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되는 보도자료, 부풀려지는 성과

  • 입력 2022.01.2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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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매일 수십 건의 보도자료가 각 정부 기관, 공기업 등으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이러한 보도자료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기시감이 들 때가 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함말이다. 그리고 왠지 본 것만 ‘같은’ 이 느낌이 기정사실로 확실시되기까지는 단 몇 번의 검색이면 충분하다.

지난 18일 농촌진흥청은 <‘작고 관리 쉽게’ 대형 난 심비디움의 변신>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작은 크기의 품종을 선호하는 소비자 경향을 반영해 소형종과 절화용 심비디움을 개발했고, 평가회를 열어 이를 소개한다는 게 보도자료의 골자다.

농진청은 이날 평가회를 통해 심비디움 20여 품종과 계통을 소개했다. 꽃색이 독특한 소형종 ‘루비볼’ 품종과 꽃꽂이에 잘 어울리는 ‘해피데이’ 품종을 비롯해 크기가 대형종의 2분의 1 정도로 작아 관리가 수월한 ‘원교 F1-79’ 계통 그리고 연두색 꽃이 피는 절화용 계통 ‘원교 F1-80’을 새로 개발했다고 전했다.

짚고 넘어가자면 농진청이 새로 개발한 것은 원교 F1-79와 원교 F1-80 계통이다. 해피데이와 루비볼은 이번에 개발된 품종이 아니다. 이미 한참 전에 개발된 해피데이는 ‘아담한 소형종과 꽃꽂이에 안성맞춤인 절화용 심비디움을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거론된 것에 불과하며, 해당 품종은 지난해 1월과 2020년 11월, 2019년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수차례 반복 소개된 바 있다.

농진청이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같은 내용이 거듭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전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은 내용이 부풀려 담기거나, 이미 개발·홍보된 성과들을 그저 한데 묶어 다시 소개하는 등의 보도자료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지고 또 언론사를 통해 배포되고 있다.

연구기관인 농진청이 배포하는 보도자료는 국가 예산을 들여 수행한 연구·개발 성과를 홍보하고 알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된 보도자료의 반복 배포가 성과 부풀리기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농진청의 연구성과 부풀리기 의혹은 이미 수년간 국정감사를 통해 계속해서 지적되는 단골손님이다. 2020년 국감에서는 세 번이나 반복 소개된 땅콩 신품종과 최초 개발됐다는 국산 밀 오프리 품종이 두 번 동일하게 홍보된 점이 부각됐다. 지난해에는 사실상 같은 내용의 성과를 여러 번 반복 보도했다는 점과 연구모임 성과 증빙 자료가 반복 첨부돼 부실함이 드러났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은 점 등이 지적됐다. 농진청은 그때마다 시정 조치를 약속했지만 비슷한 내용의 반복된 보도자료는 지금도 흩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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