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투명인간》에서 주인공은 몸이 투명해지는 약물을 발명하지만, 투명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다. 결국은 미쳐서 살인을 저지르다가 처단당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면 살 수 없고, 인정받으려면 남들이 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가시성은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투명해서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농민도 그중 한 부류다. 국민의 절반이 농촌에 살던 수십 년 전과는 달리 농민은 소수 집단이 됐으니, 농사짓는 삶과 농촌 살이에 대한 이해(理解)와 심정적 지지가 줄어든 당연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지역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대응을 위해 지역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인구활력정책을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도입을 결정하고, 동년 10월에는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고령화율, 조출생률 등 8개의 인구감소지수를 바탕으로 89개 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발표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등에 관한 기준’을 제정·고시했으며, 동년 6월에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제정했다. 이로써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법적인 기본틀을 갖추게 됐다.이렇게
축산물 모방 식품의 제도적 명칭을 고심하던 정부가 이를 ‘대체식품’으로 통칭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는 지난달 2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한 ‘대체 단백질 식품과 배양육의 현재와 미래’라는 토론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책임자가 언급한 사실이다. 이 자리에서 “고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생산되는 이 식품군의 명칭이 ‘대체식품’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는 것이다.아울러 “대체식품이 국민들에게 안전하게 공급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신기술을 개발하는 식품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민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달픈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갈까? 월급의 일부를 모아 유럽여행을 떠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하고, 조금 더 쾌적한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전세자금을 꼬박꼬박 저축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꿈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조금은 사치스러운 이상을 꿈꾸게도 한다. 팍팍한 삶만 생각한다면 너무나 우울하기 때문에 우리는 꿈을 위해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살아간다.하지만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는 달콤한 꿈보다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현실세계로 내몬다.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투쟁하는
최근 기획재정부는 ‘시장접근 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양파 저율관세할당(TRQ)을 증량하고자 했다. 성출하기에 수입량을 증량한다는 것은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정부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농민들이 가장 바쁜 5월에 기습적으로 입법예고를 하는 의도 또한 불순하다. 농민들은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양파 수확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폭등한 농자재값과 전기료, 인건비 때문에 농업소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에서 정부의 이번 조처는 이해를 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정부는 지난해 마늘이 한창 출하
2023년 5월 9일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다양한 곳에서 윤석열정부의 1년을 평가하는 행사가 열렸다. 역시 농업계에서도 한국농정신문 주관으로 지난 8일 ‘윤석열정부 농업정책 1년, 기대와 좌절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필자는 해당 토론회의 발제자로 참여해 윤석열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구체적인 발표 주제는「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윤석열정부의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대한 내용이었다. 윤석열정부의 과
벌써 5월이다. 새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고, 바야흐로 감자꽃이 필 무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와 교육청은 작년 가을 친환경감자를 담아둔 대형 포장재(톤백)에서 발견된 농약 성분(피페로닐부톡사이드)의 검출로 위축된 관계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보관 용기의 농약 검출로 인해서 창고에 있던 36톤의 감자를 전량 폐기한다고 해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민의 진정성에 대한 무너진 신뢰가 일시에 회복되지는 않는다. 오염된 감자를 모두 폐기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학부모나 영양(교)사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농촌 곳곳에서는 정권을 향한 거부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비가 온다는 예보까지 내린 지난달 24일, 몸도 마음도 바쁜 시기임에도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8개 단체 소속 100여명의 농민들은 국회 앞에 모여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농업포기·농민말살하는 대통령, 이제는 그 무엇도 아니다’라는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식량주권을 포기한 윤석열정부를 향한, 분노에 찬 농민들의 ‘윤석열정권 거부 및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촉구 농민대표자 대회’였다.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절박한 외침은 안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과 쌓인 것들이 미래 사회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믿는 현대인은 드물다. 미래는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 아니라 개발하고 생산해야 할 제품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농업의 미래’라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열심이다. 그러나 명확한 선분과 정교한 곡선으로 그려낸 설계 도면에 맞추어 미래를 생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몇 가지 숫자와 그럴싸한 짐작으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그려낸 미래 농업의 이미지가 허술한 상상에 불과하다며 도외시할 수만은 없다. 조금만 덧칠하고
