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상화’의 함정을 넘어

  • 입력 2021.11.21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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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6일 농민·먹거리 시민사회의 청년활동가·연구자들이 모인 ‘농업먹거리청년모임’이 주최한 ‘2021 농업먹거리 청년 심포지엄’은, 신체적 연령대 기준으로 청년 끝자락에 걸친 듯한 본 기자에게도 여러모로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그동안 어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된 ‘농업·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이란 담론을, 처음으로 청년들이 주체적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같은 청년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참석자들은 차분한 어조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내용 중엔 먹거리문제와 관련해 청년을 대상화하고 ‘지원 대상’으로만 여기던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 내용이 적지 않았다.

찔끔했다. 그동안 내가 기사를 쓰면서 나도 모르게 대상화의 함정에 빠져있었던 아니었을까. 대상화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농민들이 현장에서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로 뛰어다니며 들으려고 하기보다, 내가 기사를 쓰면서 옳다고 여기는 ‘나의 가치’를 더 중시했던 순간은 많지 않은지 반성한다. 농민을 우리의 ‘동료’ 또는 ‘동지’로 여기기보다 ‘지원이 필요한 대상’ 또는 ‘농촌이라는, 나와는 다른 공간에 사는 사람’으로 여기며 기사를 쓴 건 아닌가 반성한다.

학교급식을 이용하는 학생들, 학교에서 급식을 꾸려 온 영양담당자들이나 급식노동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대상화의 함정에 종종 빠졌다. 물론 그 가치가 옳은 건 사실이지만, 당위성만 중시하며 친환경 학교급식의 가치를 이야기해 온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학교 현장의 주체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그동안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다는 반성의 발로로, 지난 969호 커버스토리를 썼다는 것도 추가로 이야기하고 싶다.

모두가 ‘대상’이 아닌 ‘주체’임을 서로 인식하는 순간, 진정한 연대는 시작된다. 동등한 주체들이 동료로서, 친구로서, 동지로서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참된 대안이 나온다. 대상화의 함정을 넘어, 참된 연대의 관점에서 세상과 만나겠다는 약속을 감히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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