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관

  • 입력 2021.12.19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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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앞에 나락이 담긴 톤백을 쌓았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엔 포대벼를 쌓았다. 전남 영암, 충남 당진 농민들은 삭발했고 전국의 농민들이 매일 아침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농협 조합장들도 붉은 머리띠를 묶고 청와대 앞에서 단체행동에 나섰다. 내용은 똑같았다. ‘쌀 시장격리 즉각 실시하라!’, ‘쌀값 보장하라!’ 농협 조합장들이 농업 현안에 대해 단체행동을 벌인 건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반대투쟁 이후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농촌은 쌀값에 절박하다.

쌀값을 둘러싸고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일련의 흐름 중에 눈에 띄는 현수막과 팻말이 있었다. ‘쌀값 하락 강요하는(농민 아픔 외면하는) 경제부총리, 농식품부 장관을 파면하라.’ 올해 산지 쌀값 하락세에 애가 타들어간 농민들의 분노는 적확히 두 장관을 향하고 있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는 쌀 생산량 증가에도 여전히 가격이 높다며 정부가 쌀값을 낮추겠다고 말해 농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양곡관리법에 따른 쌀 자동시장 격리제의 시행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아우성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원성을 샀다. ‘법대로’를 외치는 농민들의 요구는 철옹성 같은 두 장관, 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쌀값은 농민값’이라 여겨온 농민들에게 쌀값 하락은 바로 농업소득의 감소와 직결된 문제였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핵심엔 요지부동인 두 장관이 있었다.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 시절 당시 농민들의 주요 구호 또한 ‘밥 한 공기 300원 보장’이었다.

정권은 진즉 바뀌었지만 서글프게도 농민들의 요구는 그제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았다. 수년째 1,000만원 초반에 머물러 있는 농업소득이 말해주는 바는 상상외로 크다.

바라건대, 쌀 시장격리 즉각 실시를 요구하며 제 머리를 깎은 한 농민의 절규가 ‘화살촉’이 되어 두 장관의 뇌리에 ‘고지’하길 바란다.

“일년내내 고생해서 농사를 지었지만 나락값이 폭락하고 있다. 한 포대에 1만원 정도 떨어졌다. 그나마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락값이 작년에 비해 올라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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