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20대 대통령 선거로 당선인이 결정된 이후 벌써 3주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여전히 뉴스 가판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두고 써 내린 기사들로만 가득하다.의 사무실은 국방부 출입문으로부터 1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청와대 사랑채 앞을 향했던 경험을 버무려 되돌아봤을 때 당선인이 용산으로 가겠다며 꺼내든 ‘소통’이라는 명분은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현재 국방부 부지는 외부인이 보기에 청와대 못지않은 철옹성이다. 규모는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대선 결과가 발표되고, 풍력과 태양광 관련 갈등을 겪고 있는 농산어촌 주민들의 관심은 자연히 당선인의 입에서 나온 에너지 관련 공약에 쏠렸다. 당선인의 공약이 앞으로의 5년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농산어촌 주민들은 그간 줄곧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방식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펼쳐왔다. 일부 격앙된 경우 원전을 유지해서라도 지금의 마구잡이식 농산어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필요성 자체에는
정치인·학자·공무원들이 농민들 앞에서 절대 해선 안되는 금기 문구가 있다. “저도 농민의 자식입니다.” 얼마나 식상한 말이며 얼마나 뒤통수를 많이 맞아 봤는지, 각종 공개석상에서 이 말이 등장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아…”하는 농민들의 탄식이 터져나온다. 딴에는 농민들의 호감을 얻으려는 발언이겠지만 사실은 시작부터 비호감을 사는 주문이다.대통령들에게도 금기 문구가 생길 판이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습니다.” 박근혜가 그랬고 문재인이 그랬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결국엔 농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 돼버렸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달 2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2차 주말 집중촛불’이 열린 서울 청계광장엔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택배노동자들, 그들과 연대하러 온 시민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우비를 입은 게 소용없을 정도로 거센 비바람에 그들의 몸과 옷이 흠뻑 젖었음에도.그날 오전,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 끝에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난 5년간 23명의 택배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더는 노동자가 죽지 않게 하려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20대 대통령 선거를 꼭 2주 앞둔 날이었다. ‘1kg 700원, 양파 최저생산비 보장!’ 붉은 깃발을 매단 다수의 트랙터가 겨우내 양분을 머금고 그 몸집을 불려가던 조생양파를 짓이겼다. 양파밭을 갈아엎던 트랙터로 인해 흙먼지가 일어날 때마다 농민들은 담배를 꺼내 물거나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양파의 줄기로 파릇파릇했던 밭이 한순간에 황무지로 변했다.농민들은 밭을 갈아엎기에 앞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온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 관심이 가 있는 동안 국가가 농업, 농촌, 농민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정을 오래 겪은 베테랑 농민일수록 농정당국이 ‘스스로 내놓는 대체제’에 큰 거부감을 품는 걸 종종 본다. 그 대체제라는 것이 기존의 핵심장치를 제대로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능을 망가뜨리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한 탓이다. 보통은 이때 발생하는 저항의 세기와 농정당국의 대응을 통해 그것이 단순한 실정인지, 의도적 노림수인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최근 지켜본 ‘원유가격 생산비 연동제’에 대한 공격과 정부의 대안은 후자로 보인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최근의 선례도 있다. 농가 소득을 보호하는 확실한 안전장치를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정부가 설 성수기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하루에 트럭 10대씩 배추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있다. “물가 잡는다고 하다가 농민 잡게 생겼다”며 호소하던 농민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취재를 시작했으나 곧 피로도가 높아졌다. 농식품부나 aT, 기재부 등에 전화했을 때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보든 돌아오는 대답이 똑같았기 때문이다.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쪽 사정도 고역이겠으나 나도 이런 일로 전화 좀 그만하고 싶다. 선배들이 들으면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기사 쓰는 것이 벌써 질려버린 것 같다. ‘농산물 가격이 떨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매일 수십 건의 보도자료가 각 정부 기관, 공기업 등으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보도자료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기시감이 들 때가 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함말이다. 그리고 왠지 본 것만 ‘같은’ 이 느낌이 기정사실로 확실시되기까지는 단 몇 번의 검색이면 충분하다.지난 18일 농촌진흥청은 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작은 크기의 품종을 선호하는 소비자 경향을 반영해 소형종과 절화용 심비디움을 개발했고, 평가회를 열어 이를 소개한다는 게 보도자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요즘 농민·먹거리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국가 책임 농정’이란 표현을 조상들이 들으면 어리둥절할 게 분명하다. 고대사회에서 농정(農政)은 왕을 비롯한 국가가 책임지는 게 너무나 당연한 분야였던 만큼, “농정이 국가의 책임영역이 아니기라도 했냐”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질 게 분명하다. 우리는 그 질문을 받고 우물쭈물할 게 분명하다.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중국 당 태종 이세민이 농지에서 메뚜기가 창궐하는 걸 막고자 “이놈아! 백성들의 곡식을 갉아먹지 말고 내 심장이나 갉아먹어라!”라며
