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해외 곡물 들여오는 것이 식량주권 확대인가

  • 입력 2023.02.19 18:00
  • 기자명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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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정과제에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을 내걸고 있다.

목표는 기초 식량 중심으로 자급률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확보해 식량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직불금 확대와 위험 관리체계 구축으로 농가 경영안정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밀·콩 전문 생산단지 및 전용 비축시설을 만들고 공공비축의 단계적 확대와 우량농지 보전, 지원 강화 등 기초 식량 자급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 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비상시 해외 곡물 국내 반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고 한다. 아울러 농업 직불제 관련 예산을 단계적으로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해 중소농을 두텁게 지원하면서 식량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실현, 고령농 은퇴 유도와 청년농 육성을 위해 선택 직불제(전략 작물 직불제와 탄소중립 직불제 등)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1년 기준 44.4%인 식량자급률을 2027년 55.5%로 대통령 임기 내에 끌어올리겠단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쌀 자급률이 84.6%(2021년 기준)인데 이것을 줄여 밀·콩 등을 재배하게 해 재배 농가에 전략 작물 직불금을 주고 밀 자급률을 2020년 0.8%에서 2027년 7% 수준으로 높인다는 얘기다. 콩 자급률도 2020년 30.4%에서 2027년 37.9%로 올려 식량자급률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계획을 듣자니 조삼모사가 생각난다. 뿐만 아니라 정부 계획엔 사족도 하나 달려 있다. 해외 공급망 확보로 안정적인 식량 공급 체계를 유지하고 해외 곡물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과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식량주권이란 개념은 1996년 비아 캄페시나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생태계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민중들이 자신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정부는 해외에서 식량을 수입하고 이것을 지원하는 것이 식량주권을 확대한다는 것이라 한다. 정부의 식량주권 확보 계획은 농지를 침탈하는 태양광과 산업단지, 폐기물 처리장 등을 막아내고 식량주권 확대를 위해 농지가 보전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자급률을 점진적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어야 하지만, 2027년까지 자급률을 11.1% 올리겠다는 그럴싸한 계획만 있을 뿐 그것을 위한 실천계획은 부족해 보인다. 식량주권 확대를 위해서 2021년 자급률 84.6%인 쌀 재배면적을 줄이고 밀과 콩 재배면적을 늘려 식량자급률을 55.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 납득 안 되는 이유다.

정부의 계획대로면 자급률 11.1% 상승은 해외 농산물로 채울 수밖에 없다. 이것을 과연 식량주권 확대로 우길 수 있는 일인지 묻고 싶다.

올해 대통령 임기는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실천하는 국정과제는 결과로 남게 된다. 한다고 하는 것 말고 해놓은 것이 쌓여야 한다. 쌀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쌀 자급률은 왜 84.6%인지, 쌀 재배지가 밀·콩·가루쌀 재배지가 되면 자동으로 식량자급률은 올라가게 되는 것인지, 해외 곡물을 쉽게 들여오면 자급률이 올라가고 식량주권이 지켜지는 것인지 농민의 한 사람으로 합리적 의심이 든다.

농식품부 공무원들도 그렇겠지만 농민들은 기후위기, 전쟁위기, 감염병위기를 비롯해 WTO 체제의 약화와 자국 농산물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계획이 실천되지 않았을 때의 대안 또한 함께 논의해야 한다. 어찌보면 계획 수립의 이유는 같다. 하지만 실천 지침이 다르다면 결과를 놓고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 지난해 5개년 계획이 얼마나 실천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이 매년 1%씩이라도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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