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암리 주민들이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 닥종이(한지)를 갖고 나가, 신반 오일장의 지전(紙廛)에 쌓아두고 판매를 할 때, 대량으로 구입을 해가는 주 고객은 각 지역의 지물포 주인들이었다. 지물포에서는 다시 소매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했는데, 그 소매상인들이 다름 아닌 종이 행상들이었다. 박해수씨의 얘기를 들어보자.“인구가 어지간히 많은 읍내나 면 소재지 정도 되는 곳이라면 지물포가 따로 있지만, 그보다 작은 마을의 경우엔 잡화점에서 창호지를 조금씩 갖춰놓고 팔았어요. 번듯한 잡화점도 없는 마을에는 종이 장사꾼들이 창호지 묶음을 짊어
참으로 힘들었던 여름은 그 꼬리를 감추고 언제나 단명인 가을이 서서히 지리산을 물들이고 있다. 이번 여름이 가장 덜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거라 했고 극한호우란 단어가 등장했던 올여름, 유난히 더웠고 또 비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쏟아부었던가. 그럼에도 지리산의 들녘엔 알곡들이 여물면서 단순한 식량 그 이상의 무게로 벼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초봄 모를 준비하고 논물 대면서 시작하는 벼농사, 식량은 기본이고 가장 생태적인 저수지에 청정 산소를 생산하는 초록 공장 역할을 하는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다. 게다가 봄부터 가을 그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농협법 개정안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단임제인 현직 농협중앙회장이 법을 개정해 자신부터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셀프연임제’ 문제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달 23일 제2차 전체회의를 통해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법안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농협법 일부개정안 심사를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농협중앙회는 이번 농협법 개정에 숱한 공력을 쏟아왔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의 상식을 벗어날 뿐 아니라 부도덕한 처사라는 거센 비판을 불렀다.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헌법 128조에는 ‘대통령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이 어느덧 선선한 날들로 바뀌어 버렸다. 비가 내린 후 훌쩍 가을로 넘어가 버린 계절의 변화 속에서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손은 더욱 바빠졌다. 강원도 철원의 황금빛 들녘에선 이미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됐고 얼마 남지 않은 추석 차례상에 올려질 햅쌀을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가는지, 얼마나 많은 생산비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대다수 소비자는 아마 잘 알지 못할 것이다.식료품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면 언제나
아침저녁으론 제법 선선하다. 가을이 온 듯하다. 그러나 낮엔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과수 농사꾼에겐 최악의 날씨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엽소 피해가 더 커지는 요즘이다. 올해는 아마 기후·환경변화를 실감하는 한 해인 것 같다.이러한 기후·환경변화로 인한 생산의 어려움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 우리 농촌의 농민 대부분이 농사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는 데 있다. 올해처럼 사과 가격이 ‘금값’이 되면 소비자만 힘든 게 아니다. 생산자인 농민들도 마찬가지로 힘들다. 생산물량이 줄어든 까닭에, 매출액에 변동이 없으면 그
지난 20일 필자가 살고있는 충남 부여군에 폭우가 쏟아져 또다시 논과 밭이 침수됐다. 키우던 수박과 토마토, 딸기는 벌써 3번째 잠겼다. 2022년 홍수 피해에 이어 올해만도 3번째 호우 피해다.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이른 봄 이상고온으로 개화 시기가 빨라져 많은 과수나무의 꽃이 일제히 폈고 서리와 동해로 꽃이 얼어 과일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또한 5월에는 우박으로 그나마 수정이 됐던 과일들과 노지 채소들이 피해를 봤다. 6월과 7월, 8월을 거치며 전국의 13개 지자체가 특
요즘 날씨가 많이 춥지감기 조심해라몸도 안 좋은데 조심하고또 조심하거라엄마는 너만 건강하면아무 걱정이 없단다또 너가 보내준 약 먹고이제 많이 좋아졌다고맙구나차도 조심하고 잘 지내거라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명이란 밖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 내 귓속이나 머리 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합니다. 보통은 귀에서 ‘삐-’소리나 매미 우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등이 들린다고 호소합니다. 완전히 방음된 조용한 방에서는 모든 사람의 약 95%가 20데시벨 이하의 이명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이명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정도의 잡음이 느껴질 때를 이명이라고 합니다.한방에서 이명은 신허(腎虛)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담화(痰火)로 인해 생기거나 기허(氣虛)로 생기는 경우, 풍(風)이나 습(濕)으로
