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

  • 입력 2023.04.09 18:00
  • 기자명 황명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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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철 박사
황명철 박사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12월 홍문표 의원을 중심으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한우산업 경쟁력 강화 및 한우 가격의 안정적 도모, 5년마다 한우산업 발전 종합계획 수립, 한우수급 상황을 고려한 적정 사육두수 규모 관리 및 한우산업발전협의회 설치, 수급 조절 목적 도축 및 출하 장려금 지급, 한우산업 경영으로 인한 일정 부채 농가에 대한 경영개선 자금지원, 한우의 품질개선 및 유통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 한우의 수출 진흥 사업 추진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보다 5개월 앞선 2022년 7월, 이원택 의원을 중심으로 ‘탄소증립에 따른 한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환을 위한 지원법’이 발의됐다. 법안 주요 내용은 홍문표 의원의 안과 대부분 비슷한데, 한우농가 탄소저감을 위한 경축순환 농업 전환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지난 2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우산업기본법의 필요성과 관련해 “대한민국에선 축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없다. 규제 중심 정책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농가들은 항상 불안하다. 농가들이 법 테두리 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우산업 법제화는 과거 19대 국회에서 2014년 8월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우산업발전법안’을 발의해 논의된 바 있으나, 정부의 반대에 발이 묶인 상태에서 2016년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적 있다.

한우산업기본법 제정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한우는 호랑이, 진돗개와 함께 한민족을 대표하는 문화적 공감 동물로 상징성이 매우 높고 한민족 고유의 동물유전자원으로 보존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2006년 문화관광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0대 민족문화 상징물을 조사한 결과, 15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두 번째로 한우산업은 우리나라 농업경제와 농촌지역 안정화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우농가는 약 9만호로 축산농가의 8할 이상이며, 2022년 기준 한우 전후방 산업 규모는 13조3,000억원, 총 취업자 수는 40만5,000명, 관련 인구는 약 100만명에 달한다. 세 번째는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잉여 농지가 발생하고 있는데, 조사료와 퇴비 중심의 경축순환을 통해 논이라는 생산기반 유지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시장개방 이후 한우산업 위기 심화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취약한데, 오는 2026년 쇠고기의 관세 제로화 이후 법적 보호 울타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축산법’은 한우가 역축으로 주로 이용되던 1963년 6월에 제정돼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축산법’은 과거 60여 년간 여러 차례 개정됐으나 한우산업의 전업화, 시장개방 대응 경영안정, 수급 불안, 환경 및 질병 문제, 스마트농업 등 시대적 과제에 구체적인 대책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에 따른 기대효과는 우선 토종가축 기반 한우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기존 법체계의 한계를 벗어나, 생산자 및 정부가 제대로 역할 할 수 있는 법적 강제력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에게 안전하고 품격 있는 고급축산물 공급, 농촌지역 유지 및 경제 활성화, 경축순환농업 실현, 쌀 과잉 문제 해결 및 논 생산기반 유지, 조건 불리지역 일자리 제공 등 한우의 공익적 역할 증대도 기대된다. 아울러 수입 개방 및 수급 불안, 환경문제, 탄소중립 등 당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한우산업이 우리나라 대표산업으로 발전하는 토대 마련이다.

한편 정부는 법 제정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 타 축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은 힘이 약한 사람에게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특히 법 제정에 따른 공익성이 더 크다면, 한우산업을 미래세대에 민족자산으로 물려주기 위해서도 법 제정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번만큼은 정부도 긍정적 자세로 생산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우선 가능한 부분부터 호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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