오늘날 우리는 ‘3고(三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서 삼고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을 말한다.그렇다면 혹시 ‘3무(三無)’의 어려움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귀농·귀촌한 청년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삼무의 어려움이라고 한다. 무자본, 무기술, 무연고의 삼무다. 기존의 농민조차도 정상적인 농업경영이 어려워지는 현실인데 삼무 상태인 청년 귀농·귀촌인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그런데,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심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의미의 삼무만이 아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이 없고(無농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12월 홍문표 의원을 중심으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한우산업 경쟁력 강화 및 한우 가격의 안정적 도모, 5년마다 한우산업 발전 종합계획 수립, 한우수급 상황을 고려한 적정 사육두수 규모 관리 및 한우산업발전협의회 설치, 수급 조절 목적 도축 및 출하 장려금 지급, 한우산업 경영으로 인한 일정 부채 농가에 대한 경영개선 자금지원, 한우의 품질개선 및 유통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 한우의 수출 진흥 사업 추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인간에게 위안을 선사하지만 급작스런 이상기후로 커다란 시련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 시련이 훌훌 털고 일어날 정도로 경미할 때도 있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농사의 반은 하늘이 짓는다는 말처럼 농업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농민들은 그 누구보다도 일기예보를 발 빠르게 접하고 민첩하게 대비하지만 재해를 막지는 못했다.올해 1월 유난히도 추웠던 제주도는 폭설과 한파로 농작물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제주도의 농작물 재해피해는 역대 발생한 피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질 만큼 제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 동원에 관한 일본 사과와 전범 기업의 배상 관련 내용을 다룬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했고 제3자 변제를 하겠다며 일본에 걱정 말라고 했다.또한 교토 통신에서는 일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과 독도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이 되레 윤석열 대통령을 걱정해줬다고 한다.한나라의 대통령이 제 나라 국민의 피해는 나 몰라라 하고
지난해 대표적인 소멸 위험 지자체로 알려진 지역에서 열린 큰 행사에 참여하던 중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 몇 년 사이 인근 시·군을 오가는 시외버스 노선이 거의 없어져 서울과 지역 대도시를 오가는 버스가 몇 대 있는 정도였다. 이용자는 노인이나 학생 몇 명이 고작이었다. 지방소멸의 실상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대개 지방소멸의 원인을 저출산-고령화라고 한다. 맞다. 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결국 농지문제가 있다. 농지소멸-농민소멸-농촌소멸-농업소멸-지방소멸은 ‘3농’문제-환경문제-도시문제-식량주
3월, 겨울 방학을 끝내고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들도 개학을 맞이했다. 검은색의 겨울 점퍼가 얇은 코트로 바뀌고 화사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두운 경기 전망 속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로 봄의 따스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봄과 함께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억눌려있던 마음도 여러 어려움도 훨훨 날아갈 만큼 가벼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끝이 나면서 농민들의 몸과 마음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못자리를 준비하는 분주함에 밭 갈기, 마늘과 양파 웃거름 주기에 하루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하지만 여성농민들은 조합장 선거에 관심도가 떨어진다.왜 그럴까?여성농민들은 우선 조합원 가입부터 쉽지 않다. 복수조합원제가 1994년 도입·시행됐지만 여전히 여성조합원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전체 조합원 211만3,437명 중 여성조합원은 33.9%에 불과하다. 농업협동조합법에는 1구좌 5,000원씩 20구좌 이상이면 복수조합원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하지만 지역농협으로 내려오면 지역농협 정관에 의해서 평균 출자금 이상을 내야 한다는 조항과 가구원 수
3월 8일이 농협조합장 선거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시간이 흐르는 것을 깜박했다. 농협 조합장을 했던 사람으로서 너무한 거 아니냐는 주변의 핀잔을 받으며 선거를 앞두고 입장표명(?)을 요구받고 있지만 아직은 묵묵히 있다.필자는 2010년 2월, 조합장에 당선됐고, 5년 5일의 임기를 마친 뒤 처음으로 시행한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2015년 3월)에 출마하지 않았다. 스스로 평가에 지나치게 너그러운 것인지는 몰라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당시 농협의 처지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거의 목표치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다소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정과제에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을 내걸고 있다.목표는 기초 식량 중심으로 자급률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확보해 식량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직불금 확대와 위험 관리체계 구축으로 농가 경영안정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밀·콩 전문 생산단지 및 전용 비축시설을 만들고 공공비축의 단계적 확대와 우량농지 보전, 지원 강화 등 기초 식량 자급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비상시 해외 곡물 국내 반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고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소가 위치한 용산은 요즘 핫플(핫플레이스의 줄인말)이라 불리는 곳이다. 주변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새로 들어선 가게 앞에서 환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면용 기기 등을 판매하던 허름한 건물이 이제는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핫플 카페가 됐다.핫플에서 볼 수 있는 먹거리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김치찌개, 순댓국, 백반 등과 같은 종류에서 이제는 베트남, 태국, 멕시코 음식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늘어났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인스타그램,
기후위기를 가장 구체적으로 체감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해안지역 주민이나,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 폭염이나 폭우를 직접 대하며 사는 도시민일까? 어쩌면 태백산맥 주변 지역에서 고랭지 채소 농사를 지어 온 농민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통 표고 600~1,200m 주변에 형성되는 고랭지는 봄이 짧고 냉해가 자주 발생한다. 여름에도 서늘해서 봄배추 재배가 가능하지만 수년 전부터는 고랭지 배추 재배가 잘 안 되고 있다.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기후온난화 때문이다. 재배가 되긴 하지만 각종 병해와 폭염, 가뭄, 장마 등에 시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