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키만 크고 콩이 안 달렸어. 털어도 먼지만 많지 얼마 되지도 않어. 600평이 넘으니까 못해도 너댓 가마는 나와야 되는데 두 가마 나오면 다행이여. 털고 자시고 할 게 없어. 힘만 들지. 밭작물은 땅이 질면 더 안 되는 법이여. 배수도 안 좋은데 지난여름에 (장마로) 다 쓰러졌으니…. 들깨도 반 수확이 안 나오더라고. 재미없으나 마나 사람 사는 게 다 그래. 이제 일 그만할 때지. 40년생이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논둑에 콩 조금 심었는데 마저 털라고 나왔어. 얼마 안 돼. 겨우 이것 뿐이여. 올핸 비가 계속 왔잖어. 날씨가 안 좋으니께 콩이 덜 영글었어. 크기도 잘잘하고. 이렇게 (바람에) 날려도 집에 가서 한 번 더 걸려야 먹지. 키질 안하면 되간디. 콩 터는 것도 손이 많이 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서울서 잘 살다가 속아서 시집왔네(웃음). 농사지은 지 50년 넘었지. 이젠 100세 시대라며? 일할 수 있을 때까진 해야제. 논 조금 있는 건 임대 주고 들깨 좀 심었어. 따로 내다 팔진 않고 애들하고 사돈네랑 주려고. 한 300평 될까. (농사가) 잘 돼서 많이 주면 좋은데 올핸 영 아녀. 하루 종일 털어도 한 가마 겨우 될런가. 뭐, 날씨가 그랬는데 어쩔 수 있나. 적으면 적은대로 먹는 겨.”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한 닷새나 말렸을까. 올핸 들깨도 안 나오고 나락도 안 나오고 뭐든 안 나와. 온 동네가 다 흉년이여, 흉년. 이렇게 두드려봐야 꼬순 향만 나제 양은 얼마 되지도 않어. 비도 많이 온데다가 (태풍에) 다 쓰러졌는디 뭐가 제대로 되겄소. 남이야 얻어서 짓는디 고생만하제 올해는 뭣이 안 나와. 촌에서 노인들이 고생하고 한께 수확이라도 잘 나와야 쓰는디 다 밑져불었어라.”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원래 나락을 베면 포대에 담기는 건데 조금 개조했어. 포대는 수시로 갈아줘야 되니깐 일이 더디거든. 톤백에 바로 담으면 아무래도 일이 편하지. 요새 콤바인은 다 좋아서 이런 거 보기 힘들어. 올핸 (벼가) 쓰러진 논이 있어서 수확량은 평년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 같고. 이쪽은 농지가 크지 않아서 한 번 베기 시작하면 금방 끝나. 농협에서 산물벼로 수매하는데 작년보다 5,000원 더 주더라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밭)로터리 치기 전에 퇴비랑 비료주려고 나왔어. 마늘 심으려고. 이제 늙어서 나이도 들고 힘에 부치니깐 논은 다 임대 줬어. 근디 밭은 사람들이 안 하려고 해. 논이야 다 기계가 해불고 하니까. 근디 밭은 이게 다 사람 일이라. 일도 많고 힘도 들고 고생이니깐 잘 안 부치려 해. 그렇다고 그냥 놔두긴 뭐하고 우리 먹을 거 조금씩이라도 해야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벼가) 많이 쓰러진데다가 도열병까지 심하게 와서 수확량이 얼마 안 돼. 많이 줄었어. 작년보다 절반 가까이 준 것 같은데 방아 찧어봐야 알지 뭐. 이건 수매할 건 아니고 가족들 나눠 먹으려고. 요새 볕이 좋아서 건조시키는데 이렇게 사나흘은 말려야 돼. 아침저녁으로 나와서 펼쳤다 걷었다 하는 게 일이지. 이렇게 걸어가면서 겉에 마른 건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 번씩 뒤집어 주는 거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여그가 꽃상추로 유명한 동네여. 고기 쌈 싸먹을 때 이만한 게 없지. 맛이랑 향이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 보통 하우스에서 많이 키우는데 (난) 노지에서 조금 하는 정도라. 노지라서 서리 오기 전까진 따. 값이 좋을 땐 4kg 한 상자에 4~5만원씩 갈 때도 있는데 요즘은 안 그래. 꽃상추는 너무 크면 못 써. 딱 봐서 어른 손바닥만 하면 따야지 더 크면 상품가치가 없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이제 네 번째 따는데 값이 없어. 품삯도 안 나올 정도로 시세가 바닥이라. 어제 대전으로 보낸 게 9,000원 나왔어. (꽈리고추) 4kg 한 상자에. 열 상자를 작업해도 10만원도 안 돼. 그러니 사람을 쓸 수 있나. 품값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품삯이라도 아껴야지. 한 상자에 최소 1만5,000원은 나와야 돼. 농사 잘 지어놔도 값이 없으니까 둘이서 겨우 먹고 사는 거라. 돈 번다는 건 모르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태풍이 세 번이나 왔잖어. 근데 두 번째, 세 번째 때 싹 쓸어버리더라고. (떨어져서) 주운 것만 20kg 상자로 백 개가 넘어. 일손 쓰기도 어렵고 혼자서 하루 종일 주웠지. (색)깔도 좋고 이제 수확만 하면 됐는데 홍로, 부사 할 것 없이 떨어졌어. 병 걸린 것도 별로 없어서 농사 잘 됐다고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가격도 좋다고 하니깐 속이 더 상하지. 이게 다 상품으로 나가는 건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여기 보소. 이기 청양고추라. 