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산물 제값 받기와 안정적 판로 보장

  • 입력 2023.03.12 18:00
  • 기자명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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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3월, 겨울 방학을 끝내고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들도 개학을 맞이했다. 검은색의 겨울 점퍼가 얇은 코트로 바뀌고 화사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두운 경기 전망 속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로 봄의 따스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봄과 함께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억눌려있던 마음도 여러 어려움도 훨훨 날아갈 만큼 가벼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끝이 나면서 농민들의 몸과 마음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못자리를 준비하는 분주함에 밭 갈기, 마늘과 양파 웃거름 주기에 하루하루가 바쁘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농민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또 한 해 농사를 시작하고 있을까?

해는 바뀌었지만 급등한 농자재값의 부담이나 일손 부족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농가경영을 압박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 속에서 영농안정대책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물가상승과 함께 각종 농업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농산물값은 하락세로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농가경영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재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제대로 판매할 수 있다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 볼 힘도 생길 텐데 이에 대한 전망은 밝지가 않다. 각종 물가상승의 환경 속에서 농산물은 물가잡기의 수단으로 사용되며 무관세, 저관세 수입농산물 공급확대의 기회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농업의 가장 기본과제인 제값 받기와 안정된 판로 구축을 위한 논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2022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30대 이하 청년이 귀농을 하는 이유는 ‘농업의 비전 및 발전 가능성’이 1위였다. 청년들의 대답은 농업계와 우리 사회에 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비록 위기상황이기는 하지만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을 찾는 청년들이 농업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의 징조이다. 청년농민의 도전과 꿈에 날개를 달아주며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농민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

귀농가구의 45.4%가 소득 증가를 위해 농외활동을 수행한다는 결과를 보면 정체돼 있는 농업소득의 어려움 해결이 우선이다. 이 해결의 시작은 농민이 생산한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판로 보장이 기본이 될 것이다. 농민들의 안정적인 농업소득 보장이 농업에 머물 수 있는 힘을 주고 재생산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농민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첨단 시설로 신선한 농작물을 재배해도 이를 안정적으로 판매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가격과 판로 문제와 더불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부분은 사라져가는 농민 문제다. 농민의 감소는 농업·농촌의 존폐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심각한 문제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농촌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렸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하면서 극심한 인력난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단기적인 임시방편으로 농민 소멸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 농업 고용노동력 부족의 문제를 넘어 농민으로의 성장, 육성할 수 있는 과제로 관점을 넓혀야 한다.

지난 2020년 103만5,193가구였던 농가수는 2021년 103만1,210가구로 0.4%(3,983가구)감소했다. 하지만 농업경영체에 등록하는 수는 2020년 173만905건에서 2021년 176만2,530건으로 1.8%(3만1,625건) 증가했다. 농업경영체에 등록한 농업법인의 수도 2020년 1만4,567건에서 2021년 1만5,129건으로 3.9% 증가했다. 농업과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법인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 실제로 농업·농촌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라면 참으로 반가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이며 이 현상이 내포하고 있는 바가 실제 농업의 위기를 더욱 부추기거나 왜곡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단순히 농업경영체 등록 건수의 증가가 아닌 실제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는 진짜 농민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한 가장 기본 조건은 바로 안정적인 생산과 판로가 보장되는 지속가능한 농업환경 마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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