우리나라의 농협은 관제조직으로 발족한 탓에 협동조합적 정체성이 취약하다. 전국에 실뿌리 같이 촘촘한 조직력을 갖추게 된 건 관제농협의 장점이지만, 그 힘으로 농민을 떠받치지 않고 관리·통제·계도하려 하는 건 골치 아픈 부작용이다.농촌은 특히나 관성이 강한 곳이다. 시대가 바뀌고 농협에도 수차례의 개혁이 이뤄졌지만 대다수의 농민들은 아직도 농협을 어려워하고 미흡 혹은 부당한 모습들에 눈을 감는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삶을 옥죄는 요인이라 해도 말이다.반대급부로 농협중앙회장·조합장과 임직원들은 계속해서 농민들의 위에 군림한다. 조합원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앞에 나락이 담긴 톤백을 쌓았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엔 포대벼를 쌓았다. 전남 영암, 충남 당진 농민들은 삭발했고 전국의 농민들이 매일 아침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급기야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농협 조합장들도 붉은 머리띠를 묶고 청와대 앞에서 단체행동에 나섰다. 내용은 똑같았다. ‘쌀 시장격리 즉각 실시하라!’, ‘쌀값 보장하라!’ 농협 조합장들이 농업 현안에 대해 단체행동을 벌인 건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반대투쟁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8월 수해 배상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1년하고도 4개월을 훌쩍 넘겼는데도 말이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도 이토록 답답한데, 당사자들의 마음이 어떨지 가늠해보기조차 미안스러울 지경이다.수해의 명백한 원인은 이미 공공연하게 밝혀져 있다. 이에 배상은 분쟁조정을 통해 논할 문제가 아니지만, 정부 측의 ‘신속하고 원활한’ 처리를 위해 주민들은 제도적 배상 절차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받아 마땅할 배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한국수자원공사는 용수 공급을 위해 댐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첫째는 잉여량은 100% 다 격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며 또한 추수 이전에 격리를 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고는 쌀값이 하락했을 때 반등시킬 안전장치가 없습니다.”2019년 11월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3차 회의에 올라온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김종회 전 의원이 김현권 전 의원의 ‘자동시장격리’에 동의하며 수차례 강조했던 내용이다. 매우 안타깝게도, 우려는 법안 통과 이후 불과 두 번째 수확기 만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나타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두 달 전 고추 농가 취재 차 수확·건조 작업이 한창이던 안동 산지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농민은 올해 농사가 잘됐다며 뿌듯한 표정으로 그리 크지 않은 고추밭과 건조 작업장을 이곳저곳 소개해줬다.최근 고추가격이 6,000원대로 떨어졌다. 안동에서 만난 농민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 슬픈 소식을 들어야 했다. 창고에 그득히 들어차 있던 건고추가 아직까지 그대로 있다는 것. 공판장에 내놓아봤자 현재 시세로는 생산비도 못 건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해 둔 상태라고 했다.한해 농사 완전히 망했다면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 16일 농민·먹거리 시민사회의 청년활동가·연구자들이 모인 ‘농업먹거리청년모임’이 주최한 ‘2021 농업먹거리 청년 심포지엄’은, 신체적 연령대 기준으로 청년 끝자락에 걸친 듯한 본 기자에게도 여러모로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그동안 어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된 ‘농업·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이란 담론을, 처음으로 청년들이 주체적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같은 청년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참석자들은 차분한 어조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내용 중엔 먹거리문제와 관련해 청년을 대상화하고
서울시가 에 광고 의뢰를 중단한 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 ATM”이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을 가 비판한 뒤 벌어진 사건으로, ‘언론탄압’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기관·기업·단체들이 언론사에 의뢰하는 광고는 당연히 그들의 활동이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그 광고료가 언론사 경영에 필수적인 재원이 됨을 부정할 순 없다.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광고를 의뢰하는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홍보 목적과 더불어 언론사의 건강한 발전과 공익에 일조하려는 대승적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30년 넘게 배추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여. 손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망가졌어.” 밭 두둑을 뒤덮고 있던 검은 비닐을 걷어내기 위해 들추자 힘없이 박혀 있던 배추들이 먼지와 함께 굴러떨어졌다. 노랗게 짓무르거나 썩어버린 배추가 태반이었고 속이 제대로 차지 않아 쌈배추로도 사용 불가했다.순식간에 찾아온 병해에 가을배추 3,000평 농사가 그렇게 망가졌다. 상인과 합의했던 포전거래(밭떼기)는 파기됐다. 썩어버린 배추를 그냥 두자니 집 앞에 펼쳐진 을씨년스런 풍경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비용 부담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얼마 전 중학교 교사로 지내는 지인과 오랫동안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올해 초 지자체 차원에서 학교우유급식 지원사업을 확대한 덕에 이제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소규모 중·고등학교에서도 우유를 무상급식하고 있다고 했다. 하는 일이 있어 중학생들이 우유를 잘 먹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고 대답은 걱정했던 대로 ‘아니오’였다.그는 한 반 서른 명이 공부하는 교실에 우유를 급식하면 뜯지도 않은 것이 스무 개씩 돌아올 때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렇게 남는 우유는 당일에 바로 지역사회에 기부하거나, 학교에 보관하다가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추석에 모처럼 고향에 내려갔다. 땅끝마을 언저리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향땅의 냄새를 채 들이마시기도 전에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시에서 내려온 자식들까지 합세해 밭일에 매진하고 있는 농촌 풍경이었다.어렸을 때 틈 나는대로 호출돼 농사일을 거들었던 악몽이 떠올랐다. 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다. 추석이고 뭐고 바빠 죽겠는 농촌에서 내 휴식의 권리를 박탈당하기 직전이었다. 고향행을 택한 과거의 나를 탓하며 몸빼바지로 갈아입고 긴 고무장화를 신었다.간만에 모인 우리 가족은 해가 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5일 환경부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정부세종청사 정문 앞은 그냥 보기에도 어수선할 만큼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지난해 8월 8일 폭우와 댐 대량 방류로 살 곳을 잃은 구례군 주민들도 그곳에 있었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인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구례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고 그날 이후 1년 2개월 넘도록 하나도 바뀌지 않은 실정을 호소하며 조속한 배상을 촉구했다. 아무 잘못 없이 하루아침에 평생 살아온 삶터를 잃은 허무함도 견디기 어려울 진데, 관련 기관 모두 서로 네 탓 내 탓 따지는 형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