근디 온 밭에 (탄저)병이 다 들었어. 태풍에 쓰러진 것도 많고. 이번이 첫물인데도 딸 게 없다. (수확량이) 작년의 10분의1도 안 될 것 같은데. 비가 계속 오고 난 뒤에도 햇볕이 안 나고 날씨가 흐리니까. (고추가) 달리기는 많이 달렸는데 쓸 만한 게 별로 없어. 몇 고랑 다녀도 비료 포대 하나 채우기가 쉽지 않애. 앞으로 서리 올 때까진 따야 하는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김장배추 심는 겨. 여기는 저 아래 남도랑 달라서 일찍 심어야 돼. 서리가 빨리 오니까. 이 동네가 대략 해발 540미터나 될 껴. (배추) 모종도 직접 키웠지. 하우스에서 20일, 25일 정도? 원래 사과농사 좀 짓는데 올해는 사과 같은 게 하나도 없어. 봄에 냉해를 입어가지고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더라고. 어휴 (사진) 이제 그만 찍어. 다 늙은이 찍어서 뭐에 쓰려고 그래(웃음).”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이렇게라도 (참)깨가 나온다는 게 기적이여. 비가 거의 매일 왔잖어. 말리기만 하는데도 20일 넘게 걸렸응게. 비닐로 덮어놨다가 해 뜨면 걷고 비 오면 다시 덮고. 엄청 애 먹었지. 주위를 봐도 이만큼 수확하는 데도 없어. 이 부락에서 태어나서 여태껏 농사지었어도 올해만큼 힘든 때가 별로 없었어. 조금이라도 털어야 비료나 퇴비값에 보탤 것 아녀. 들깨도 아직 밭에 있는데 나중에 해봐야 알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저 위에 저수지가 있거든. 거기 둑이 터지는 바람에 다 떠내려갔어. 담배 건조장, 창고, 화장실 뭐 마당에 있는 건 싹 쓸어가 버렸다니까. (콘크리트로 된) 마당이 파여서 물웅덩이가 생겼으니 말 다했지. 집이 이런 데 논에 가 볼 생각이나 나겠어? 어휴, 농사는 나중 얘기지. 이건 뭐 꼭 폭격 맞은 것 같으니.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 이런 물난리가 없어. 치워야 되는데 막막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옥수수 심어. 빨리 먹으려면 모종 내서 심기도 하는데 이렇게 (씨앗으로) 심어도 잘 커. 모종으로 심는 것보단 좀 느리긴 해도 괜찮아. 요 씨앗이 붉은 건 소독해서 그래. 우리 영감님하고 같이 짓는데 다른 밭 둘러보고 온다고 아직 안 왔어. 콩도 있고 인삼농사도 좀 짓거든. 어휴, 이제 골병이 들어서 그런지 심다가 앉았고 해야 낫지. 안 그럼 힘들어서 못해. 농사지은 지야 평생이지 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요즘 오이 시세가 완전히 바닥이야. 초장엔 좋았는데 지금은 추청(오이) 50개 한 상자에 만원 언저리밖에 안 해.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어. 품 들인 것만큼 가격이 안 나오는 거야. 첫 물 따면서 한 바퀴 돌면 일주일 정도 있다가 다시 따는데 아직 첫 물도 다 못 했어. 근데 이 놈의 비가 계속 오니깐 일도 안 되고 값도 없고. 노각은 일반 오이보다 약해서 빨리 물러지거든. 그래서 바로바로 작업해야 되는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바깥양반은 하늘나라 가불고 혼자서 농사지어. 이제 힘이 부쳐서 많이 못 짓제. 들깨랑 콩이랑 해서 조금 심는 정도여. 요 밑에 밭은 남 줬고. 근데 들깨는 괜찮은데 콩이 문제여. 콩은 심을 때마다 까치가 와서 다 파먹네. 심으면 또 파먹고 아이고 골치여. 맨날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 지금은 풀 매러 나왔어. (풀은) 잠깐 한 눈 팔면 금방이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큰 비에 요 아래까지 싹 잠겼어. 벼가 안 보일 정도로 찼으니까. 어휴, 진짜 말도 못하게 퍼붓더라고. 그나마 논이라서 물이 하루 만에 싹 빠졌지. 밭이었으면 일 났어. 비 그쳤길래 비료 좀 줄까 싶어서 나왔더니 피가 겁나네. 몸이 찌뿌둥해서 며칠 안 돌아봤더니 그래. 피 뽑고 나면 잘 묶어서 다시 논에 묻어. 그럼 일도 편하고 거름도 되고 좋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여기 (들깨)밭 길이만 100미터가 넘어. 이렇게 (비료) 두 고랑만 주고 나면 허리 아프고 땀나. 비 온다캐서 나왔는데 이것도 일이여. 참깨는 (수확)양이 얼마 안 돼서 덜 심었어. 들깨는 60kg로 세 포대는 나오거든. 작년엔 한 포대에 150만원 받았어. 우리 들깨가 기름이 많이 나온다고 달라는 분들이 있어서…. 사과농사도 같이 짓는데 작년엔 사과금(값)이 정말 없었어. 올해는 좀 괜찮아야 되는데 코로나도 그렇고 경기가 좋아야 사 먹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옥수수는 20일쯤 수확할건데 그 전에 미리 들깨 심는 거여. 이렇게 심어놔야 밭을 알차게 쓰지. 들깨로 이모작 하는 거여. 젊어서는 안 해본 게 없어. 방앗간도 해보고 목수도 해보고 이장도 해봤지. 농사야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사니깐 그게 좋은 거지. 나 혼자 부지런해선 돈이 안 돼. 기계화 되면서 정부에서 융자도 해주고 보조도 해주는데 결국 빚만 늘더라고. 농사지어서 기계에 다 들어가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