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지방소멸대응기금, 기대와 우려

  • 입력 2023.06.18 18:00
  • 수정 2023.06.19 06:36
  • 기자명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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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지역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대응을 위해 지역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인구활력정책을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도입을 결정하고, 동년 10월에는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고령화율, 조출생률 등 8개의 인구감소지수를 바탕으로 89개 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발표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등에 관한 기준’을 제정·고시했으며, 동년 6월에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제정했다. 이로써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법적인 기본틀을 갖추게 됐다.

이렇게 도입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별 여건 및 자원을 활용해 지자체가 스스로 사업을 정하고, 차별화된 투자계획을 주도적으로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자주재원’적 성격과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목적재원’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 ‘기금’은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원씩 총 10조원을 조성·지원할 계획이며 기초단체 75%, 광역단체 25%를 배정하도록 돼 있다.

지역의 자율성과 주체성, 그리고 인구감소 대응이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이 기금이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병존하고 있다. 일단, 정치권력의 변화와 무관하게 특별법에 의해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지원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수도권 집중 완화 혹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시행해 왔던 각종 정책들이 정권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던 지자체로서는 이 기금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금을 바라보는 시각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2022~2023년의 경우, 지자체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이 대부분 인프라 중심으로 짜여 있어 인구감소 대책이라고 하기 애매한 점이 많고, 매년 사업계획을 평가해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이 크며, 매년 1조원이라는 기금이 적은 규모는 아니지만 100여개의 지자체에서 나눠 갖는 방식이기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등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지적에 따라 최근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는 ‘2024년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개선방안의 핵심은 우수사업을 발굴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최고등급의 배분 금액을 12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확대하고, 다부처 협력사업인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이나 고향사랑기부금, 지역기업 혁신 공모사업 등을 기금사업과 연계토록 유도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금 투자계획 평가 시 성과분석과 현장실사 강화 등으로 평가체계를 보완하며, 중장기적 기금사업 발굴을 위해 올해부터 수립하는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5개년)’과 기금 투자계획의 연계성을 강화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금’이 인구감소대응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인프라 확충 등 기존의 지역발전 숙원사업이 아닌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인구증가대책 중심으로 개선돼야 하며 둘째, 단발성·일회성 사업이 아닌 10년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고 셋째, 이 기금이 단체장의 공약사업을 집행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시스템이 보완돼야 한다. 넷째,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 아니라 지방의 소멸은 곧 국가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기금의 규모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다섯째, 정책 간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신설, 국내로 회귀하는 기업·공장의 수도권 신설 허용, 수도권 교통망 확충 등 수도권 집중 즉, 지방소멸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 이 기금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략적인 구호나 주장이 아니라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지방소멸대응기금사업이 시행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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