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또다시 반복되는 오래된 미래

  • 입력 2023.05.21 18:00
  • 기자명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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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2023년 5월 9일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다양한 곳에서 윤석열정부의 1년을 평가하는 행사가 열렸다. 역시 농업계에서도 한국농정신문 주관으로 지난 8일 ‘윤석열정부 농업정책 1년, 기대와 좌절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필자는 해당 토론회의 발제자로 참여해 윤석열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구체적인 발표 주제는「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윤석열정부의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대한 내용이었다. 윤석열정부의 과거 1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농정이 어떻게 추진될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로드맵이 바로 이 발전계획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석열정부의 발전계획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목적으로 하는 위 기본법의 취지에도 충실하지 않고, 또다시 반복되는 오래된 미래와 같았다. 여기서 말하는 오래된 미래는 말 그대로 발전계획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책들이 5년 전 문재인정부, 아니 10년 전 박근혜정부의 발전계획과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윤석열정부의 발전계획은 전혀 새롭지 않은 오래된 미래라는 것이다.

여기서 퀴즈 하나. 윤석열정부의 발전계획 5대 전략은 ① 굳건한 식량안보 확보 ② 미래 농식품산업기반 조성 ③ 안정적인 농가경영 지원 ④ 국민이 안심하는 먹거리 공급 ⑤ 쾌적하고 매력적인 농촌 조성인데, ‘농업진흥지역 중심으로 한 우량농지 보전’은 ‘굳건한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윤석열정부의 발전계획에 포함될까. 아니면 문재인정부 또는 박근혜정부의 발전계획일까. 정답은 박근혜정부부터 문재인정부를 지나 윤석열정부까지 15년 동안의 발전계획에 거의 대동소이하게 들어가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정책이면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발전계획의 주요 내용으로 삼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과거 농지보전정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농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과거 농지보전정책이 실효성이 있었다면 지속적인 농지감소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그리고 농업진흥지역 중심의 농지보전 정책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면밀히 평가하고 효과가 없다면 다른 정책 대안을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발전계획에는 과거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분석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그 발전계획도 과거 정부의 오래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청년농민 3만명 육성, 스마트농업 확대,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그린바이오산업, 푸드테크 산업 육성 역시 윤석열정부의 주요 농업정책이다. 문재인정부는 청년 창업농 1만명 육성과 스마트농업 육성이 주요 농업정책이었고 박근혜정부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추진이 농업정책 중 하나였다. 정부는 3번이나 바뀌었으나 참 이상하게도 발전계획은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발전계획은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 공급 및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장 기본이자 근간이 되는 정부의 농업정책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및 과거 정부의 발전계획이 정말로 우리 농업이 기대할 수 있는, 믿고 따라가면 되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 지구적 기후위기가 도사리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계속 중인 상황에서 식량과 농업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부분이다.

한국의 농업은 언제 닥칠지 모를 거친 파도와 폭풍우로 난파할지 모르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와 같다. 윤석열정부는 지금이라도 발전계획을 다시 꼼꼼히 점검하고 평가해, 계획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수립하더라도 망망대해에 떠 있는 우리 농업의 나침반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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