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때로는 ‘불편해야’ 괜찮다

  • 입력 2022.03.0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2차 주말 집중촛불’이 열린 서울 청계광장엔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택배노동자들, 그들과 연대하러 온 시민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우비를 입은 게 소용없을 정도로 거센 비바람에 그들의 몸과 옷이 흠뻑 젖었음에도.

그날 오전,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 끝에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난 5년간 23명의 택배노동자가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더는 노동자가 죽지 않게 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그의 심경을 생각하며 시민들은 비바람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은 누군가에겐 ‘불편’을 끼쳤다. 농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파업으로 배송이 밀려 농산물을 제때 배송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항의를 듣거나, 우체국에서 더 비싼 가격에 택배를 보내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말했다. “불편해도 괜찮아”라고. 농민단체들은 택배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고,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노농연대’라는 말이 고색창연하게 느껴지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농민과 노동자의 연대는 아름다웠다.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은 택배노동자만이 아니다. 학교에선 급식노동자들이 독성물질을 들이마시며 밥을 짓는다. 그 대가로 암에 걸려 죽은 급식노동자가 있었다. 가축방역 현장에선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환경을 무릅쓰고 가축위생방역노동자들이 일한다. 이 모든 노동자들은 누군가의 ‘먹거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한다는 점에서, 말도 안 되는 노동현실을 바꾸고자 싸운다는 점에서 하나다.

우리는 그들에게 말한다. “불편해도 괜찮아.” 맞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불편해야’ 괜찮다. 살려는 사람들의 싸움 앞에서, 그들이 끼치는 ‘불편’은 때로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