의령군 서암리 주민들은 각기 ‘가내 수공업’ 방식으로 생산한 닥종이(한지)를, 어떤 방식으로 내다 팔아서 생계 수단으로 삼았을까? 무엇보다 닥나무 껍질을 벗겨서 매우 고단한 단계 단계를 거쳐 빚어낸 그 닥종이들은 시장에서는 어느 만큼의 가치로 거래가 되었을까?1950년대 말의 어느 날, 인근 오일장에 닥종이 팔러 가는 서암리 주민의 뒤를 따라가 보자.-최가야. 오늘 신반 장날인데 종이 팔러 안 갈끼가?-가야제. 벌써 지게에 종잇짐 다 꾸려 놨다 아이가.-최가 너그는 이번에 많이 했제? 얼마나 갖고 나가노?-이번 장에는 두 동 갖고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계속 수입하는 농축산물이 우리 농업을 망치고 있다. 양파·마늘·대파·생강·콩·쌀 등 우리 논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면서 피해가 늘어나고 결국 농민들은 농사짓는 면적을 줄인다. 농민은 면적을 줄이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농산물 수입을 늘린다면 그 나라의 농업기반은 무너지기 마련이고 수입대상 품목은 사라질 것이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멕시코의 옥수수, 필리핀의 쌀이 대표적이다. 주식인 식량을 생산하는 비용보다 사서 먹는 것이 저렴하고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던 나라들은 식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는 서로 연결돼 있다.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은 소비자와의 관계맺음을 통해 우리 농업의 소중함을 더욱더 알려낼 수 있다. 소비자들도 농민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더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고 먹거리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긴다. 이처럼 먹거리는 사회 속에서의 관계 맺음을 통해 그 소중함이 더 커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우리 사회에는 오랜 세월 먹거리운동을 지켜온 조직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생협들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 5대 생협인 한살림, 두레생협연합회, 아이쿱생협연합회, 대학생협연합회, 행복중심
전 세계가 참으로 힘든 여름을 보냈다. 올해는 더이상 부정할 수 없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맞아 모든 국가가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인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소중한 결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미국 농무부가 지난 8월 말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210만톤으로 추정된다. 우리 농촌진흥청도 비슷한 수치를 예상한 바 있다. 미 농무부는 북한의 1ha당 쌀 생산량이 최근 5년 평균치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 쌀농사 면적이 조금 늘었고, 6~7월 작물 재배 지역 날씨도 나쁘지 않았다고 분
공직자 청문회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여러 이슈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농지다. 이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역시 과거 공직자들처럼 부적절한 농지 소유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다.이 후보자는 1987년경 부산 동래구 명장동 인근의 지목이 ‘답(논)’인 토지를 공유지분으로 구매했다. 만약 당시 이 후보자가 논을 살 자격이 되지 않거나 농사를 짓지 않으면 현재의 농지법과 같은 당시 법률인 농지개혁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 이 토지의 현황이 농지가 아니라 잡종지였기 때문에 농지 관련 법령 위반은 없었다’는
우리집에서 일 년을 키운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다섯 마리를 낳아서식구가 갑자기 늘었다아침에 일어나자마자“잘잤어”“밥줄게”“사랑해”아침인사를 하며하루를 시작한다.혼자 적적하게 사는나의 말벗~~나의 친구 고양이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음식을 만들 때 들어가는 소금, 간장, 설탕, 고춧가루 등 조미료는 적정량이 들어가야 제맛을 냅니다. 너무 적게 들어가면 싱겁고 많이 들어가면 짜거나 매워 먹기 힘듭니다. 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약동원이기도 하지만 자연이나 생활의 이치가 그렇기 때문입니다.각각의 재료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많은 양을 넣어 끓이는 것은 과거 소여물 삶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소여물도 그렇게 마구 끓여 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끔 환자분 중에 녹용이나 뭐 좋은 거 많이 넣어 달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럴 때 저는 소여물 표
떡을 치듯이 한바탕 매질을 해서 부드럽게 만든 닥나무의 속껍질 반죽을, 다시 한번 물에 씻어서 잿물을 완전히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나무통에다 넣고 물을 부은 다음, 알맞은 묽기의 점액으로 만든다. 닥나무의 섬유 원료를 물에 풀어서 담는 이 나무통을 지통(紙筩)이라고 부른다. 이제 이 점액에서 바로 종이를 떠내면 되느냐고 묻자 박해수씨는 빠져서는 안 될 또 한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닥풀 점액이란다. 닥풀?“닥풀이라는 식물이 있어요. 밭에다 따로 재배를 하는데요, 그 뿌리를 물에 담갔다가 발로 자근자근 밟으면 코처럼 끈적한 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 개장일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가락시장은 현재 일주일에 하루만 문을 닫고 엿새 개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 확충의 어려움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이유로 중도매인들이 개장일 감축을 요구하고 있고, 주5일 개장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가락시장관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9월 15일부터 주5일제 도입을 검토했다. 같은해 12월 15일 가락시장 개장일 단계적 감축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중도매인 간 이견도 있었으나 종사자의 고령화·구인난 등을 감안해야 하고 도매시장 기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