를 내던져버릴까를 여러 차례 고민하고 있다. 이미 그렇게 결행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음을 주위에서 보고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는 그런대로 소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금융권의 집요한 광고와 마지막기회를 강조하며 새전화기를 구입하라는 판촉까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도대체 누가 내 전화번호를 팔아먹었는지에 대한 분노와 금융자본주의의 끝장이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대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돈을 빌려가라고 꼬시는 것을 보면 투자에 한계가 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 손전화 시장도 새로운 시장은 없고 이미 형성된 시장안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가입자를 가져가는가가 살아남는 조건이 된 것이리라.  바로 제로섬게임의 극단적 현상들이다.

제로섬 게임은 1971년 L.C.더로의 ‘제로섬 사회’가 발간되면서 인구에 회자 됐으며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의 합계가 영(零)이 되는 가상의 게임으로 무역수지의 내왕을 일종의 게임으로 볼 때 무역수지의 흑자국이 있으면 반드시 동액의 적자국이 존재하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들은 사회 각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극심한 경쟁을 통해 세상이 굴러가면 갈  수록 제로섬의 한계는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놈의 게임은 멈출 줄 모르고 오히려 확대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힘이 센 자와 힘이 약한 자의 공생이 인간사회의 가치라고 한다면 인간사회의 모습으로 복원되려는 힘이 작용해야 하는데 우리사회는 그렇지가 못하다. 오히려 권력과 부와 지식을 더 많이 가진자들의 부추김으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 졌다.

오늘아침 들려온 기막힌 울산과 광주 노동자들의 죽음은 바로 제로섬게임의 희생자들인 것이다. 그뿐인가. 자살률 세계1위인 우리의 상황은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더 많이 차지하기위해선 누군가의 주머니가 털린다는 제로섬게임으론 새로운 세계를 향한 우리의 꿈도 좌절하고 말 것이다. 

특히 농업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로섬게임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하고 뛰어든 어떤 형태의 농업도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구조 속에서 제로섬게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블루오션이란 어쩌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긴가민가하고 있는 동부한농의 토마토 농사가 보여주듯이 결국 농민들의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행태에 미련을 두는 사업자들이나 그들을 뒷받침하는 정부관료나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어차피 제한된 시장속에서 농민들과 기업자본이 게임을 한다면 농민들은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

그걸 분명 알면서도 기업이 농업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면 차라리 농민들에게 까놓고 농사를 접으라고 하라. 애매모호하게 정책지원을 해서 시난고난하다가 말라죽도록 할 심산이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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