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주5일제 도입, 농민 현실도 반영해야

  • 입력 2023.09.10 18:00
  • 수정 2023.09.10 19:1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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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 개장일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가락시장은 현재 일주일에 하루만 문을 닫고 엿새 개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 확충의 어려움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이유로 중도매인들이 개장일 감축을 요구하고 있고, 주5일 개장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락시장관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9월 15일부터 주5일제 도입을 검토했다. 같은해 12월 15일 가락시장 개장일 단계적 감축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중도매인 간 이견도 있었으나 종사자의 고령화·구인난 등을 감안해야 하고 도매시장 기능을 더 잘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개장일 감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개장일을 감축할 경우 거래물량과 단가변화를 분석했으며, 효율적인 휴업 요일과 횟수 등을 논의한 가운데 오는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시범적으로 4회 주5일제를 도입한 후 확대키로 했다. 휴업일은 시장이용이 가장 저조하고 농산물 반입량과 단가가 하락하는 토요일이 유력하다. 중도매인과 하역노동조합원들이 원하는 휴업일이 토요일·일요일이라는 점도 반영됐다.

출하자인 농민들의 입장도 일부 고려했는데, 휴업일에도 개별판매는 가능한 방향으로 가락시장을 운영하며 정가·수의매매와 온라인 거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시범운영안이 마련되고 있다.

실제 일본 동경의 농산물시장도 주5일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한 사례분석 자료와 가락시장 청과부류 58명의 중도매인 설문조사 내용들이 개장일 감축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면밀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도매인 설문조사 문항의 주요 내용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으며, 중도매인들은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 개장일 감축(41.1%), 근무환경 개선(23.3%), 근로시간 단축(21.9%) 순으로 응답했다. 개장일 감축을 찬성하는 응답은 76%, 반대는 14%다.

농산물을 출하하는 주체인 농민들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주말에 철도가 쉬지 않는 것은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이 있어서고 주말이라고 해서 음식 섭취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 가락시장이 지금까지 주6일제로 운영된 것은 이런 역할들이 전제돼 있어서다.

농촌은 대부분 2인 이하의 농장이고 농업 인력은 시장 출하 직전인 수확기에 가장 많이 필요하다. 전국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문을 닫는다면 농촌현장의 출하작업은 이에 맞춰 목요일과 일요일에 집중되기 때문에 너도 나도 수확인력을 구하느라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도 명백하다.

또 신선 채소와 과채류는 수확을 미룰 수 없고 숙기 조정도 쉽지 않아 출하 농산물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제대로 익지 않은 과일이 출하될 것도 우려된다. 정가·수의거래와 온라인 거래로 농가 피해를 최소화 한다 하더라도 산지 또는 시장에서 저장시설이 필요하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은 농민에게 전가될 것이 분명하다.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전국 도매시장의 기준이 된다. 그렇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시장의 주요 주체인 농민들 의견 역시 반드시 폭넓게 반영돼야 한다. 가락시장은 출하 농민, 유통주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각각 제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고 농민들도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일방적인 주장은 설득력이 없거나 시행된다 하더라도 오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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