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에 무지하고 농민을 천시하는 정부, 거부운동이 답

  • 입력 2023.05.01 00:00
  • 기자명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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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농촌 곳곳에서는 정권을 향한 거부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까지 내린 지난달 24일, 몸도 마음도 바쁜 시기임에도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8개 단체 소속 100여명의 농민들은 국회 앞에 모여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농업포기·농민말살하는 대통령, 이제는 그 무엇도 아니다’라는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식량주권을 포기한 윤석열정부를 향한, 분노에 찬 농민들의 ‘윤석열정권 거부 및 양곡관리법 전면개정 촉구 농민대표자 대회’였다.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절박한 외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양곡관리법 개정을 두고 계속 정쟁만 일삼았다. 그러더니 결국 누더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마저도 ‘쌀 강제매수법’이라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로 돌려보내 최종 부결시켰다. 하지만 농민들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한 거부권이 아니었다. 이미 누더기가 된 양곡관리법 개정은 농민들에게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농업과 농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버리고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에 대한 분노였다.

농민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그동안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 과정 중 총리와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내용을 통해 윤석열정부가 얼만큼 농업에 무지한지, 얼마나 농민을 천시하는지 똑똑히 봤다. 윤석열정부는 농민들을 막무가내로 농사짓고 정부더러 책임지라는 식의 떼를 쓰는 존재로 만들었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부결시키는 과정에서 농민들을 갈라치기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지난해 쌀값이 45년만에 최대치로 대폭락했을 때도, 농민들이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요구했을 때도, 생산비가 폭등해 대책을 요구하며 농민들이 거리에 나섰을 때도 국가는 없었다. 윤석열정부는 농산물가격이 내려갈 때는 나 몰라라 하면서 오를 때는 바로 저관세로 수입농산물을 들여 농산물가격을 두드려 잡아 물가 잡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금리가 오르고 물가가 폭등할 때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언제나 물가폭등의 희생양이였다.

식량이 모자라니 쌀을 증산하라고 부추길 때는 언제고 이제는 맛이 좋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신동진 품종을 쌀 생산량 감축을 이유로 퇴출시키겠다는 정부, 전북 쌀 농가 절반 이상이 신동진 쌀을 재배하는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정부, 이러한 윤석열정부는 농민에게 있어 더 이상 그 무엇도 아니다.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는 밥 1공기 300원, 쌀 80kg 한 가마 24만원 보장 요구가 과연 과한 요구인가?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있듯이 농민들에게도 생산비가 보장되는 농산물가격이 보장돼야 함에도 농산물가격은 농민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했다.

한국은 사료 포함 식량자급률 20%(곡물자급률)밖에 되지 않는 절대적 식량수입 국가다. 쌀 자급률도 100%가 아닌 80%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쌀농사가 버티고 있었기에 농민들은 다른 품목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국민들의 주식도 원활히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후위기, 전쟁위기 시대에 언제 어디서 식량위기까지 닥칠지 모르는 현실이다. 이를 대비해 최소한의 식량은 비축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높일 생각은 없이 농산물을 수입해서 식량주권을 지키겠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우리는 세계 곡물 수출기업들이 자기 나라 식량안보를 위해 수출을 중단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매년 의무 수입하는 쌀 40만8,700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쌀이 과잉 생산돼 쌀값이 폭락했다는 정부의 논리에 농민들은 더이상 윤석열 정권을 가만둘 수가 없다.

이제 농민으로부터 시작한 윤석열정부 거부 운동은 들불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이후 노조법2·3조 개정도, 방송법 개정도, 이태원특별법에 대해서도 줄줄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으로부터 불법도청, 불법침해를 당하고도 주권행사를 하지 않는 대통령. 우크라이나에 전쟁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발언으로 한국을 전쟁개입 국가로 만들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대통령. 정작 피해자들은 전범국인 일본에게 아직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로 더 이상 죄를 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대통령.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등 국민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는 대통령.

이와 같이 국민을 외면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농민들이 앞장서서 윤석열정부 거부 운동을 국민들과 함께, 전국으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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